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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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윤자호 0 394 08.09 09:00

[돋보기]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1)


작성자: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퀴어와 노동 간의 연결고리 

‘퀴어’​2)와 ‘노동’은 얼핏 생각하기에 연결고리가 약합니다. 하지만, 불로소득이 있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점, 노동시장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업무를 할당하는 성별분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성별분업은 성역할 규범을 전제로 한다는 점, 그리고 이는 여성/남성이라는 성별이분법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 나아가 노동시장에서 이성애규범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연결고리가 조금씩 떠오릅니다. 


사실, 성역할 규범에 완벽하게 들어맞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비(非) 퀴어 역시 성역할 규범과 조우하는 순간순간 이질감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퀴어는 더욱 전면적으로 노동시장이 자연스럽게’ 전제하고 있는 규칙들과 어긋난 사람들입니다. 보편성에서 벗어나거나 어긋나는 존재일 경우, 그 규격 외의 무언가가 자신의 정체성이 되곤 합니다. 정체성은 외부를 통해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퀴어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게 바로 차별이죠.” 

『퀴어는 우리 곁에서 일하고 있다』는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카페, 학교, 학원, 공공기관, 콜센터, 시민단체, 사무실 등 다양한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경험을 생생하면서도 신중하게 책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아마 아주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있는, 우리의 일터 속 차별을 끄집어 드러냅니다.


책에서는 모욕면접, 블라인드 면접, 꾸밈노동, 유리천장, 정규직, 비정규직, 공정 등 “새롭지 않은” 키워드를 통해 인터뷰이들의 경험을 엮어갑니다. 많은 키워드가 얽혀 있어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다양한 키워드와 실태조사 자료, 그리고 인터뷰이의 경험을 읽어가노라면 노동시장과 노동현장에서의 불평등이 퀴어에게 더욱 중층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채용 및 면접과정에서 차별과 배제를 당하는 트랜스젠더, 이성애 가족중심적으로 구성된 경조사비에서 제외되는 등의 임금‧복지에서의 차별, 성소수자 당사자를 긴장 상태로 만드는 혐오발언, 전형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겪는 모욕… 책에서 다루는 경험들은 새로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들이 아닙니다. 그동안 숱하게 문제 제기되었던 차별 문제, 가족주의적 기업문화와 복지, 특정한 성별을 지닌 사람에게 특정한 역할과 외모를 강요하는 성역할 규범과 날카롭게 맞닿아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일터는 결국 

인터뷰이들이 원하는 일터의 모습은 안전하고 차별이 없는 일터입니다.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성별이분법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성별 이분법이나 성적 지향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긴장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도 되는 일터입니다.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충분히 제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직장문화를 만드는 것,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해서 덜 착취적인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 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린' 차별과 배제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것들을 날카롭게 감지하는 감각이 중요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1) 희정 지음. 2019,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당신이 모르는,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오월의봄. 
2) 퀴어(Queer)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단어이나, 통상적으로 성소수자(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됨(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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