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에서 나타나는 노동조합의 자기 이미지와 전략: 스웨덴 노동조합 사례1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Youtube는 조직화 및 정치운동의 장이지만, 동시에 노동조합의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재현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일례로 스웨덴 지방자치체공무원노동조합(Swedish Municipal Workers' Union)은 “어떻게 하면 47초 안에 임금 인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위원장 Annelie Nordström을 남성으로 전환했다. 이는 동일 임금 문제에 대한 관심사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 노동조합의 정체성과 자기 이미지
특정한 자기 이미지(self-image)2)를 드러내는 것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중 중요한 요소이며, 사회운동에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또한, 정체성은 역동적이며 지속적으로 재정의되고 재협상되어야 하는 바, 조직의 리더와 조직 구성원들은 온라인 조직 활동에 있어 자기 이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이미지 관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조합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미지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다는 것은, 이전의 정체성을 잃게 되어 기존 구성원을 소외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미지 관리는 섬세하지만 중요한 문제다. 이 논문에서는 스웨덴 노동조합의 자기 이미지 표상을 아래와 같은 틀로 분석한다.
[표 1] 자기 이미지 유형 분석틀
| 포괄성 | 배타성 |
집단주의 | 포용적 집단주의 | 배타적 집단주의 |
개인주의 | 포용적 개인주의 | 배타적 개인주의 |
배타적 집단주의는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상으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구분하는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다. 포용적 집단주의는 전통적으로 생디칼리슴 운동으로 대표되는데, 운동의 중심에 강한 집단이 있으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운동이다. 포용적 개인주의를 실천하는 노조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이는 선별적 인센티브들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흔히 ‘보험사 모델’로도 불린다. 마지막으로, 배타적 개인주의는 ‘집단 내’와 ‘집단 외’의 경계를 강조하며 특정 집단을 위한 고유한 실체를 구성하나, 개인주의적 가치와 이익을 강조한다.
□ 사례 분석 대상 노동조합
[표 2] 분석 사례 노동조합
| 공공부문 | 민간부문 |
LO | Municipal workers’ union | IF Metall |
TCO | Vision | Unionen |
Saco | Akademikerförbundet SSR | Sweden’s Engineers |
* 조합원 수는 2017년 12월 기준 |
2006년-2007년 중도우파 정부에 의한 개혁 이후 조합원의 감소는 스웨덴 노조 운동의 ‘위기’를 야기했다. IF Metall과 Kommunal은 LO(Swedish Trade Union Confederation, 스웨덴 노총) 조합원 수의 약 60%를 점하고 있다. 두 조직 모두 지난 수십년 간 조합원 수가 감소했지만, IF Metall(금속노조)와 달리 Kommunal(지방자치체공무원노조)는 최근 몇 년 사이 조합원 수가 증가했다. IF Matall의 경우 2006년-2007년 개혁 뿐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산업의 위축과 스웨덴 경제의 구조적 변화 역시 조합원 수 감소의 원인이 되었다.
TCO(Tjänstemännens Centralorganisation, 스웨덴전문직노총)에서는 공공부문 화이트칼라 노동자 중심의 Vision과 민간부문 화이트칼라 노동자 중심의 Unionen을 사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노조들의 공통점은 1990년 이후 조합원이 감소되었으며, 2006년 이후 노조명을 바꿈으로써 더 넓은 멤버십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Unionen은 회원 감소 추세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Vision은 감소 추세가 멈췄다. Vision의 위원장은 오래된 조직을 “회색빛, 구식, 낡은 것”으로 묘사했으며 노조명 변경을 포함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SACO(Swedish Confederation of Professional Associations, 스웨덴전문직연맹)의 경우 스웨덴 엔지니어 협회와 전문가 노조(SSR)가 분석 대상이다. 엔지니어 협회는 SACO에서 가장 큰 제휴 조직으로, 민간부문에 속해있다. 한편 SSR은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분야 전문직 노동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조직 모두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으며, 이는 스웨덴 내 대졸자의 증가와 연관되어 있다. 단, 엔지니어의 경우 조직률이 60%로 추정되는데, 이는 스웨덴 평균 조직률보다 낮은 수치다.
□ 배타적 집단주의: The LO Unions
노동 계급의 동원은 강한 집단주의 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 노조에 남아있는 강력한 가치 기반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강한 우리’의 분명한 예로 IF Metall의 영상을 들 수 있다. 노조는 스스로를 ‘We as workers’, ‘We as a organization’이라고 말한다. 노조의 집합적 힘을 설명하기 위해, 노조는 2010년 스웨덴 전역의 6개 도시에서 지역 조합원들이 함께 차를 뒤집는 시위를 조직했다. 이는 “(도시 이름) 멤버들이 차를 뒤집는다.”는 이름으로 Youtube에 게시됐다. 이 캠페인의 슬로건인 “함께인 우리는 강하다.”는 작업장에서 안전 담당자가 수행한 작업을 강조할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협력하면 무거운 물체(금속산업의 주요 제품인 자동차)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F Metall은 금속 및 광업 분야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전통적인 노동자’로 구성되며 다른 계급 위치와 직업을 가진 노동자는 회원 자격에서 제외한다.
한편, Kommunal의 조합원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Kommunal은 영상에서 스스로를 묘사할 때 계급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Kommunal은 성별과 직업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표현하면서도 강한 ‘우리’를 보여준다. 영상들은 사회복지 부문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을 보여준다.(Kommunal의 조합원 중 약 78%가 여성이며, 성평등을 위한 여러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다.) 조합원 중 상당수는 보조 간호사나 시설 돌봄 종사자인데, 이들은 모두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수행한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직업에서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강도 높은 체력적 소모를 표현한다.3) 또한 Kommunal은 보조간호사, 보육교사, 소방관, 버스기사 등 노동자들의 일의 중요성, 즉, 국가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조는 이들을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영웅’이며 신체적‧육체적으로 어려운 업무환경과 씨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은 낮은 지위와 낮은 임금을 받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들이 종사하는 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노조 활동에 있어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Kommunal의 이미지 역시 ‘배타적 집단주의’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명백한 ‘우리’가 있으며 특정 투쟁 집단인 ‘우리’이기 때문이다.
LO가 확연한 ‘우리’를 보여준다면, 동시에 ‘우리’와 구별되는 ‘다른 자’들도 있다. ‘다른 자’는 주로 고용주나 중도 우파 정부다. 이러한 예는 2006년-2014년 중도우파 정부가 감행한 삭감 및 개혁에 대한 투쟁과 스웨덴 민주당에 대항하는 것에서 살펴볼 수 있다. Kommunal은 “따라서 나는 정부를 바꾸고 싶다”는 제목의, 스웨덴 정부의 감원과 예산 감축을 언급한 242편의 영상을 업로드 했다. IF Metall은 “우리에 대한 것”이라는 제목의 비디오에서 스웨덴 민주당원들은 노동계급과 스스로를 구분짓기를 원하지만, 그것은 노동자인 Kajsa가 그녀의 동료인 Samir보다 CEO인 Gustav와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여기에 함축된 메시지는 간단하다. “문화적 배경이나 민족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는 노동과 자본 사이의 투쟁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 포용적 개인주의: The TCO Unions
중산층의 중추로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특별히 강력하지는 않지만 권력에서 배제되지 않는 사람들, 특별히 명백한 방법으로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많은 연구에서 화이트칼라 조직화가 어렵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나, 1970년대 이후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활발하게 조직된 스웨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Vision과 Unionen 모두 노조가 조합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설명하는 많은 영상을 제작했으나, 그중 극히 일부만이 노조 자체에 대한 정보, 노조가 상징하는 가치에 대한 설명, 노조 멤버십의 주요 상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Unionen은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한 많은 영상들을 제작했지만, 이 영상은 ‘영웅’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Kommunal의 영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Unionen의 영상에서 사용된 슬로건은 조합원들이 ‘특출난 힘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조합이 조합원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메시지는 노조 운동에서 보편적인 것이나, Unionen의 영상에는 조합(집단)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Unionen의 영상은 개별 조합원에 초점을 맞추고, ‘조합원으로서의 당신’을 지속적으로 드러낸다.
Vision 역시 대부분의 영상에서 ‘개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조직의 대표가 이야기하기보다는, 직장생활 경험(“나에게 좋은 직장생활은 고용주와 직원 사이의 대화에 달려있다.”)이나 다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며, 이는 집단의 존재감을 흐리게 한다. Vision의 영상에는 ‘우리’에 대한 정의나 Vision의 구성원에 대한 설명 및 공유하는 특성이 없다. 하지만, Vision의 영상은 신분은 나타내는 뚜렷한 시각적 지표를 포함하고 있다. 영상에서 보이는 사람 중 대다수는 여성이고, 그들 중 상당수는 젊다. 또한, 민족성‧성별‧연령‧장애 여부 등 다른 배경과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묘사함으로써 다원주의를 표상한다. 이는 조직이 중앙 및 지방 수준에서 조직 이사진의 30%를 35세 미만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과 연관된다.
또한 Unionen은 임금평등 및 성평등을 주장하는 대신, 조합 가입은 ‘개인 경력’을 개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나는 Unionen의 조합원이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Vision과 같은 수사법을 사용해, 조합원 개개인이 왜 Unionen에 가입했는지를 보여준다. 조합 가입 이유는 직장에서의 안전, 경력 개발이 포함된다. Vision 역시 “당신이 사회 초년생일 때 Vision의 조합원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에서 ‘시장에서 가장 괜찮은 소득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개인의 이익을 언급한다. 이러한 영상들은 Vision과 Unionen 모두 잠재적 조합원이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보다 서비스와 보험에 더 관심이 있다고 가정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Unionen은 스스로를 조합원에게 봉사하는 조직으로 표현한다. 사실, 노조의 이러한 이미지는 보험회사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여기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Unionen은 일종의 보험회사로 인식되는 것과 관련된 문제들, 이를테면 간부 및 봉사자 모집에서의 어려움 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Vision과 Unionen이 영상에서는 ‘다른 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이들 조직이 조직을 설명할 때 조직의 가치나 이념에 대한 설명을 피한 것과 연결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조합원 모집을 위한 포용적인 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포용적인 전략(‘모두 잡기’)은 ‘직장 하나당 상급단체 노조 하나, 단체협약 하나’라는 스웨덴 노사관계의 전통적인 원칙과 충돌되는 지점이 있다.
위와 같은 두 노조의 자기 이미지는 ‘포용적 개인주의’에 잘 부합한다. 이러한 유형의 자기 이미지는 조합원 모집에 효과적이나, 이 전략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혹은 이러한 전략과 노조의 변화에 ‘나이든’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분명치 않다. 미래에는, 조합원이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할 이유가 흐릿하다는 사실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포용적 개인주의가 노조 운동과 집단 행위자로서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될 필요가 있다.
□ 무엇보다도, 전문직?: The Saco Unions
엔지니어 협회의 영상은 직업 중심 영상은 ‘배타적 집단주의’의 가장 분명한 예를 보여준다. 영상은 역사를 통해 공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공학자들이 인류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인간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기술 발전의 단점(전쟁, 오염 및 기후 위기)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는 없다. 또한, 엔지니어 협회의 영상은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된다. 엔지니어 협회의 영상에는 뚜렷한 ‘우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한편, SSR에서 ‘우리’는 주로 사회복지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SSR의 영상에서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으로 조직의 역사를 이야기함으로써 집단을 묘사한다. 한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도와 쇠막대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나오고, 그들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투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SSR은 꼭 ‘우리’ 조합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SSR은 스스로를 대규모 노동운동의 한 부분으로 정의하고, 수년간 IF Metall의 위원장이었던 Ferbe를 콘텐츠 게스트로 초청해 계층과 부문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을 표상한다. 동시에, 조직되지 않는 노동자들은 조직화되어야 하는 집단으로 구성되어 노조의 ‘다른 자’로 형성된다. SSR은 노동법, 작업 환경 문제, 그리고 보험 형태에 대한 조언 영상도 게시하는데, (TCO 영상의 목적과 조금 달리) 노조가 제공하는 이러한 ‘서비스’는 조합원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SSR의 회원들은 Vision에 가입할 수 있는데, 이 둘 조합 간 차이는 흥미롭다. SSR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Youtube를 사용한다. SSR이 게시한 많은 영상은 정치인들이 사회보험 제도를 얼마나, 어떻게 잘못 관리해왔는지 비판하고 있으며, 실업자나 환자가 실업급여나 건강보험을 받는 대신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게될 때, 복지제도가 붕괴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lagavälfärden(fix the welfare state)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노조는 2014년 복지국가제도를 유지할 정책 제안을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기서 SSR은 사회복지 시스템 뿐 아니라, 사회보험에도 더 많은 자원을 할당하기 위해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왜냐하면, 한 종류의 보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다른 것들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때 정치인들은 ‘다른 자’다. SSR은 때로 고용주도 ‘다른 자’로 표상하는데, 복지국가 시스템은 노동하는 개인이 있을 때 작동하기 때문이다.
즉, 엔지니어 협회와 SSR 모두 전문직에 기반을 둔 조직의 자기 이미지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집단주의가 강하게 표출된다. 하지만 SSR의 영상은 어느 정도의 포용성과 계층 간 협력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