피지컬AI 담론의 기술결정론적 편향과 노동조합의 과제-홍석범

e노동사회

피지컬AI 담론의 기술결정론적 편향과 노동조합의 과제-홍석범

홍석범 31 07.27 12:57
피지컬AI 담론이 일자리 소멸이라는 비관적 대체론에 편향되면서 노조의 대응을 '신 러다이트'로 왜곡하고 산업의 구조적 재편과 기술의 연속적 침투라는 본질을 가리고 있다. 노동해방론·신착취통제론·증강론 등 다각적 시각을 결합해 기술을 복합적으로 조망해야 공포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노동조합은 기술 거부나 순응을 넘어, 생산성 과실의 사회적 재분배와 현장 통제 저지, 기술 설계 과정 참여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 결국 피지컬AI 대응은 개별 사업장을 넘어


피지컬AI 담론의 기술결정론적 편향과 노동조합의 과제



홍석범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연구원장



들어가며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6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장면 중 하나는 현대차 부스에 등장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였다. 안정적으로 자동차 부품 운반 작업을 실시하는 아틀라스 영상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현대차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신공 장(HMGMA)에 이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란 점이 발표됨에 따라 ‘피지컬AI’를 둘러싼 다양한 전망과 예측들이 쏟아져 나왔다.1) 


각주1: 피AI(physical AI)란 현실계와 직접 작용하는 AI 기반 로봇 을 통하는 개이 다성형AI(generative AI)가 가상공간인 디지털 계에서 작동하는 데 반해 AI는 현실계에 리적으로 구현된 AI라는 에서 체도와 사회적 파급력이 훨씬 더 강력할 것으로 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틀라스가 촉발한 기술과 노동 간 관계를 둘러싼 거대한 담론 지형은 기술결정론으로 과도하게 편향되어 전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틀라스를 비롯한 피지컬AI가 산업·노동 현장에 도입· 확산되는 경로와 방식을 두고서도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이 결여된 상태다. 이 글에서는 아틀라스로 대표되는 피지컬AI를 둘러싼 네 가지 담론 영역-기술적 실업론, 노동해방론, 신착취·통제론, 증강론-의 내용과 특징을 검토하고, 현재의 담론 지형이 어떻게 왜곡·편향되어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피지 컬AI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전개하는 데 있어 노동조합이 취해야 할 자세와 과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피지컬AI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 지형들


현재 피지컬AI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개 축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기술이 인간 노동과 맺는 관계 형태로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대체론’과 인간을 보완·강화한다고 보는 ‘보완론’으로 대별되며, 다른 하나는 기술 변화의 사회적 결과에 대한 전망으로서 기술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낙관주의’와 이전보다 인간의 삶과 사회를 더욱 궁핍하게 만들 것이란 ‘비관주의’로 대별된다.


이러한 두축을 교차해 보면 크게 네개의 담론 영역이 도출된다. 첫째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기술적 실업론(비관적 대체론), 둘째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노동의 고통으로 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보는 탈노동·노동해방론(낙관적 대체론), 셋째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계급질서 하에서 새로운 형태의 착취와 통제로 변이될 뿐이라고 보는 신착취·통제론(비관적 보완 론), 넷째 로봇이 인간과 상호보완적 협업을 실시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증 (augmentation) 담론(낙관적 보완론)이 그것이다. 기술적 실업론과 노동해방 담론이 기술이 그 내재적 논리로 사회 변화를 추동한다고 보는 기술결정론적 시각을 내포하고 있다면, 신착취·통제론과 증 강론의 기저에는 기술이 사회적 관계를 경유함으로써만 현실에서 구현된다고 보는 사회구성론적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론과 보완론 간에는 뚜렷한 인식론적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각각의 담론 영역이 단일하고 균질한 입장과 관점들의 집합인 것만은 아니며, 저마다 그 내부에 상당한 이질성과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다만 특정 담론이 전체 담론 지형을 압도하는 현재 국면 에서는 이러한 거시적 차원의 구획화가 담론을 쟁점화하고 입체화하는 데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각각의 담론 영역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1) 기술적 실업론: 먼저 기술적 실업론은 기술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지, 혹은 사라지게 만들 것인지에 주된 관심을 둔다. 따라서 이들은 한 사회의 일자리 총량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분석하는 데에 천착한다. 현재 기술적 실업론 내에는 디지털 전환, AI 전환이 과거 산업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급속하고 광범위하며 불가역적 성격을 띤다고 보는 입장(급진적 관점)에서부터 중단기적으로 일부 직무를 대체할 지언정 장기적으로는 기술 진보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추동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온건적 관점)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술을 사회에 배태된 요인이 아닌 외생적 충격요인으로 위치시키며, 기술에 대한 사회의 개입가능성, 기술의 사회적 배태성, 기술에 내포된 권력관계와 정치성에 관한 분석을 간과한다는 인식론적, 방법론적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2) 노동해방론: 노동해방론은 기술이 인간을 노동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해 주된 관 심을 갖는다. 기술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실업론과 대체론적 인식론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그 결과를 재앙이나 혼란이 아닌 인간 해방의 조건으로 사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 인 전망을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노동해방론 또한 담론 내에 다양한 입장들이 공존한다. 대표적으로, 노동의 유적 본질을 인정하는 가운데 기술적 진보 및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인간을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로 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보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관점을 들 수 있다. 한편 노동 그 자체로부터의 해 방, 노동 바깥의 자율적 활동 영역의 확장, 노동윤리 이데올로기 그 자체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즉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인가’를 둘러싸고 상이한 관점들로 분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 한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노동해방 담론들은 기술-사회의 인과관계에 있어 기술의 발전 방향이나 속도가 사회적 관계를 선행하여 해방의 조건과 가능성을 규정한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인식론적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울러 생산관계 그 자체의 변혁이나 이에 대한 능동적인 사회적 개입보다는 해방의 조건으로서 기술 자체의 내재적 발전 논리와 외생성을 강조함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기술이 배치되는 사 회적 조건, 기술 도입을 둘러싼 권력관계의 작동, 해방의 정치적 주체 형성 문제 등을 충분히 다루지 못 한다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3) 신착취·통제론: 신착취·통제론은 기술이 살아있는 노동을 어떻게 포섭하고 통제하고 착취하는 지에 주된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이 담론의 렌즈는 기술적 실업론이나 노동해방론의 그것과는 달리 사회의 일 자리 총량이나 계급구조가 아닌 인간 노동이 실현되고 이들에 대한 착취가 실행·재생산되는 미시적인 노 동과정을 향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다른 담론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의 진보·변화·혁신을 새로운 착 취와 통제 수단의 출현으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부에는 매우 다양한 입장들이 공존한다. 자본주의 생산체제에서 기술이 노동자의 숙련과 지식을 박탈하고 이를 기계나 소프트웨어에 체화하여 노동자의 자 율성을 체계적으로 제거한다고 보는 탈숙련화 테제, 혹은 직접적·물리적 통제, 기계적·기술적 통제, 행정 적·관료적 통제 등 자본이 노동에 대해 외부에서 부과하는 통제 메커니즘에 천착하는 노동과정론은 신 착 취·통제론의 가장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외부적 통제 메 커니즘이 아닌 자기규율 형태로 작동하는 내재적 통제 메커니즘을 발현·강화시킨다거나 혹은 자본주의적 착취의 대상과 범위가 작업장 내에 머무르지 않고 공장 밖 삶의 양식이나 비물질노동 등으로 확산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관점도 존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술을 권력관계의 매체이자 실현 수단으로 인식한다 는 점이다. 따라서 같은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상이한 권력관계가 작동한다면 그 결과 또한 서로 달리 도출될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기술의 개발과 도입, 적용 과정이 기존의 계급질서 위에서 전개된다고 본다 는 점에서 구체적인 실천적, 해방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증강론: 마지막으로, 증강론은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어떻게 보완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에 주된 관 심을 두고 있다. 이 담론 영역에서 기술과 인간은 영합관계(zero-sum)가 아닌 정합관계(positive-sum) 로 여겨지며, 따라서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통제한다고 보는 기술적 실업론이나 신착취·통제론과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인식론적 특징을 드러낸다. 증강론 내에도 강조점에 따라 여러 상이한 관점들이 분포 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 기술과 인간의 협업이 창의성·공감·판단 등 인간이 보다 잘 해낼 수 있는 과업과 직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증강시켜준다는 입장(과업중심 접근. 인간-기술 협업론)이 한 축이라면, 기술이 노동자를 증강하느냐 통제하느냐가 기술 자체의 속성이 아닌 설계 과정에 누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입장(스칸디나비아의 참여설계 전통)이 다른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기술의 보완적 역할과 인간 중심적 규범, 낙관주의적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후자는 노동자가 기술 설계 과정의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신 착취·통제론의 문제의식을 부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데 반해, 전자를 비롯한 다수의 증강 담론들은 기술이 어떠한 권력관계와 이해관계 구조 속에서 설계·도입되는지, 기술의 적용과 혜택에 있어 사회구조적으로 불균등한 분배기제가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다소 소홀하다는 한계를 보인다.



 

이처럼 4개 담론 영역과 그것에 내재한 관점들은 상호 해소 불가능한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하나의 사회현상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일면들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담론 영역과 관점들 은 저마다 고유한 유용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예컨대, 기술적 실업론은 피지컬AI의 물질성 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실존적 위험(예: 일자리 총량의 감소, 노동시장 재편 및 악화 등)을 고찰하게 만들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데에 유효하며, 노동해방론은 기술을 위협 요소가 아닌 유용한 자원으로 상정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새로운 분배 의제(예: 노동시간 단축, 기본소득, 로 봇세 등)를 제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신착취·통제론은 인간 노동이 전개되고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미시적이고 생생한 노동 현장의 변화(예: 알고리즘 통제·감시 강화, 데이터 주권 훼손 등)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에 강점을 가지며, 증강론은 인간 친화적인 기술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이행 경로를 논의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피지컬AI라는 기술 혁신이 사회와 인간 노 동에 미치는 영향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의 담론 영역에만 휩쓸리거나 그것에 갇히지 않고, 각 담론이 포착하는 현실의 서로 다른 측면들을 균형 있게 조망하는 복합적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실업론’에 과잉 편향된 현실의 담론 구조


하지만 현실의 담론 지형은 이러한 균형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실정이다. 현재 피지컬AI에 관한 논 의는 네 개 담론 영역들의 상호 대등한 경합이 아닌 현저한 쏠림 현상을 보이며, 특히 대체론과 비관주의가 결합된 기술적 실업에 주목한 서사가 다른 담론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2) 


각주2: 피지컬AI는 종래의 자동화 기술이나 최근의 생성형AI와는 차원이 다른 물질성을 지닌다생성형AI가 인지적 노동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 데 반해 신체적 현존과 공간적 점유를 수반하는 피지컬AI는 거의 모든 인간 노동 영역에 손을 뻗는 까닭이다즉 기술의 영향 범위와 불가역성이 이전의 다른 기술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고 강력하다는점에서 볼때현재의 담론적 쏠림 현상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비관적 대체론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기보다는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결정론적으로 전제함으로써 특정 자본의 시장 선점을 획책하거나 사회적 공포감과 갈등을 조장하거나 노동자집단의 협상력 약화를 유도하는 등 그 자체로서 수행적 기능(performativity)을 이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 러다이트’ 프레임이다. 아틀라스가 공개된 이후 국내 언론들은 앞 다투어 현대차 공장 노동자들이 머지않아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란 보도를 쏟아냈으며, 현대차노조가 기존에 회사와 맺었던 단체협약(신기술 도입시 별도 기구에서 사전 논의)을 근거로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자마자 이를 흘러가는 거대한 수레를 막아서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으로 왜곡하여 묘사했다. 이러한 프레이밍은 논쟁의 좌표 자체를 아예 바꿔버린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의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이며 사회가 거기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대응해야 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따져 묻기보다는 기술을 역사적 필연으로 고정시킨 채 그러한 변화를 거부하는 비합리적이고 퇴행적인 집단이 누구인지를 색출하는 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노동자 집단은 자신들의 존속과 안위를 둘러싼 문 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도 전에 사회적 차원에서 선제적인 협상력 약화와 고립을 경험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틀라스와 현대차노조의 첨예한 갈등 프레임은 오히려 휴머노이드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새롭고 불안정한 국면에서 아틀라스라는 제품의 존재감과 시장가치, 나아가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 가치를 확고하게 만드는 역설적 결과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저항의 언어조차 저항의 대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행되고 있다는 점이 현재 피지컬AI 담론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비관적 대체론은 기술적 실업 이슈에만 이목을 집중시켜 노동자 집단 및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다른 중대한 의제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핵심 목표는 고작 완성차 조립라인 노동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에 있지 않다. 공정혁신(생산기술로서의 로봇)인 동시에 제품혁신(상품으로서의 로봇) 성격을 띠고 있는 산업용 범용 로봇이란 거대한 시장을 발굴하고 선점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즉 자동차산업이 전동화와 디지털화를 맞이하면서 전통적인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모빌리티 산업으로 진화해온 것에 서 한발 더 나아가 로봇산업으로까지 전환의 방향과 내용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범용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피지컬AI 시장에서는 레거시 기업들과 신생 업체들이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현대차 그룹은 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자동차산업의 경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정의 되고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특정 산업 분야 생산현장에서의 로봇과 노동 간 대체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작금의 협소한 기술적 실업론에서는 피지컬AI라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 및 전통 적인 자동차산업의 확장과 전환이라는 거대하고 복합적인 변화를 결코 제대로 이해하고 다룰 수 없다.


아틀라스는 피지컬AI의 도입 경로에 대해서도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고 있다. 작업장 순찰과 감시 업무를 수행하는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로봇개), 지능화된 사내물류 로봇인 AGV와 AMR, 여러 생 산공정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협업하는 협동로봇(cobot, 로봇팔) 등 이미 다양한 종류의 피지컬AI 가 생산현장 곳곳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해당 과업이나 직무를 수행해왔던 노동자들을 지속적으 로 대체해왔다. 즉 피지컬AI는 단절적으로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확산 과정으로 산업 현장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인간 노동을 광범위하게 대체하는 종합 범용 로봇이 어느 날 갑자기 공장 문을 박차고 들어서지는 않는다. 특정 과업이나 업무를 수행하는 전용 특수 로봇부터 출발하여 차근차근 투입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휴머노이드가 본격 투입되기 이전부터 이미 조용히, 연속적으로 생산현장에 침투해 들어오고 있는 현존하는 다양한 피지컬 AI들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노동자 집단은 정작 싸워야 할 실질적 대상과 시기를 스스로 놓쳐버리는 결과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피지컬AI 시대를 준비하는 노동조합의 자세와 과제


그렇다면 작금에 기술결정론적으로 편향된 피지컬AI 담론 구조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어느 하나의 담론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적 실업론이 경고하고 있는 고용의 위기, 노동해방론이 제기하는 새로운 사회적 분배 의제, 불평등 담론이 포착하고 있는 새로운 감시·통제·착취 메커니즘, 증강론이 모색하는 인간과 기술의 협업 가 능성은 어느 것도 단독으로는 피지컬 AI가 우리 사회와 노동에 미치는 영향의 전모를 담아내지 못한다. 특히 기술적 실업론이 담론 지형을 압도하는 국면에서는 노동조합이 그 프레임에 올라타거나 그것에 갇히지 않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하다.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공포 시나리오에 대해 반사적으로 맞서거나, 역으로 그 공포를 조직 동원의 언어로 삼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모두 노동을 수세적 위치로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노동조합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응이 아니라 피지컬 AI가 도입되는 조건과 방 식, 그것이 만들어낼 노동관계 내용에 대한 인본주의적 관점의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개입이다. 피지컬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 증가의 과실을 사회가 어떻게 분배·재분배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문제화하는 한편(사회적 차원의 분배 이슈 의제화), 디지털·AI 기술 도입이 야기하는 새로운 노동 부하 와 착취·통제 체제에도 강력히 맞서야 한다(작업장 차원의 착취·통제에 대한 저항). 


기술이 노동자를 위험하고 소모적인 과업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 도입의 방향과 속도, 내용을 설계하기 위한 구체적 요구와 교섭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작업장·업종 차 원의 기술 설계과정에 대한 참여와 개입). 결국 피지컬AI 시대를 맞이하는 노동조합의 과제는 기술에 저항하는 것도, 기술에 순응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조건 아래, 누구를 위해 배치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규율하는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활동들이 단위 사업장 수 준을 넘어 산업 차원, 사회적 차원에서 동시에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피지컬AI를 개별 사업장 노 사관계 이슈가 아닌 노동운동 전체 의제로 설정하고 공동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것 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원고 접수일 _ 2026. 4.25.)


*출처: 『노동사회』 2026년 제2호(통권 제205호) *왼쪽 출처를 클릭하여 통권 PDF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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