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큰폭 인상 때 고용률 살펴보니: 경향신문(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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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큰폭 인상 때 고용률 살펴보니: 경향신문(07.20)

구도희 5,316 2017.07.21 02:45
 
 
내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보다 1060원 인상(16.4%)이라는 역대 최대 인상금액 때문에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일각에선 주장한다.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은 내년 15조2000억원 늘어날 것(중소기업중앙회)” “2020년까지 외식업계 종업원 27만6000명이 실직할 것(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라는 연구 결과도 이런 두려움을 부채질한다. 정말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는 줄어들까.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증거는 없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부터 지금까지 10% 넘는 인상폭이 결정된 해는 1990년과 1991년, 2001년, 2005년 네 차례였다. 그 가운데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2001년 이후 고용률을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통해 살펴봤다. 
 
■고용률 추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 없어 
2002년 최저임금은 2001년에 비해 16.8% 올랐다. 인상률로는 역대 최대다. 2002년 고용률은 60%로, 전년에 비해 1%포인트 늘었다. 2006년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13.1% 올랐는데, 고용률은 59.7%로 2005년에 비해 변화가 없었다. 
대다수 최저임금 노동자가 몰려 있는 청년·고령층 고용률을 살펴봤다. 2002년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은 38.7%로 2001년의 38%보다 0.7%포인트 늘었다. 2006년 청년층 고용률은 43.4%로 전년도 44.9%보다 1.5% 줄었지만 고령층 고용률은 37.4%로 전년도 36.9%에 비해 늘었다. 
 
고용률은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인상률로 올라도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개로 고용률은 소폭 등락을 반복해왔다.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2002년과 2006년은 외환위기 이후 경기사정이 나아지면서 고용률도 상승 곡선을 그리던 시기였다.
 
■“고용 감소 vs 악영향 없어”…엇갈리는 연구 결과 
일자리를 결정하는 것들에는 경기변동, 기업 매출, 정부의 정책 등 무수히 많은 요인이 있다. 최저임금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명확한 상관관계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198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 분야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연구 방법과 대상, 해석 방식에 따라 결과가 엇갈린다. 미국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분석한 워싱턴주립대와 버클리대의 상반된 결론이 대표적이다. 시애틀 시 당국은 2015년 최저시급을 9.47달러에서 11달러로 올렸고 지난해에는 13달러로 인상했다. 워싱턴주립대 조사에 따르면 2014~2016년 사이 시애틀에서는 시급 19달러 미만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9% 줄었고 일자리는 7%가 감소했다. 반면 버클리대는 시애틀과 주변지역의 식료품산업 고용지표를 비교해, 최저시급을 13달러로 올린 뒤에도 고용에 악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선 2000년도 이후 관련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연구자와 기관마다 결론은 제각각이다. 2008년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층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는 정도이고, 고령층에는 의미있는 수준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했다. 김우영 공주대 교수는 2010년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여성 청년층은 1.6%, 남성 청년층은 1.1% 고용이 줄어든다”고 결론냈다. 변수가 많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연구 방법론이 통일돼 있지 않은 탓도 크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최저임금이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통제집단과 비교집단을 설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소득·소비 늘면 생산·일자리 증가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 의뢰로 펴낸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평가’ 연구보고서는 “최저임금이 10% 늘면 1.1% 정도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비가 더 많이 늘고, 산업생산을 유발·촉진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 수준(7.1%)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 압박에 따른 일자리 감축은 6만명 정도, 소득·소비 증대로 인한 고용 증가가 5만5920명~6만3984명이 전체 취업자 규모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수십년간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으나, 최근에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2014년 내놓은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27.5%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36.2%로, 10여년 새 8.7%포인트 높아졌지만 청년, 고령자, 여성 등 취약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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