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 필자 칼럼(2020.12.25)의 글립니다.
- 아래 -
[세상읽기] 자발적 이직 청년에게 더 필요한 실업급여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곧 새해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와 싸우느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이 영향 받았기에, 모두가 공유할 이야기도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매월 고용동향이 발표될 때마나 청년 고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이 겨울이 지나면 고용한파가 더 매섭게 몰아칠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2월 졸업생들이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세상이 된다. 이들에게는 인턴 기회조차 얻을 가능성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소위 ‘코로나 졸업반’ 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반대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직장을 잃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상황은 선택의 여지없이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던 청년들에게는 더 가혹했다. 밤샘 철야와 주말 출근 등으로 입사 후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생겼다는 청년. 불과 3주 만에 프로젝트를 완성하라는 압박에 퇴사 의사를 밝히자 폭언과 욕설을 들어야 하는 청년까지. 그간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었던 청년노동의 현실이다. 낯선 이름 뒤에 가려져 노동이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 악화된 상황과 맞닥뜨릴 청년들에게 우리 모두 답을 찾아야 한다.
소득지원 자격이 없는 청년들부터, 그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청년, 부당대우에도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 당장 수입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려는 청년들까지. 이 모두 생계 걱정에 노동시장 이동을 가로막고 있다. 불합리한 현실에서 벗어나 보람된 일터로의 이동은 구직·실업급여를 통해 가능하다. 사실 고용보험은 실업 예방 및 고용촉진과 직업훈련을 위해 모색된 제도다. 고용보험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발생 시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실업자들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처럼 고용보험 미가입 청년이 생각보다 많다.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더라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또 존재한다. 자발적 이직자는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제한된다. 이직 경험 청년의 약 75%는 자발적 사유다. 결국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청년들이 놓여 있다고 봐야 한다. ‘고용보험법’ 58조(이직 사유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에는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이직 혹은 전직자는 자격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자발적 이직이라도 예외규정(시행령 101조 2항)에 따라 구직급여 수급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나 예외규정 적용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고용보험 개편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다른 나라들도 다 그렇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자발적 이직자의 자격 제한은 13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발적 이직자의 구직급여 적용 제한이 가장 강한 나라다. 청년의 장기 실업은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도 있기에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때마침 청년기본법 시행 이후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이 발표되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모든 청년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일자리 정책인데, “자발적 이직자의 실업급여 중장기 검토” 문구 한 줄도 확인된다. 청년의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이 핵심 정책으로 담긴 만큼 이제는 자발적 이직 청년들에게 실업급여 적용을 논의할 시점이다.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도록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의 설계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청년생애 1회에 한하여, 수급액을 조금 감액하고, 덴마크(4주), 벨기에(9주), 독일(12주), 프랑스(16주)처럼 수급 자격 유예기간을 적용하면 큰 문제도 아니다. 재정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의 10분의 1을 전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본계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원문보기:
고용보험, 실업급여, 구직급여, 자발적 이직, 비자발적 이직, 청년, 청년 고용보험, 청년 실업급여, 청년정책 기본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