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원상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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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원상회복해야

정경은 0 1,547 2021.06.07 09:00

작성: 정경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지난 4월 20일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7월초까지 문재인정부 임기 중 마지막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의를 전개한다. 대통령선거 공약이 이행됐다면 2020년에 이미 최저임금이 1만원에 도달했어야 하나, 2021년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2022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280원(14.7%) 인상되지 않는 한,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었던 홍준표ㆍ안철수 후보의 공약에도 미달하게 된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균열 일터에 따른 노동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문재인정부는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과제를 부여받은 채 출발하였다. 특히, ‘최저임금 1만원’은 미조직ㆍ비정규직ㆍ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의 유일한 임금인상 수단으로, 문재인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한 공약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16.4%)으로 인상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공약 이행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계와 보수언론의 총공세에 밀려, 2018년 6월 민주당 주도로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여 산입범위에 고정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함으로써 실질임금 인상을 무위로 돌렸다. 2019년 최저임금을 8,350원(10.9%)으로 인상하더라도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를 넓혀 실질 인상을 막은 것이다. 이후 경제성장 둔화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이유로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 최저임금을 8,590원(2.87%), 2021년 최저임금(8,720원)으로 역대 최저수준의 인상률(1.5%)을 결정하였다. 이명박 정부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2010년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2.8%까지 내렸는데 이보다 낮다. 재계와 보수언론의 주장과 달리,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이라는 실증적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둔화되며 임금격차 완화에 이바지하지 못하였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가 3,648천명이며, 이들에게 있어 노동법 일부 조항과 최저임금 인상은 최소한의 보호 장치이다.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정부도 처음부터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은 없었다. 문재인정부 집권 이후 부족하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주 52시간 상한제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4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노사협의회 설치도 의무사항이 아닌 29인 이하 사업장 노동자들은 노조 조직률이 0.1%(2019년)에 불과한 만큼, 사용자와 교섭으로 임금을 인상하기 어려우며 최저임금 인상이 거의 유일한 임금인상 방법이다. 


문재인정부 집권 5년 차인 2021년 최저임금(8,720원)은 2017년 취임 당시 박근혜정부가 결정한 최저임금(6,470원)보다 34.8%(2,250원) 인상한 금액이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당시 최저임금(4,860원)에서 5년 차 최저임금 인상률이 33.1%인데, 이보다 1.6%p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민주당 신임대표는 최근 고용주들을 만나면서 집권 초의 16.4%, 10.9% 인상을 거론하며 “너무 의욕이 앞섰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나서서 개악하고, 역대 최저수준의 인상률인 1.5%가 그렇게 당연하다는 것인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최저임금을 이렇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며, 노동운동은 이들이 포기하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종적으로 공익위원들이 결정하는 구조이지만, 노동계 대표가 이들을 설득하고 사회여론을 형성하는 역량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통이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저임금 포기는 지금도 열악한 처지에 있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삶을 국가가 버려두는 것이고, 노동계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19로 경제봉쇄 조치를 취했던 독일, 뉴질랜드, 호주,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거나 예고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이를 만회해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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