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민간까지 생활임금 확산돼야" … 전문가들 '기업인증제' 도입 주문
서울시가 내년 생활임금을 시급 8천197원으로 확정했다. 정부가 고시한 내년 법정 최저임금(6천470원)보다 1천727원 많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생활임금을 1만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시 2019년 '생활임금 1만원 시대' 연다
서울시는 내년 생활임금을 올해(7천145원)보다 1천52원 오른 8천197원으로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1만3천173원이다. 올해 149만3천305원보다 21만9천868원 오른 금액이다.
서울시는 내년 생활임금을 결정하면서 '서울형 3인 가구 지출모델'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 특성을 반영해 도시근로자 가계지출의 54% 수준을 적용했다. 올해까지는 생활임금 산입기준을 기본급·식비·교통비로 정했는데, 내년 생활임금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을 포함한 통상임금 기준으로 책정했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생활임금 시급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부문 임금실태 분석 결과 교통비와 식비를 제외한 기타수당이 시급 기준 1천455원 정도가 있기 때문에 2018년이면 실질적인 생활임금이 1만원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도 확대된다. 지난해까지는 직접고용 근로자와 민간위탁 근로자만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자회사 소속 근로자와 뉴딜일자리 참여자에게도 생활임금이 적용된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생활임금의 날' 행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4개 경제단체·6개 민간기업과 생활임금 도입 MOU를 체결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는 서구권과 달리 공공부문이 주도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했지만 이제는 민간부문에서도 생활임금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때가 됐다"며 "서울의 생활임금제가 민간부문으로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인증제로 생활임금제 확산하자"
이날 오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지자체를 넘어 민간부문까지 생활임금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영국처럼 생활임금 인증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자발적으로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제공하는 사업주에게 지역 자치단체 생활임금위원회에서 인증마크를 제공해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영국노총은 2011년 시민단체인 시티즌스유케이와 함께 생활임금기금(Living Wage Foundation)을 출범시켜 생활임금을 제공하는 기관들을 인증하고 있다. 올해 9월 현재 영국기업 2천685곳 이상이 생활임금을 주고 있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부)는 "서울시도 인증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자체별로 알아서 실시할 게 아니라 전체 지자체가 함께 협의틀을 구성해 공신력 있게 진행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 및 자치구들은 기업인증·MOU 체결과 병행해 서울시 주관 행사와 축제·영화제에 서울시 생활임금을 반영하는 것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도 중장기적 생활임금 확산과 발전방향을 위한 정책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서울시와 20개 자치구의 생활임금은 최대 7천600원(성동구)에서 최소 6천934원(강서구)까지 차이가 난다. 서울시 생활임금(7천145원)과 같은 자치구는 6곳밖에 없다. 생활임금 산입기준이 자치구별로 다른 탓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별 생활임금에 관한 통일적인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생활임금에 대한 인식이 낮은 만큼 영국 런던처럼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홍보·캠페인·콘퍼런스를 기획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