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현시기 교사노조연맹의 과제
[졸업논문] 김금수 노동운동론과 나의 교사노조연맹 활동(2)
김지현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
연구소는 노동운동의 이론과 역사와 쟁점을 공부하는 목적으로 '김금수 노동운동론 정책강좌'를 2024년 4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진행했다. 7명이 참여한 '김금수 노동운동론 정책강좌'는 수강생들의 열띤 호응 속에 노동운동에서 이념과 노선의 정립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끝났다. <e노동사회>는 수강생들이 정책강좌에서 배우고 한국 노동운동의 발전을 위해 고민한 내용을 '졸업논문' 형식으로 소개한다. 이 글은 교사노조연맹 활동을 바탕으로 정리한 필자의 두번째 졸업논문이다. (첫번째 졸업논문은 'MZ 교사 김금수 노동운동론을 만나다 - 나의 교사노조연맹 활동과 노동운동론' 참조) - 편집자
MZ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며,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워라밸을 추구하고, 공정성과 개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전화보다 문자나 메신저를 선호하며,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연애·결혼·출산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화운동은 역사적 사실로서 간접적으로 접해왔으며, 민주주의 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나는 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한 적 없는 MZ세대 교사이지만 2023년 서이초 사건으로 촉발된 교사 대투쟁과 2024년 말 대통령 탄핵 집회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민주화운동을 체감하게 되었다.
반면 노동조합의 기본 가치는 ‘연대와 협력’, ‘공동체’, ‘사회정의와 평등’이다. 노동조합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내부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더 큰 연대 속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개인주의적이고 실리적인 MZ세대의 특성과 노동조합이 지향하는 가치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산별노조와 연대의 의미를 깨닫다
교사노조연맹에서 활동하면서 ‘산별노조’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대략적인 의미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특히 교사라는 직군의 특수성 때문에 일반적인 직종과는 조직 단위나 범위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기업별 노조에서 시작해 더 큰 단위의 연대로 지역단위 노조로 확장되며 이후 산업단위 노조로 발전하는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교육부 소속의 국가직 공무원으로, 사용자가 개별 학교가 아닌 교육청과 교육부가 된다.
교사노조는 일반적인 노조법이 아닌, 교원노조법의 적용을 받는다.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노조는 전국단위 또는 시도단위로 설립할 수 있다. 그 결과, 산업별 체제로 가는 과정이 다른 직종에 비해 단축되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 민주노조 진영에서 가장 먼저 산업별 체제를 이룬 조직도 다른 직종 노조가 아닌, 바로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1989년 창립)이었다.
2025년 상반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운동론 정책강좌’에서 김금수의 『노동운동론』을 학습하며 나는 산별노조의 건설이 연대의 힘을 강화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노조의 기본 원리는 연대의 강화이며, 노동자들은 뭉치고 더 뭉칠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교사노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노동자와 노조의 힘이 극대화되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게 되었다.
교사노조 활동을 통해 깨닫는 연대의 가치
내가 교사노조 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연대의 가치’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도 여러 사람이 모이면 가능해지고, 노조라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단위 노조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다른 노조들과 연대하면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나는 공립유치원 교사로서 인천 지역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있다. 교사노조연맹 내에서도 지역적으로나 학교급으로나 비교적 작은 단위노조 집단에 속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지역 교사노조, 그리고 다른 학교급 교사노조와 연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인천 지역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지역 교사들이 함께 연대하면 해결이 훨씬 수월해진다. 마찬가지로 유치원 현장에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 초등·중고등·특수·비교과 교사들이 힘을 보태주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거꾸로 다른 지역이나 다른 학교급의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내가 힘을 보탤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 돕고 연대할 때 느껴지는 벅참과 보람은 내가 왜 노조 활동을 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결국 노조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안에서 연대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나는 교사노조연맹이라는 시스템이 ‘단위 노조의 자주성’과 ‘연대의 가치’ 두 가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요소가 균형을 이루며 제대로 작동할 때 교사노조연맹의 활동이 더욱 강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교사노조연맹의 성장과 세대교체
교사노조연맹은 창립 7년 만에 12만 조합원을 확보하며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교권 5법’ 통과,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 부장수당 및 담임수당 인상, 교원근무시간면제제도 도입 등 교사들의 권익을 신장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빠른 확산으로 짧은 시간 안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아직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교사노조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정치세력화에서도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초기 지도부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50·60년대생 세대로,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여 교사노조연맹을 창립하고 운영해 왔다. 그리고 2025년, 30대 지도부가 선출되면서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앞으로는 MZ세대 교사들이 교사노조의 주축이 되어 활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교사노조연맹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그리고 그 주축이 될 MZ세대 교사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MZ세대의 특성이 거대한 노동조합과 결합될 때, 노조의 힘이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변질될 위험은 없을까?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더 큰 연대를 이루기보다는, 다수 집단이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묵살되지는 않을까? 또한, 경쟁이 곧 공정과 정의라는 착각 속에서 승자독식의 세태에 휘둘리지는 않을까?
MZ세대가 이끄는 교사노조연맹의 과제
MZ세대의 특성과 노동조합의 가치는 반드시 대립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MZ세대의 개인주의적이고 실리적인 성향이 새로운 방식의 연대와 협력 모델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연대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경험한 간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앞으로의 교사노조연맹은 MZ세대의 특성과 노동조합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MZ세대 교사들이 노조 활동을 통해 연대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사노조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교사노조연맹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