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의 필자 칼럼(2021.3.26)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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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변화와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북극곰을 살려주세요!”라는 그린피스 광고 한 편이 주는 메시지는 이를 잘 반영한다. 사실 지난 수십년 사이 지구촌의 대기 온도 상승과 이산화탄소(CO2) 증가는 빠르게 녹는 남극 빙하와 해수면 상승의 주범이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들지 않으면 인류 문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파괴적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묶어 두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기후위기 대응 법안들은 ‘탄소중립이행법’으로 제정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기후환경 변화는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삶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노동자와 사회에 유해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화석연료나 핵발전 및 에너지 기반 산업들은 근본적인 전환 압력을 받고 있다. 과거 기후환경과 시장 상황의 변화에 놓인 일터에서는 반(反)기후환경적인 대응과 구조조정을 겪은 바 있다. 메릴 스트리프 주연의 <실크우드>(1983)나 줄리아 로버츠의 <에린 브로코비치>(2000) 두 영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현재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즉 탄소중립은 산업과 일자리가 지속 가능한 경제로 재편해야 함을 의미한다. 국제노동기구(ILO)나 국제노총(ICTU)은 전환의 사회적 대화 추진, 전환기금 조성, 취약 집단의 지원과 좋은 일자리 투자·창출, 기업의 탈산소 전환 계획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담고 있는 원칙과 방향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공정한 전환으로 불리거나 그린 일자리 정도로 오남용되거나 희석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지속 가능하고 괜찮은 녹색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방식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향후 기후환경 변화가 미칠 일자리 영향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녹색 일자리로의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적 검토 과제 또한 많다. 기술 및 숙련 형성 센터 운영이나 교육훈련 휴가제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추진, 취약집단의 소득 지원과 사회적 보호 및 괜찮은 일자리로의 전환 프로그램, 산업과 지역에서 녹색 작업장을 위한 노사 간 공동 프로젝트 등. 이미 적색에서 녹색으로의 전환을 주장한 아랑 리피에츠의 <녹색 희망>(1993)에서는 이런 가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제시된 바 있다.
이제 우리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전환 계획은 추진 ‘과정’과 ‘결과’가 모두 정의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정은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와 플랫폼 운영이 필수적이다.
전환의 뒷받침을 위해서는 고용안정기본법, 고용보험법, 직업능력개발법, 근로복지기본법, 노사관계발전 지원 법률 개정을 통한 제도적 상호보완성도 필요하다. 지역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지원을 위한 노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추진하고, 약 30조원의 대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일부를 활용하는 사회연대 전략을 고민해봄 직하다. 최근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약 140조원 규모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통해 전환에 따른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년 동안 자본주의 생산방식은 파괴적 성장이었다. 가치 있는 녹색성장을 위해 생산방식과 소비방식은 물론 삶의 방식과 노동생활 세계도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주4일제와 같은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사실 정의로운 전환과 맞물려 생각해 봐야 한다. 기후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면 2019년 7월23일 그레타 툰베리의 ‘과학 사실을 근거로 함께 행동하자’는 프랑스 하원 연설을 찾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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