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 4일제 실험과 '시간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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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 4일제 실험과 '시간의 정치'

김종진 0 81 09.11 11:46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의 필자 연재 칼럼(2021.9.1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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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제 실험과 시간의 정치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4일제는 불가능한가. 허황되고,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들릴 듯도 하다. 하지만 불과 1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토요일까지 일하고, 학교 가는 게 일상이었다. 당연히 주 5일제 반대도 많았다. 당시 경영계와 보수언론의 반응은 협박에 가까울 정도로 소름 끼친다. “삶의 질을 높이려다, 삶의 터전을 잃습니다라는 신문 광고와 5일제 시행하면 경제가 죽는다는 기사들이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고, 경제가 죽지도 않았다. 오히려 대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횡포나 분식회계 같은 위법한 행태들이 경제악화의 주요 요인이 아닐까.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1호 협약은 하루 8시간 노동이었고, 193947호 협약은 40시간 근로제결의였다. 1962년 주 40시간 근무를 사회적으로 달성해야 할 기준으로 선언한 것도 60년이 되어 간다. 유럽연합(EU)1993년 건강 및 안전 조치 일환으로 35시간제를 채택했다.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서 접근했다. 산업화 이후 그 어떤 나라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연장근로 규제 한도(한국 52시간, 프랑스 48시간)부터 법정 연차휴가(한국 15, 프랑스 30)와 일과 삶의 균형 지수(한국 4.1, 프랑스 8.4)의 차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


19362주 연속 휴가사용을 법제화한 프랑스(1402시간)에 비해 한국(1908시간)의 노동현실이 암울한 것은 제도의 차이에 기반한다. 특히 최근 4년 동안 주 4일제를 시행한 아이슬란드의 결과에 여러 나라들이 주목하고 있다. 전 국민 취업자 1%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실험한 것이다. 시행 결과 직원의 신체와 정신적 고통이 해소되고, 이직·병가 감소와 같은 긍정성이 확인되었다. 결국 건강과 안전을 촉진하고 노동자에게 선택권이 부여된 괜찮은 노동시간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익인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핀란드(1990)와 스웨덴(2005)은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을 실험한 바 있다.


물론 주 4일제와 32시간제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산업화 시기 파괴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시간의 정치를 고민할 시점이다.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면 노동시간 규율도 달라야 한다. 탄소배출량 감소와 맞물린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 중 하나도 노동시간 단축이다. 평생학습 사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생애주기 노동시간을 모색해야 한다. 4일제로 주어진 하루 8시간은 지역 커뮤니티와 공동체 활성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생산성과 별개로 여러 쟁점도 있다. 모두를 위한 해법은 아니더라도 저임금·중소기업은 사회보장과 돌봄 및 교육훈련 등 이전소득과 세제 지원 등의 다양한 방법을 찾아봄 직하다.


최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선 공약으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3년간 주 4일제 실험을 제안했다. 스페인은 주 4일제 계획을, 영국 노동당은 향후 10년 이내 주 32시간 공약을 발표했다. 독일 금속노조는 코로나19 시기 경기부양 프로그램 개선과 주 4일제 단체협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영국, 아이슬란드 주 4일제 홈페이지에서는 국제청원운동까지 진행하고 있다. 어느덧 주 4일제 논의가 실험과 정책의 가시화로까지 진전되고 있다.


“4일만 일하면 경제는 어떻게라는 사고와 “3일의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해라는 접근은 서로 다른 철학에서 출발한다. 그러기에 1966년 국제인권규약의 노동기본권 제정 이후, 정책의 상상력은 입법의 틀과 경제 문제에 항상 가로막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이 삶을 압도한 사회를 벗어나,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사회를 모색할 시점이다. 4일제가 정착된 어느 날 그땐 주 5 어떻게 일했지라는 회상을 할 시기가 머지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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