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는 2018년까지 감정노동 전담 권리보호센터를 설치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악성민원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로 했지만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일자리 보장 등 서울시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8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 종합계획'은 폭언·폭행 등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피해구제에 시가 직접 나선다는 게 골자다.
'감정노동'이란 업무수행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실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도록 업무·조직상 요구받는 노동을 말한다.
서울시와 시의회 등이 조사한 '서울시 공공부문 감정노동자 실태분석과 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시 산하 공공부문 감정노동자는 총 5만148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31.4%인 1만6164명은 사회복지·보육시설 등 353개 민간위탁 기관에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서울시 본청이나 산하기관의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 형태로 고용돼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간접고용 감정노동자가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인데 이들 노조는 공교롭게도 지난달 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 주된 요구사항은 고용 불안과 인력 부족.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시와 교섭을 통해 고용 안정 협약안을 마련했지만 자치구 정신건강증진센터장들의 거부로 고용승계와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를 향해 '진짜 사장 나오라'고 요구하는 것도 고용 안정을 위한 시의 약속을 촉구한 것이다.
실제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3월 정신보건전문요원 3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고용안정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가장 낮은 17.5점에 불과했다. 이는 '직장생활 만족도' 평균 43.8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특히 인력 충원은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의 숙원 과제다. 지난 4월 기준 이들이 맡고 있는 1인당 평균 상담자는 77명 남짓이다. 2인1조로 맡아도 벅찬 인원으로 폭력 상황 등 위험에 노출됐을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정노동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내년 2개 산하기관에 우선 권고하고 차례로 확대할 것"이라며 "고용불안 문제는 2012년부터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공무직 등으로 정규직화하는 작업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