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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동사회 <똑똑똑>
‘내 일에서 찾는 나의 의미’
작성: 이상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차장
5월 21일 목요일 오후, 신촌역 인근 카페에서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만났다. 청년 현실을 잘 아는 활동가로서 현장 이야기부터 코로나19 상황 속 청년 노동자의 고민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상원(이하, 상): 안녕하세요.
이채은(이하, 이): 안녕하세요.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채은입니다.
상: 청년유니온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 청년유니온은 청년 세대 노동권을 보호하고, 노동시장에서 다양한 층위로 존재하는 청년 세대 중에서도 조직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청년들을 대변하는 세대별 노동조합입니다.
‘나’로서 존재하는 평등한 공동체
상: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청년유니온과 함께하기 전 제가 활동하던 단체에서 청년유니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청년유니온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평등·존중·환대의 공동체를 위한 ‘약속문’1) 이었습니다.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공동체라면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활동해도 좋겠다는 안정감과 확신이 들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1) 청년유니온은 규약을 통해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함. 민주적 토론을 비롯한 고른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는 ‘평등’, 비하 발언이나 일방적인 평가를 지양하고 노동을 포함한 각자의 경험과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존중’, 권위주의적 위계질서를 부정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환대’의 세 가지 가치의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2017년 2월 실천적 성격의 열 가지 약속문을 세움.
상: 청년들의 울타리와 같은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2월부터 위원장으로 활동하셨는데요. 출마 계기가 무엇이었습니까?
이: 작년에는 직장을 다니며 청년유니온에서 비상근 활동을 같이 했습니다. 퇴근하면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팟캐스트 녹음이나 회의 등을 했었습니다. 직장에서는 정해진 대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청년유니온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청년노동을 위한 활동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어 출마하게 되었고 올해부터 상근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상: 조직구성과 문화는 어떻습니까?
이: 전체 조합원은 약 1,400명입니다. 나이가 39세가 되면 후원회원으로 전환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꾸준히 후원해주고 계십니다. 지부는 올해 새로 생긴 대전을 포함해 총 9개입니다. 지부 사무실은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지만, ‘사람’이 있기에 활동에 대한 불씨는 존재합니다. 내부 분위기는 좋습니다. 평등·존중·환대 공동체 ‘약속문’을 조합원 전체가 지키자는 문화가 있습니다. 서로 나이를 모르고 직함 대신 이름을 부릅니다.
상: 올해 10주년 축하드립니다. 관련하여 새롭게 하고 계신 활동이나 사업이 있습니까?
이: 원래 10주년 기념식을 계획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신에 저희 로고가 손과 손이 안고 있는 모양인데요. 열흘간 조합원한테 로고의 손바닥을 그리게 해서 페이스북으로 기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청년유니온 1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7월 22일에 후원의 밤을 기획 중이고 이후로도 포럼과 기념도서 출간을 10주년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일터로 길어진 이행 과정, 불안정한 청년들
상: 청년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서 가지는 특징이나 정체성이 있을까요?
이: 이전 세대의 청년들보다 지금 세대의 청년들이 취업하기 더 어려워진 현실이 여타 세대와는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원인이지 않을까 합니다. 학업에서 일터로 넘어가는 과정이 길어지다 보니 길어진 공백기가 조금씩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사회 진입이 늦어지면서 우울감은 높아지고 포기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죠.
상: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청년이 일자리 불안 상황에 놓여 있는데요. 마땅한 보호체계가 없기 때문에 ‘전 국민 고용보험’이 최근 화두인 것 같습니다.
이: 맞습니다. 고용보험은 쉽게 말하면 회사라는 조직 안에 있어야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청년 대다수는 학업에서 일터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고용보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현재 제도로 보호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보호하는 방법들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년부터 고용보험에 예술인이 포함되기 때문에 일단 청년 예술인들의 활동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고용불안정 사각지대의 많은 노동자가 제도적 보호망 안에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상: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이: 현재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지만 단순히 많은 일자리보다는 ‘질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일터에서 존중받고 내 일에서 보람을 얻으면서도 이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상: 올해 중점 계획은 무엇입니까?
이: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초단시간 노동 실태를 제기하는 데 중점을 두고, 편의점, 카페, 음식점 위주의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15시간 미만이면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른 이후로 짧은 시간으로 고용하는 형태가 늘었고, 이와 관련지어 청년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고자 합니다. 곧 최저임금 결정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운동을 통해 불안정한 청년 노동자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내 일’이 꿈이 되는 사회
상: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습니까?
이: 제가 위원장을 맡기 전 미디어팀장으로 팟캐스트를 진행할 때가 기억이 납니다. 팟캐스트는 청년 조합원을 초대해서 본인의 일터, 노동, 일상이야기를 듣는 자리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 노동에 의미를 두고 나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경험 속에서 청년유니온 활동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나도 ‘내 일’을 하며 노동의 가치를 찾는 것, 그것이 청년유니온이었습니다.
상: 노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저는 꿈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많은 사람들이 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자신이 하는 일이 곧 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워라밸’이 일터에서 많이 중요시 되지만 한편으로는 역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면서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일과 삶을 분리해버리는 것이죠. 물론 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을 하며 나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일이 곧 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누구나 노동조합을 가질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 등 소규모 사업장들은 노동조합이 없는데 노동조합 존재 유무에 따라 노동조건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나 학교에서 일터로 이행 과정에 있어서 노동조합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청년유니온이 문턱을 더 낮추고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상: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활동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