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그래서 요즘 청년들이 뭐가 문제인 거야?”, “플랫폼노동 그건 왜 그렇게 시끄러워?”, “최저임금 1만 원은 너무한 거 아니야?” 일상 속에서 종종 듣곤 하는 질문들입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때도 있고, 사실은 특정 사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슬쩍 질문부터 꺼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당장 머릿속에서 꺼낼 수 있는 만큼은 이야기 하지만, 늘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잠들기 직전 “아, 이렇게 말할걸.”이라고 후회하곤 합니다. 전적으로 제가 미숙해서 생기는 일입니다.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는 “뭐가 문제야?”라는 질문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는, 노동문제 입문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시대 곳곳에 산적한 노동문제가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의 칼럼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업무 영역이 온라인‧비대면으로 확장되고 플랫폼 산업이 부상한 시대 드러나는 노동문제를 톺아보고(1장 언택트와 플랫폼의 시대, 추락하는 노동자), 특성화고 학생‧파리바게뜨 제빵기사‧방송노동자‧백화점 판매서비스 종사자 등 비정규직-젊은 연령-성별 등이 얽혀 더욱 취약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살펴보기도 합니다(2장 왜 어떤 노동자들은 더 고통스러운가).
또한, 이제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해진 감정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제도적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노동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어 이끌어낸 제도적 변화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7장 ‘꿈틀꿈틀, 가능한 변화들’에서는 앞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제도적 대안과 이로 인해 변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상상을 펼치기도 합니다. 잘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늘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제도가 지체되는 것에 순응하지 않고, 변화를 추동하는” 힘에 대한 믿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는 “그래서 그게 왜 문제야?”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후회하지 않고 건넬 수 있는, 현시점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동문제를 시의성 있게 포괄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노동 입문서입니다. 소망컨대, 언젠가는 이 책이 지닌 시의성이 어느 정도 사라지기를,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노동문제 중 다수는 ‘옛 문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훗날 이 책을 봤을 때 ‘이때는 이 문제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는 시대였구나. 야만스러운 때였다.’라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나와 타인의 노동문제를 직시하고 문제제기를 하며 또한 그것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