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정년연장의 딜레마와 해결 방안-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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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정년연장의 딜레마와 해결 방안-박용철

윤효원 104 01.20 16:00

[쟁점] 정년연장의 딜레마와 해결 방안



박용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정년연장 논의가 한때 진행되는 것 같더니 어느새 잠잠해지다가 요즘은 내란과 탄핵 이슈에 가려져 자취를 감춘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이슈로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년연장 이슈가 본격화 된 것은 2013년 정년 60세 이상 의무화 규정이 국회를 통과한 후로 2016년 전면 시행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일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임금피크제 도입 이슈가 거의 전부였으며,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정년연장 문제  


하지만, 그 사이 여러가지 환경변화가 생기면서 이제는 정년연장과 함께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와 실행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최소한의 요구 조건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따라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보면, 2025년 정년을 앞둔 1965년생부터는 64세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는 정년 이후 최소 4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며,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최소 5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측은 인건비 증가와 신규채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정년연장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연구를 보면, 높은 숙련을 보유한 중고령층과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한 신규인력 간에는 고용의 대체효과 보다는 보완효과가 크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서로의 숙련 차이로 인해 일자리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 내부에 한정된 일자리 수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는 대체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노사간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는 정년연장 문제를 포함해서 미래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직무 중심 시스템과 고령자 직무 개발  


첫째, 직무 중심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업종별 표준임금과 직무급제 도입 등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산업별 노동시장 형성과 산별교섭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다. 


둘째, 중고령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는 것이다.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수십 년간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중고령자가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직무개발에 소홀한 상황이다. 다양한 직무개발을 통해 노동자 입장에서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능력 발휘를 통한 사회 기여가 가능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신규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일자리 확대  


셋째,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다. 이것은 대다수 미래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시하는 방법으로 우리 사회 역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노동 현장의 의견을 들어 보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에 대하여 호의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나누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향후 미래 사회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사회적으로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제조업 일자리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돌봄이나 요양 등 사회복지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분야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확대를 통해 중고령자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에게 일자리 여력을 확대‧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 


다섯째, 정년연장과 관련하여 계속고용, 재고용 등 다양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정년연장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일본은 한국보다 18년 빠른 1998년에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했다. 2000년에는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유도했고, 2006년에는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를 시행하도록 하여 정년연장, 정년 후 재고용, 정년 폐지 등 세 가지 중에서 기업의 여건에 맞게 선택하여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2021년에는 법을 개정하여 70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고, 프리랜서 계약과 자원봉사 두 가지 선택지를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정부는 고령자가 임금 조정으로 생활에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두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자 고용계속급부제도는 60세 이후 75% 이하로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에게는 임금을 보조해 주며, 재직노령연금은 후생연금과 임금을 동시에 받는 고령자에 한해 연금액 전부 혹은 일부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제도(2025년까지 실시)다.  


아울러, 일본정부는 소득공백을 줄이기 위해 기초・후생연금 개시연령을 2025년부터 65세가 되는데 맞춰 정년 역시 3년에 한 살씩 올리는 등 상당기간 준비를 해 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 99% 이상의 기업에서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면서 계속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기업의 63.6%가 고령자 고용계속급부 지원정책을 이용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제도와 지원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노인자살율 1위 문제와 정년연장의 상관성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와 관련해서 심각한 문제는 노인 빈곤율이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 국가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20.2%)이나 미국(22.8%)의 두 배 수준이며, OECD 국가 평균(14.2%)에 비해 3배 가까운 수치다.  


아울러 불명예스럽게 노인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1위인데(2021년 기준), 주된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일하는 노인의 비율도 2023년 39%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역설적인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문제들을 하나의 대책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년연장 문제 역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조그마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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