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영국 노동조합 조직화 캠페인의 내용과 특징1)
* 이 글은 Simms, M., Holgate, J., & Heery, E. (2012). Union voices: Tactics and tensions in UK organizing. Cornell University Press. 중에서 5장 “Organising Campaigns”를 요약 번역한 것입니다.
정리: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에서는 ‘작업장 수준 조직화’를 위해 진행되는 일상적 실천들에 대해 검토한다. 영국에서는 작업장 수준을 넘어서는 조직화 시도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여기서 제기되는 논의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기존 사례들과 연구들에 빚지고 있지만, 영국의 독특한 법제도와 문화의 맥락을 전제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영국에서 어떤 조직화 실천이 전개되었나 하는 질문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국가들과 왜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도 답하고자 한다.
이 글의 자료는 1998년부터 2004년 사이 영국에서 수행된 조직화 캠페인에 대한 설문조사(238개 사례)와 조직화 과정에 대한 필자들의 직접관찰, 그리고 활동가들과의 논의 내용 등이다. 여기서 사용된 조사결과는 영국노총(TUC)의 조직화아카데미(Organising Academy)에서 훈련을 받은 활동가들, 그리고 USDAW, GMB, TGWU 등의 노조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이수한 활동가들로부터 응답을 받은 것이다. 또한, 필자들은 3년에서 5년에 걸쳐 진행된 조직화 사례들 8개에 대한 상세한 심층조사 결과를 검토했다. 훈련을 받는 과정에 있는 조직가들에 대한 면접조사 결과 역시 보완적으로 사용했다.
조직화 캠페인의 대상과 목표
1998년과 2004년 사이 238개 사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조직화 캠페인의 대상과 목적 관련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조사 대상 조직화 캠페인의 4분의 3은 서비스부문, 특히 민간서비스부문(46.2%)에서 진행됐다. 서비스부문에서는 슈퍼마켓 소매점, 은행과 금융, 텔레커뮤니케이션, 콜센터, 유통, 공공서비스 위탁/도급 등이, 제조업에서는 인쇄, 포장재, 경공업 등이 두드러졌다. 둘째, 대부분이 사업장 수준 조직화 시도였고, 1개(44.7%)나 2~5개 이하의 소수 사업장(33.2%)을 대상으로 상정한 것이었다. 표적이 된 사업장의 종업원 규모는 다양했다. 단, 조합원 규모를 급증시킬 수 있고, 상대적으로 경영진이 노조에 수용적인(전문적 인적자원관리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사업장’이 조직화의 목표로서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조직화 캠페인들이 전통적으로 노조가 약한 서비스부문을 목표로 하는 ‘긍정적인 경향’이 발견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조직화 캠페인이 노동시장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 영역들은 전통적인 노조 근거지에 매우 근접해 있는 영역이었다. 예컨대, 강한 기존 노조가 자리 잡은 소액은행들과 연결된 콜센터가 새로운 조직화 캠페인의 목표가 되는 식이었다. 이러한 “근거리 확장(close expansion)”은 조직화 목표 설정에 대한 노조의 신중하고 타산적인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Kelly와 Heery(1989)가 조직률 감소를 반전시키는 방법으로서 제시한 “원거리 확장(distant expansion)”과는 실질적으로 다르다. 노조 활동가들은 이러한 목표 설정 방식이 조직의 희소한 자원을 좀 더 민감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조사된 조직화 캠페인 사례들은 단체협약의 적용이나 이전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에 있어 다양했다. ‘이미 단체협약이 있는’ - 따라서, 우선 목표가 조합원 수를 늘리고 작업장 조직을 강화하는 것인 - 캠페인 사례들이 약 40%였고, ‘기존 단체협약이 없는’ 캠페인 사례들은 60%가량이었다. 단체협약은 없지만 기존 노조는 있는 사례는 약 30%, 그리고 기존 노조도 없는 사례는 30%였다. 이렇듯 “새로 노조 만들기(greenfield work)”와 “기존 노조 채우기(infill work)”가 병존하는 것은, 새로 노조 만들기가 대부분이었던 미국 등과는 다른 영국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조직화 활동과 단체교섭 활동을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도록 해놓은 영국의 자원주의적 법제도 전통(영국에서는 1999년 고용관계법 개정 이후에야 ‘사용자의 교섭의무’가 도입됐음.), 그리고 조직화의 정의에 대한 미국 노조들과 영국 노조들의 상대적인 인식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1)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영국 중앙중재위원회(CAC=우리나라 중앙노동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의 사용자 교섭의무 부여 절차: 노조가 건설된 후 작업장 내 10% 이상 지지받고 있음을 증명 ⇒ CAC가 교섭단위 결정 ⇒ 결정된 교섭단위 내에서 노조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증명 ⇒ CAC가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여
첫째, 1990년대 중반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취해진 노동법 개혁은 새로 노조 만들기 캠페인의 발전을 자극한 핵심 동인이긴 했지만, 영국의 정부와 노조는 법률적 과정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노사의 자율적인 합의를 여전히 우선원칙으로 인식했다. 이 때문에 새로 노조 만들기 캠페인들에서도 강행적인 법률적 과정을 취하기보다는 자율적 합의를 우선시했다. 이러한 경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비싸고 느린 CAC 법률서비스의 문제 △임금, 노동시간, 휴일휴가 등 제한된 핵심 이슈에만 적용되는 교섭의무 △법률 과정에서 노조가 지지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생기는 심각한 불이익의 문제 등이 있었다.
둘째, 자원주의적 활동에 근거하여 노조를 인정하게 하려 할 경우, 노동조합은 사용자들을 설득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이는 법률적 과정에 근거한 캠페인과는 전혀 다르다. 또한, 자원주의적 활동에 근거한 조직화 캠페인의 성과는 단순히 단체협약 체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수준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조직화 캠페인의 목표를 미국 등과는 다르게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 영국적 맥락에서 조직화는 상대적으로 포괄적으로 정의된다. ‘법률에 근거한 새로 노조 만들기 캠페인’은 ‘새로 노조 만들기 캠페인’의 일부일 뿐이며, ‘새로 노조 만들기 캠페인’은 ‘조직화 캠페인’의 일부이다. 일반적으로 영국 노조활동가들에게 조직화 캠페인의 정의에는 ‘새로 노조 만들기’뿐만 아니라, ‘기존 노조 채우기’도 포함된다. 조직화로 인한 노조의 성과 역시 작업장 내 개인에 대한 대표권의 획득2), 집단적 노사관계 대표권의 획득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2) 예컨대, 노조의 개인 고충처리 대표 권한에 대한 법률적 인정(1999년 고용관계법 개정에 근거함.). 영국 노조들은 이를 전략적으로 조직화 목표로 삼은 사업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함.
한편, ‘기존 노조 채우기’ 캠페인은 조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부문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공공부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자들이 노조를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노조 파괴 및 약화 행동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공부문에서는 ‘노조 간 조직화 경쟁’이 자주 발생한다. 예컨대, 학교에서는 5-6개 노조가 교사들을 대표하기 위해 경쟁한다. 영국 노조들은 다양한 업종과 산업을 가로질러 경쟁을 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그런 한편으로, 노동조합들은 구조적으로 과소 대표되고 있는, 여성, 흑인, 소수민족 등이 많이 일하고 있는 소매점, 호텔, 조리배식, 개인서비스 등의 업종들에 대한 조직화 시도는 후순위로 하는 경향이 있다(이들이 기존 조합원과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또한 이들에 대한 조직화 시도는 자원의 투입-산출 측면에서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많은 캠페인이 이들을 가입시키고 대표 구조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는 하다.
조직화 캠페인 방법들
조직화 캠페인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은 조직화 사업의 목표와 연결돼 있다. 요컨대 원거리 확장을 위한 새로 노조 만들기 캠페인과 근거리 확장을 위한 기존 노조 채우기 캠페인에서는 사용되는 전술들이 서로 다르다. 서비스 모형에 대비되는 단일한 “조직화 모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복수의 조직화 사업방식들이 병존하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영국의 조직화 캠페인 사례들은 강력하게 자원과 인력을 집중했던 미국 등의 사례들과 달리, 소수의 조직가에 의해 짧은 기간 동안 수행됐다(Unite가 런던 등지에서 수행한 ‘청소부에게 정의를’ 캠페인은 예외다). 조사된 캠페인의 63%가량이 1명 또는 2명의 조직가에 의해서 진행됐고, 52%가량은 1년 미만으로 진행됐다(단, 설문조사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74%가량의 캠페인들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한편, 노조가 애초 목표로 했던 것과 달리, 현장활동가들(lay activist)의 조직화 캠페인 참여는 저조했다. 조사된 캠페인 중 80%에서 현장활동가의 참여가 거의 없었고, 3분의 2 이상에서 5명 이하의 현장활동가만이 참여했다. 현장활동가 참여가 높은 캠페인은 기존 노조 채우기 캠페인들이었다. 미국의 문헌들은 다른 사업장 현장활동가의 조직화 캠페인 참여를 가장 효과적인 전술 중 하나라 지적했지만, 영국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현실에서 별로 없었다. 영국에서 현장조직들은 자기 사업장이나 사용자에게 고착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음으로, 조사된 조직화 캠페인에서 주로 사용된 방법들(methods)의 유형은 △개별 노동자들을 목표로 하는 방법들(예: 미가입 노동자에게 우편물 보내기, 조합비 할인해주기 등) △사용자 의존적 방법들(예: 공식적 회사 행사에 노조 참여, 회사의 회의에 참여 등) △대면접촉에 기초한 방법들(예: 사업장 내에서 개별적 노조 가입 설득, 연고자를 활용한 노조 가입 설득) △미국과 호주 등의 조직화 사례들에 기초한 조직 혁신적 방법들(예: 지역조직을 만들고 캠페인에 조합원을 동원하기 - 조직화 대상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조직위원회 건설 및 활성화, 미가입 노동자 고충사항 발견 및 처리 등 / 사업장을 넘어 공동체와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들 - 기업의 사회적 책임 캠페인 개최, 언론 보도의 활용 등)로 구분할 수 있다. 각 방법에 대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립된 개별 노동자를 목표로 하여 서비스 제공을 기초로 노조 가입을 유도하는 방법들’은 폭넓게 사용됐으나, 조직가들은 실효성이 가장 적다고 판단했다. 둘째, ‘사용자 의존적 방법들’은 기존 노사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협소하게 사용됐으나, 사용된 사업장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됐다. 이는 영국의 노사협조주의 전통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대면접촉에 기초한 방법들’은 가장 빈번하게 사용됐고, 매우 효과적이라 평가됐다. 넷째, 혁신적 방법들에 대한 평가는 복합적이었다. ‘지역조직을 만들고 캠페인에 조합원을 동원하기’ 방법들은 빈번하게 사용되고 효과적이라 평가됐으나, ‘사업장을 넘어 공동체와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방법들은 잘 활용되지 않았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됐다.
한편, 면접에 응한 영국의 베테랑 노조활동가는 미국 등에서 많이 활용하는 직접 노조 가입을 설득하는 방식은 영국의 문화와 배치되며 조직화 대상 노동자들의 저항을 받기 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화 걸기, 뉴스레터 보내기 등 간접적으로 접촉하고 설득하는 조직화 전술이 조직화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Brofenbrenner와 Juravich(1998)가 개념화한 “포괄적 캠페인 전술(7~8개의 전술들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의 활용은 영국에서는 제한적이었다. 설문결과에 대한 이변량 통계 분석 결과, 포괄적 캠페인 접근은 노동자들이 저숙련이고 기존 노사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특정 제조업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됐다. 또한 (기존 노조 채우기 캠페인보다는) 사용자에게 독립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노조를 새로 만들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진 캠페인에서 더 많이 활용됐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노조 활동가들은 조직화에 대해 일종의 “도구상자(toolbox)”와 유사한 관념을 형성하고 있었다. 즉, 활동가들의 인식에는 자신이 따라야 할 이상적인 조직화 ‘모형’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용적으로 꺼내서 쓸 수 있는 전술들과 방법들을 담아두는 상자가 존재했다. 이는 조직화 담론이 미국으로부터 들어올 때, 가맹조직에 대한 통제권이 없는 영국노총이 주도하여, 가맹조직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추진한 것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음과 같은 함의를 가진다.
첫째, ‘비즈니스 노조주의’의 대안으로서 조직화 사업을 추진한 미국에서와 달리, 영국에서 조직화는 특정한 정치적 전망과 크게 연관이 없었다. 영국에서 조직화에 대립 쌍으로 존재하는 것은 특정한 노조주의가 아니라 “파트너십” 사업방식이다. 둘째, 미국과 영국의 조직화에 대한 관념 차이는 영국의 사용자들이 조직화 시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덜 적대적이라고 인식되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 그 때문에 노조 활동가들은 조직화를 위해서 사업장 외부에서 공동체나 시민사회의 지지를 이끌어오기 위한 실천을 상대적으로 덜 시도했다. 나아가 몇몇 핵심 활동가들은, 관련 법제도의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장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 오히려 조직화에 있어 필수적이라 주장했다. 이는 영국 역사에서 뿌리 깊은 ‘노동과 정치의 균열’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영국의 조직가들이 조직화아카데미에서 ‘전문가(specialist)’로서 정체성을 갖도록 훈련받으면서, 상황에 맞도록 각종 전술을 선택하고 활용하도록 북돋아진 점도 ‘도구상자’라는 관념의 형성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조직화아카데미가 속한 영국노총이 가맹조직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지 못한 우산조직이라는 점 역시 단일한 조직화 모형 대신 다양한 전술들을 주요 교육내용으로 하게 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들은 영국과 미국 노조활동가들의 조직화에 대한 관념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부분은 “현장노동자의 자주적 조직(worker self-organization)” 건설이 조직화 사업의 목표로서 얼마나 핵심적인가에 대한 인식 차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는 조직화 대상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세운 노조를 자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 반면, -그리하여 풀뿌리 동원과 현장 행동주의를 조직화의 핵심으로 본 반면- 영국에서는 조직화를 전문가로서 조직가가 수행하는 실천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조직화 캠페인에 대한 사용자의 대응
영국 사용자들은 미국의 사용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영국 사용자들은 조직화 시도에 대해 노조파괴 전문가를 채용한다든가, 지체 및 전환 전술을 사용한다든가, 노조와 법률적 다툼을 벌이는 등의 반노조주의적 반응을 훨씬 덜 보였다.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경영상 의사결정 참여를 수용하는 영국의 기업문화 △사용자 입장에서 노조 건설로 인한 인건비 증가가 미국에 비해 적다는 점(예컨대 노조 결성 시 증가되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을 위한 사용자 지출이 미국보다 훨씬 적음) △노조의 정치사회적 영향력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적어졌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먼저, 설문에 나타난 조직화 캠페인에 대한 사용자 대응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놀랍게도 전체적으로 조직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부정적인 반응보다 더 빈도수가 높았다. 심지어 약 25%는 사용자들이 노조 가입을 독려했다고 응답했다. 단, 긍정적인 반응은 노조가 이미 존재하는 사업장에 치우친 것이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긍정적인 반응의 비중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 비해 3~4배가량 많았다(40~90% Vs. 10~30%). 즉, 사용자의 긍정적인 반응은 주로 ‘기존 노조 채우기’ 캠페인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사용자들은 ‘노조 새로 만들기’ 캠페인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조직화에 대한 사용자의 부정적인 반응 비중은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보다 5~6배가량 높았다(3~11% Vs. 20~63%). 한편,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조직가의 사업장 진입권 부정 △노동자의 노조 참여 의지 낙담시키기 △반노조적 이해대변채널의 강화 등을 제외하면, 노조 새로 만들기 캠페인에 대해서도 20~35% 수준에 머물렀다.
다음으로, 사례조사와 면접조사에서는 사용자의 적대적 행위로서 △진압(예: 해고위협 등) △대체(예: 노사협의회 설치, 평이 안 좋은 임원의 해고, 임금 인상 등) △지체(예: 질질 시간을 끌어서 노조를 포기하게 만들기) △제2노조 건설(예: 친사용자적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 만들기) △노조파괴 컨설턴트(예: 법률가, 사용자단체 등) 활용 등이 제기됐다.
조직화 캠페인에서 어떤 전술을 활용할 것인가에는 노동조합의 결정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반응 역시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조직화 캠페인은 “역동적인 과정(dynamic process)”이다. 또한, 선택된 조직화 전술이 이러한 역동적인 과정에서 산출하는 결과물은 일차원적인 것이 아닌, ‘완벽한 단체협약’과 ‘무권리 상태’ 사이 “혼종적인 산출(예컨대 단체협약은 못 맺었지만 개인의 고충처리는 가능한 식으로 합의하는 조직화 결과, 임금 인상 수준은 협의하지 않지만 임금인상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협의하는 조직화 결과 등등)”이다.
현장-중앙의 조직화 활동의 조정
노동조합 상급조직(union central)의 조정 역량 역시 조직화 캠페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상급노조의 조직구조와 정책방침은 조직화 캠페인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신규 조직이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사실상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적 맥락에서 조직화 사업은 상급조직의 혁신과 행동주의 강화에 기초했다. 영국에서는 상급노조에 의해 ‘조정된 조직화 전략(coordinated organizing strategy)’이 형성되는 데 매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여기에는 △노조 내에서 조직가의 위치가 하위직급으로 설정됐다는 점 △‘전문가(specialist)로서 조직가’와 ‘일반관료(generalist)로서 간부들’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필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노조의 작업장 수준 조직화 전략은 전국적 맥락에서 추진됐지만,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작업장 간 상호 연결이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 사례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상향식’이나 ‘하향식’의 일방적인 방향으로 추진된 조직화 캠페인보다 상급조직을 매개로 상-하 간 조정이 확립된 캠페인이 더 큰 성과를 도출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작업장 수준과 전국/지역 수준 사이에 정보와 기술의 소통을 촉진하는 구조를 가진 노조들이 진행하는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과들을 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조직가들이 작업장 수준에서 조직화 목표를 설정하면, 이를 지역 수준 조직의 선임활동가들과 논의하도록 하고, 지역조직 활동가들은 이를 종합하여 다시 중앙조직 활동가들과 상담하면서, 자원의 배치와 조직화 목표를 섬세하게 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춘 USDAW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신설 노조는 노조중앙 간부의 지원과 현장노동자의 지지 둘 다 획득해야만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 즉, 아래로부터 요구와 중앙의 정보 및 기술 지원이 결합한 조직화 캠페인이 가장 효과적이다. 둘 중 하나가 없으면, ‘조직화 캠페인’ 이후 ‘대표성 획득’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지속되기 어렵다.
이상의 주장들은 ‘노동운동의 혁신을 위해서는 동원 강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기존 연구의 명제들과 충돌한다. 필자들의 사례연구들은 노조가 없었던 작업장에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중앙의 지원’이라는 명제를 더 지지한다. 여기서 말하는 노조중앙의 지원에는 △조직가 등에 대한 교육훈련 △중앙/지역조직과 작업장 현장 사이를 연결하는 의사결정구조 △조직화 전략에 대한 명료한 소통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