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공정대표의무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표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한국노총이 2011년 낸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에 대한 위헌 소송을 기각하면서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 노동조합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여(노조법 제29조의4 제1항)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하였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서 ‘공정대표의무’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공정대표의무제도의 ‘공정성’은 대표노동조합이 ‘적정한 절차’에 따라 대표하는 노동조합간 및 조합원간의 이해 조정을 행하였는지 여부, 교섭과정에서 노동조합간, 조합원간 이익조정을 적정하게 합의했는지 여부, 협약 실시과정에서 노조 소속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처리하였는지 여부 등이 절차적으로나 실체적인 면에서 모두 점검되어야 하는 사항이다(이승욱, 2010). 따라서 공정대표의무제도의 성공적 운영 여부는 복수노조 하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안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열쇠가 된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복수노조와 관련한 사건을 <교섭단위분리>, <교섭요구공고>, <교섭대표결정>, <공정대표의무> 등 4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발표하는데 중앙노동위원회에 집계된 복수노조 사건 접수현황(2011~2018년 총계)을 보면 총 4,817건 중 교섭요구공고가 1,821건(39%)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교섭단위분리 1,155건(24%), 공정대표의무 1,129건(24%)으로, 교섭대표결정 702건(15%) 순이었다. 앞서 노동위원회의 분쟁 유형을 따를 경우 교섭단위 결정(1,555건) 24%, 교섭창구단일화절차(2,523건) 53%, 공정대표의무(1,129건) 24%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과정에 대한 분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제도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하던 초반에는 교섭단위 분리 등 창구단일화 과정 이전의 분쟁이 다수를 차지했다고 한다면 제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늘어나면서 창구단일화 절차에 대한 갈등과 분쟁 그리고 교섭 결과 및 이행에 대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17년 공정대표의무 위반 인정 사례 중 버스업종 사례가 5건, 공공기관 2건, 제조업 1건, 병원 1건이다. 공정대표의무 위반 범위는 (1) 당사자 적격성과 시정신청기간-교섭대표노조가 공정대표의무 이행 주체인가의 여부, 제척기간 (2) 교섭과정에서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의견수렴, 교섭경과 및 교섭결과 통지 및 설명 등 정보제공, 교섭의제 반영 등, (3) 단체협약 내용 중 근로조건에 관한 차별 부분, (4) 노동조합 활동 등에 관한 부분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공정대표의무 인정 및 위반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교섭과정에서의 공정대표의무’가 지켜지느냐이다. 2011년 7월부터 2014년 11월말까지 전국 지노위·중노위에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하여 판정한 사건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교섭과정에서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시정신청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 시행초기의 판정례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위반한 바가 없어 기각되거나,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시정신청의 실익이 없어 각하되었다. 2017년 공정대표의무 인정 사례만을 본 연구 결과에서는 교섭과정에서의 의견 수렴이나 정보제공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 인정이 3건이었다.
공정대표의무는 소수노조의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제도이다. 그러나 공정대표의무제도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따른 소수노조의 권리 침해 등을 보완하기 위한 유일한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정대표의무제도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의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합헌성을 위한 필수적 전제로 간주된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의해 단체교섭권과 쟁의행위권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소수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의 보호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제도가 공정대표의무제도가 되는 것이다(강성태, 2017). 한국의 공정대표의무제도는 단순히 단체협약의 내용에서 차별성만이 아니리 단체협약의 내용과 단체교섭의 전 과정에 걸쳐서 그리고 소극적인 노력이 아닌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적극적 노력에까지 뻗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대표의무제도는 합리적 차별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불명확함과 그로인한 노동위원회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례 간 불일치,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의 미흡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법제도 상의 미비점을 보충하기 위한 몇 가지 개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노동위원회가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더라도, 위반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위반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다만 노동위원회가 공정대표의무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노조법 제89조).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명령은 확정된 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소송으로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판결 확정시까지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서 구제명령의 실효성 확보가 어렵다. 또한 뒤늦게 시정명령 위반 확정 판결이 내려져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시정명령 이행의 시의성이 떨어져 현실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 미흡하다(이영면 외, 2019). 따라서 교섭에 대한 정보공유나 타임오프 시간 배분 등 시간이 지나면 실효성을 잃게 되는 사안에서는 초심 결정을 이행하도록 하는 이행강제금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확정되지 않은 재심 결정에 대한 이행강제 방안으로 긴급이행명령 제도가 있으나, 신청 주체가 중앙노동위원회이고 이행명령 결정은 법원에 맡겨져 있어 이 또한 이행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한 제도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당사자 신청으로 노동위가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홍종기, 『매일노동뉴스』 2018년 5월15일자).
둘째, 교섭대표노조의 교섭 활동은 교섭대표노조의 조합원만이 아닌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교섭이므로 이를 지지할 수 있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17. 8. 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절차적 측면의 판단으로 소수노조에도 단체협약 찬반투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섭결과에 대한 찬반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제도화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이영면 외, 2019).
셋째, 교섭과정에서의 공정대표의무 운영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교섭대표노조에게는 교섭과정에서의 소수노조 의견 수렴, 정보 제공 등의 의무가 있다. 다만 교섭대표노조가 어느 정도로 해야 소수노조의 의견 수렴이나 정보 제공 등을 했다고 볼 것인가를 두고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또한 교섭의제와 관련하여 교섭대표노조의 합리적 이유가 있는 ‘재량권’을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러한 모호함으로 인해 교섭과정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넷째,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 시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과반수 노조가 위촉권을 행사하여 소수노조와 조합원의 협의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더라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노사협의회 구성 시 소수노조가 배제되지 않도록 근로자위원 선출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