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초고령사회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이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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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초고령사회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이시정

윤효원 111 01.17 08:44

[쟁점] 초고령사회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이시정 전국요양보호사협회 기획위원장 



지난 12월 24일 달갑지 않은 크리스마스 악몽처럼 초고령사회 진입 기사가 났다. 고령화사회(65세 인구비중 7%, 2000년)에서 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 14%, 2018년)를 거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20%, 2024년)로의 진입은 딱 24년.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빠른 상황이다. 프랑스는 150여년 걸렸으니 무려 6배나 빠르다. 정말 ‘빨리빨리 민족’답다. 


노인 학대자 60%가 배우자와 자녀


그런데 지금 상태로 초고령 사회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가족과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14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23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학대 행위자 중에서 배우자가 전체의 35.8% 비중을 차지하면서 가장 많았고, 아들이 26.3%로 뒤를 이었다.


2020년까지는 노인학대 가해자 중 아들이 부동의 1위였지만 2021년부터는 배우자가 1위로 바뀌었다. 노인 부부만 사는 가구 비율이 증가하면서 배우자의 가해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학대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87.1%, 여성이 12.9%였다. 이 보고서는 돌봄을 가족에게 책임지게 하면 가족은 파탄난다는 의미다. 


그래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의제가 노인돌봄을 비롯한 돌봄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과 가족이 책임지는 돌봄이 아닌 사회와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0.9%에 불과한 공적 돌봄 


우리나라는 2008년 7월 1일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되었다. 고령화시대에 노인돌봄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한 건강보험공단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공적 영역인 돌봄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고 민간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책임지는 공적 돌봄은 0.9%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노인돌봄기관의 99%가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규모가 좀 있는 법인은 14% 수준이고, 나머지 85%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공공성이 보장되는 좋은 돌봄과는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노인돌봄의 재원은 80%~85%가 건강보험료와 국가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요양기관이 30% 되어야 ​


지난 16년 동안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오롯이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장기요양요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유지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모델인 일본은 공적 돌봄이 30% 이상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의 10대 요구 중 첫째가 공공요양기관을 30%로 확대하여 국가의 책임성을 높이고 민간기관을 견인하라는 것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2023년 11월 25일 60만 요양보호사의 희망을 내걸고 출범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협회가 아직까지 없었느냐고 묻는데 요양보호사들의 당사자 조직은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처음이다.


70만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


출범 1년 만에 전국의 요양보호사들은 70만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는 직종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초고령시대에 진입했고 이미 평균수명이 84세를 넘긴 상황에서 요양보호사 100만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6년 동안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장기요양요원(사회복지사, 조무사 등)은 최저임금이 유일한 임금체계였다. 일은 힘들고 사회적 인식은 낮은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 증진시키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생각하면서 일을 시작했던 조금 젊은 층의 요양보호사들은 많이 떠났고, 이제는 중고령 여성노동자들 중심의 일자리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2042년이 되면 돌봄노동자가 155만명 부족하다는 진단을 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보고서는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적절한 임금체계를 만들고 경력을 인정하는 조치에는 입을 닫고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을 대안이라고 내놓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시급한 처우개선


좋은 돌봄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이라는 점을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사용자들도 인식하고 있다. 96%가 여성들인 노인돌봄 종사자들은 전국 3만여 개에 이르는 기관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화가 매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70만 요양보호사 중에서 10만여명이 시설(요양원)에 근무하고 나머지 60만여명이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들이다. 


방문요양보호사들은 호출형 노동으로 매우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갖고 있다.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돌보는 어르신의 상태가 악화되어 요양원에 입소하면 일이 중단되고, 어르신이 돌아가셔도 일이 중단된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이 중단되었음에도 휴업수당도 없고 실업급여마저 받지 못한다. 


사용자인 재가센터장이 곧바로 일을 연결시켜 줄 수도 없다. 서울 요양보호사들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연결되는데 평균 3.3개월이 걸렸다. 


이처럼 불안정한 노동이라 월평균 급여도 9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같은 센터 소속의 요양보호사들끼리도 서로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보니 조직화가 매우 어렵고 더디다. 하지만 좋은 돌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주체화, 조직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좋은돌봄 사회건설’에 나선 전국요양보호사협회


2024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좋은 일자리’(decent work)로 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돌봄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돌봄경제 특별결의안을 발표하였고 돌봄종사자들의 주체화와 조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는 ‘좋은돌봄 사회건설은 요양보호사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 라고 생각하고 “내일의 나를 돌보는 연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사회단체나 노조들에 후원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재작년 전국여성단체연합에서 일반시민 1만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돌봄에 대한 불안도는 90%가 넘었고, 돌봄이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라는 답변도 90%가 넘었다. 좋은돌봄 사회건설에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함께 나서자고 제안드린다. 


출처: <e노동사회> 202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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