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라는 괴물’
김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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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5 08:08
* 이 글은 경향신문에 매월 [세상읽기]라는 코너에 연재되고 있는 필자의 칼럼(2017년 10월 20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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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라는 괴물’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파리바게뜨 불법파견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한 달도 안되어 물류센터와 배송기사 불법파견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파리바게뜨 문제의 본질은 바로 ‘프랜차이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프랜차이즈는 20세기 중반 이후 각종 서비스업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사업양식으로 발전했다. 프랜차이즈는 1950년 밀크셰이크 판매원 레이 크록(Ray Kroc)이 맥도널드 형제에 의해 운영되던 캘리포니아의 한 레스토랑 권리를 받아 영업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가맹본부의 프랜차이즈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973개의 브랜드가 2016년 4267개로 2배나 증가했다. 가맹점 수만도 10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리바게뜨를 소유한 SPC그룹은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파스쿠찌, 빚은 등 30여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이 분야 1위 기업이다. 프랜차이즈의 특징은 브랜드 구축과 가맹점 의존 방식에 있다. 프랜차이즈는 기업으로 하여금 강력한 브랜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용은 절감해주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경쟁적인 시장조건과 이윤 창출 압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웃소싱을 선택한다.
프랜차이즈 운영 과정에서 각종 규정을 침해할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전산자료를 조작하여 연장·휴일근로 수당을 주지 않는 소위 ‘임금 꺾기’와 같은 형태가 대표적이다. 파리바게뜨 사건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비정규직 휴가비나 수당 등 미지급 금액 110억원의 임금체불 문제는 그 단면이다.
그간 SPC그룹은 자사 브랜드에서 일하는 홀서빙이나 조리사는 물론 제빵기사들에게 비인권적 인식을 보여왔었다. “그나마 에어컨 등이 나오는 곳에서 일하게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최저시급 이상을 주고, 식사 때 빵이라도 주잖아!” 등의 태도를 보였던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프랜차이즈라는 기업 경영은 일자리의 가장 나쁜 모델(bad job)이다. 현재 프랜차이즈 사업은 자본과 기업의 비즈니스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자사 브랜드 구축과 충성고객 유치에는 과감하게 투자한다. 반면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담당하는 직접적인 고용주 역할은 애써 외면한다.
바로 ‘고용 털어버리기’(shedding employment) 전략이다. 본사가 아닌 다른 고용주 밑으로 옮겨진 일자리들은 대개 낮은 임금에 복지혜택은 거의 없다. 고용 안정성도 훨씬 떨어진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수지를 흑자로 돌리려면 인건비 하향 압력이 발생, 구조상 규정위반 편향성이 애초부터 내재되어 있는 셈이다.
사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명령의 취지는 헌법적 질서에서 만들어진 대법원 판례와 법률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파견법은 1998년 자본과 기업이 고용유연성을 이유로 정부에 요구해 제정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영계 요구로 만들어진 법질서조차 현실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미권과 달리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을 하는 곳은 드물다. 왜 우리나라에서만 기업들은 고용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공동소유, 공동경영이라는 허구적 슬로건에 숨겨진 프랜차이즈 이면을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 구조와 광범위한 아웃소싱에서 비롯된 경쟁상황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초점은 서비스 시장의 부상, 프랜차이징 영업방식, 총수입에서 과도한 본사 수수료 지불 문제 등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은 재고되어야 한다. 왜 본사의 ‘갑질’에 대한 횡포를 감내하면서도 돈벌이가 되지 않는 프랜차이즈는 지속·확대되는 것일까. 아마도 지난 20년 사이 우리 사회 경제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고용 구조조정의 결과일지 모른다.
지속가능한 경제와 사회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프랜차이즈 모델이라는 ‘괴물’에 대한 개입과 재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1920520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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