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의 사각지대, 중소 병·의원 노동자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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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의 사각지대, 중소 병·의원 노동자의 그늘

김종진 0 511 2022.07.15 18:19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의 필자 칼럼(2022.7.15.)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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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사각지대, 중소 병·의원 노동자의 그늘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 확진에도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라고 해요. 탈의실도 없어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비닐봉지에 담아 화장실 벽 고리에 매달아 둬요. 야간근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요. 우리나라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이뿐만 아니다. 열악한 시설 개선을 요구한 직원에게 해고 통보하는 병원부터, 원장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계약 만료일에 내보내는 병원까지.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을 주제로 진행된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이야기들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노동현실 때문이었을까. 참석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담담했다.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 다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노동기본권의 침해부터 불이익을 경험했다. 무급휴가나 연차휴가 강제 소진부터 임금 삭감과 체불 등 형태도 다양했다. 열악한 노동조건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기본이고 휴일근무수당 미지급이나 휴게시간 사용 제약과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미보장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다.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일터에서 힘든 시간을 감내하고 있었다.

 

중소 병·의원의 불평등과 격차는 매우 심각하다. 5인 미만 병원의 1년차 간호사 임금은 227만원이었다. 생활임금은 고사하고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한다. 의사 대비 간호사 임금 수준은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의사의 임금은 보건의료 전문직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의사와 간호사의 임금 수준이 무려 6배나 된다. 유럽연합 주요 국가에 비해 불평등도가 가장 높다. 게다가 지역별 임금수준도 천차만별이었다. 병원 규모도, 자격도, 경력도 차이 없는 신규 간호사의 임금이 다른 것은 납득하기도 어렵다.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 치과위생사 등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은 병·의원일수록 불이익과 고통은 더 컸고, 법제도 사각지대였다. 국회 토론회에서 드러난 실태조사 결과만 보자. 중소 병·의원 사업장 56221개 중 근로계약 서면 미체결·미교부(52.9%)와 종사자 545448명의 임금명세서 미지급(27%)이 확인된다. 개별 1건당 법률 위반 과태료를 모두 추징하면 약 14조원이나 된다. 단순 추정이나 법률 위반이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노동부와 복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안임에도 방관만 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무관심만이 아니라 병원협회와 의사협회의 태도다. 중소 병·의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보건의료노조의 제안에 자신들은 사용자로서 지위나 법적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각종 보건의료정책 결정과정에는 이해당사자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정부의 다양한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 또 수익을 향유한 병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노동문제에만 법적 지위를 논하는 태도에 씁쓸하기만 하다. 그간 보건의료산업의 양적 성장과 달리 고용의 질적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이제라도 정부는 법률 위반 사항을 근로감독하고 행정지도 및 시정조치해야 한다. 물론 보건의료분야 최저보장 기준선 수립을 위한 사회 협약 논의도 미룰 수 없다. 표준임금제나 보수교육 지원,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그리고 대체인력과 최소휴가제 등이 의제가 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1952년 사회보장 최저기준 규약을 채택한바 있다. 사회적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국회 역할도 적지 않다. 프랑스처럼 국회가 조사위원회를 꾸려 기본적인 의무사항을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병원은 직원을 사람이 아닌 부품으로 생각하고 있다거나 수가의 노예라는 한 청년 노동자의 말에 답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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