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이 노동조합의 코로나 19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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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이 노동조합의 코로나 19 대처법

이명규 0 2,677 2020.04.06 09:00

작성자: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진정은커녕 전 세계로 확산일로에 있다.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섰다. 코로나19는 이제 판데믹(Pandemic)으로 접어들어서, 온 세계가 함께해야 맞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전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일의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집과 일터의 분리를 기본으로 하는 근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성상 ‘이동금지령’은 노동자가 일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생계를 이어가기 막막해진다는 뜻이다. 결국, 대규모 실직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예년보다 실업급여 수급을 위해 고용센터를 찾는 신청자가 많게는 70% 이상 늘었고, 휴업과 휴직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이 채 한 달도 안 돼 1만 8천여 곳에 육박했다고 한다. 미국 노동부는 실업수당 청구 건을 기준으로 볼 때 약 3백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판단하고 있고, 3월 실업률이 자칫 3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위기는 경제 위기로 확대되고 있는데, 가장 큰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이 3월 중 10일 이상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4월에도 15일의 무급휴직을 추진할 계획이다. 보름의 무급휴직은 월급이 절반으로 준다는 뜻이다. 
 
코로나 판데믹, 노사정 공생을 위한 세 가지 제안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럽노총(ETUC)은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유럽연합 소속 회원국 정부, 사용자 그리고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사회협약을 통해서 3가지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하였다. 첫째, 단축근무제도(Short Time Work Measures) 도입이다. 이 대책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노동자들의 실업을 막는 동시에 기업도 임금 비용을 줄이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서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소득이 있는 노동자들은 소비를 계속하므로,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실업수당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단축근무제도에 대한 지원 비용이 적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이미 오스트리아의 노동조합총연맹과 사회적 파트너, 그리고 연방정부는 4억 유로를 지원하는 ‘단축근무제도에 관한 사회협약’을 체결하였다.
둘째, 세금 경감을 통해서 가정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도 미국 트럼프식의 ‘헬리콥터 머니(현금살포 방식)’보다는 공공요금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금 경감의 핵심은 기업이나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위한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도·가스·전기 세금, 부동산 담보 대출의 이자를 경감시켜주거나 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의 납부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벨기에의 플랑드르 시정부는 일시적 실업 상태의 노동자에게 공공요금을 한 달간 면제시켜 주기로 했다. 연방정부와 연방 은행은 기업과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가정에게도 9월 30일까지 대출 이자를 연장한다.
셋째, (특별·추가적 휴가를 포함하는) 집단적·개인적 해고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일시적으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에게 각각 임금의 84%와 80%를 지원하면서 ‘재고용 의무’ 단서를 달았다. 스페인도 휴업수당의 70%를 정부가 지급하는 대신 일시 휴업 기간이 지나면 최소 6개월간 직원을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멍청아, 필요한 건 쉬운 해고가 아니라 고용유지야
 
유럽노총이 제안하는 세 가지 대책 중 노동조합이 가장 적극적으로 신경 써야 할 대책은 마지막 해고 금지 대책 및 지원책이다. 실업대란이 전 세계적으로 가시화되는 조짐이 벌써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호텔 체인 메리어트는 전체 인력 약 4천여 명 중 3분의 2를 일시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해외에서도 메리어트 직원 17만 4천여 명 중 3분의 2가량이 해고될 것이라 한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스페인공장에서 3천 명을 정리해고하고, 인도네시아공장은 폐쇄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등에서 해고와 무급휴직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경총은 코로나19 사태를 돌파하기 위한 입법 과제를 제안하면서 ‘쉬운 해고’가 가능하게끔 해달라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유럽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노동시장정책으로 정리해고 방지와 고용유지를 선택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사용자단체로서 경총이 제안해야 할 것은 ‘쉬운 해고’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해고를 방지하고 고용유지에 동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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