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윤자호의 블로그

[지구촌 돋보기]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윤자호 0 1,189 2022.09.05 09:00

[지구촌 돋보기]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에서는 영국 공공서비스노조인 UNISON의 폴란드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 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된 내용은 초기 사업인 이주노동자 참여 프로젝트(Migrants Workers Participation Project, 이하 MWP 프로젝트), 그리고 MWP 프로젝트의 후속 사업인 숨겨진 노동자 프로젝트(Hidden Workforce Project, 이하 HW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 1편에서는 초기 사업인 MWP 프로젝트를 소개하도록 한다. 



□ MWP 프로젝트 이전

UNISON은 2007년 <영국 이주노동자 조직>이라는 제목의 컨퍼런스에서 처음 동유럽 국가 출신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새로운 EU 국가 출신을 포함한 모든 이주노동자를 포괄했다. 2008년 UNISON은 연간 목표로 △민간, 지역사회 및 비영리‧자원봉사 부문에서 노조의 영향력 제고, △이주노동자 조직화 등을 채택했다. 이 문서에서 이주/이민은 공공서비스의 파편화(민영화, 하도급 및 위탁기관 성장) 및 동일임금과 함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묘사된다. 또한, UNISON은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교육서비스 캠페인, △이주 배경 간호사 네트워크 자금 지원, △폴란드 출신 활동가 채용, △필리핀 출신 돌봄노동자 지원(이민법 투쟁 지원)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필리핀 출신 돌봄노동자 지원 캠페인 이후, UNISON에 필리핀 조합원 수가 증가했다. 



□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초기 접근: MWP 프로젝트(2008~2010)

MWP 프로젝트는 노동조합 중앙 차원에서 전개된, 최초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전략이었다. 당시 중앙에는 폴란드 출신 간부가 없었으나, 이주 배경 간호사 네트워크를 설립한 소피 테일러에 의해 추동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또 다른 동인은 영국 노동시장 상황2)과 정부 지원금이었다. 사업비 중 절반은 정부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UNISON은 조합원 수를 늘리기보다는 사회통합과 이주민지원서비스 제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노조 간부와 사업 담당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공유하는 가정은 노조 조직률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있지는 않으나, 담당자가 회상하길 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약 300명의 폴란드 출신 이주노동자와 동유럽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조합에 가입했다. 


2004년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 이후, 영국으로 이주한 동유럽 국가 출신 이주민 중 대다수는 폴란드인이었다. 또한, 당시 UNISON은 필리핀 의료 종사자 수의 전반적인 증가에 주목하고 있었다. 따라서 UNISON은 두 이주노동자 집단을 집중적인 조직화 집단으로 삼았다. MWP 프로젝트를 위해, 노조에서는 폴란드인(폴란드 노동조합 연맹 출신)과 필리핀인(UNISON 지역지부에서 파견)을 고용했다. 


MWP 프로젝트의 목표와 과제는 다음 표와 같은데, 핵심은 이주노동자의 참여와 적극성을 장려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


목표

과제

  • 이주노동자에 의한 더 높은 수준의 참여 

   (민주적 절차와 대표성)

  • 모든 수준의 활동가 수 증가

  • 이주노동자에 대한 일터에서의 경제적사회적 배제 줄이기

  • 이주노동자의 요구 충족

  • 이주노동자 대표 및 조직화 장려 위한 자료 배포와 안내

  • 지역사회 네트워크 통한 홍보

  • 잠재적 활동가 대상 인재 발굴

  • 위 활동 통해 확인된 잠재적 활동가들 UNISON으로 연결 



□ 주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조합 가입과 참여 유도: UNISON으로 가는 길 

MWP 프로젝트의 초점은 「UNISON으로 가는 길(Pathways into Unison)」이라는 주말 프로그램 개발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주노동자 조합원을 대상으로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통해 영국 노동조합과 UNISON을 소개했다. 노조 가입과 관련된 선입견 내지는 신화를 해체하고, 참가자들이 조합원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조직 현황, 사업 및 사업 계획을 소개하는 것도 내용에 포함되었으나,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과 이주노동자 사이에 신뢰를 쌓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기간 UNISON 산하 12개 지역에서는 6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14개 이상 국적 출신 92명의 참가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여자 대다수는 신규 조합원이거나 비조합원이었는데, 필리핀인은 절반 정도, 폴란드인은 1/3 정도였다. 약 50%는 보건의료지부 출신이고,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소수였다. 참여자 모집은 필리핀인과 폴란드인 간부를 중심으로 현지 이주민 커뮤니티 단체와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루어졌다. 


각 과정이 끝날 때, 희망자를 노조 간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역할에 필요한 추가 교육을 제공했다.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노조 간부가 된 구성원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했다. 기존 간부들은 정기적으로 신규 간부들에게 연락했는데, 후에 평가하기로는 이런 방식은 상당히 하향식 계획이었으며 양자 모두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참가자의 10%가 직장 연락책, 20%는 대의원, 2%는 보건 및 안전 대표, 5%는 노조 교육 담당자, 7%는 지부 임원이 되었다. 참가자 중 39%는 이미 조합원이었으며, 필리핀과 폴란드 출신 조합원 중 일부는 활동가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됐다. 


UNISON은 이 외에도 MWP 프로젝트를 통해 이민자 복지공동협의회가 제공하는 비EU 노동자를 위한 무료 자문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또한, 폴란드 공동체와 협력하여 폴란드 독립 90주년 기념 행사와 같은 공동 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하기도 했다. 폴란드 대사관과의 주기적 연락 역시 이루어졌다. 일부 지역과 지부에서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웨스트민스터 지부에서는 환경미화원을 위한 무료 영어 수업을 조직했다. 



□ MWP 프로젝트의 함의: 유효한 전략과 애로사항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교(Moore and Watson, 2010) 연구진이 작성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활동 직접 결과 70명의 활동가가 모집되는 등 전반적으로 사업이 성공적이었다. 이 평가 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프로젝트 결과, 이주민들은 체류 상태에 대한 불안과 우려 때문에 조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꺼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주민들을 모집하거나 비공식적인 도움과 조언을 제공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꼈다” (Moore and Watson, 2010: 5). 


2009년 MWP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6개월 전에 실시된 조사 결과, 이주민 조직에서의 많은 도전이 일정하게 유지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폴란드 요양보호사의 경우 민영화,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해고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으로 언어 장벽과 관련된 문제가 주된 이슈로 확인됐다. 


위 보고서에서는 이주민 조직화에 있어 성공적인 기법 몇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주노동자 커뮤니티 조직을 통한 지역사회 참여, 인재 발굴, 그리고 전용 웹사이트 및 3개 언어(영어, 필리핀어, 폴란드어)로 이주노동자와 프로젝트 지지자들에게 발송하는 뉴스레터 등이다. 


마지막으로, 평가 보고서에서는 이주민들의 노조 참여를 막는 다섯 가지 장벽을 언급하고 있다. 노조 가입으로 인한 실직이나 추방 우려, 노조에 대한 인식 부족, 마지막으로 언어와 문화적 장벽 등이 바로 그것이다. 즉, 이주민을 조직하는 데에는 시간과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가정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MWP 프로젝트가 끝난 후 UNISON의 전략은 부분적으로 HW 프로젝트를 통해, 그리고 2011년 출범한 폴란드와 필리핀 조합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구현되었다.


1이 글은 다음 논문 중 일부를 번역‧요약한 것으로, UNISON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사례는 총 2편에 거쳐 소개될 예정임.
Rogalewski, Adam. 2019. Organising Polish workers: A comparative case study of British (Unison) and Swiss (Unia) trade union strategies. Ph.D. diss., London Metropolitan University
2) 해당 프로젝트 동의안이 채택되었을 때 영국의 노동시장 상황이 괜찮았고, 실업률이 낮았다는 점은 UNISON이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