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대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부터 이야기하자

연구소의창

[연구소의 창] 대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부터 이야기하자

구도희 2,564 2016.03.28 09:55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chaplin@catholic.ac.kr)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통한 상생고용 촉진 대책>을 발표(2016.3.10.)했다. 중소기업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격차 해소 위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억제하거나 10%를 깎아 중소기업에 돌려준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일부 학자는 “현재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이 깨져야 한다”며, “운이 좋아서, 또는 젊었을 때 한때 공부를 잘해서 계속 기득권을 누리는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어렵다”고까지 한다.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 즉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의 문제를 노동자들에게만 책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런 문제진단과 해법이 맞는 것일까. 
 
 
균열된 일터의 임금 격차 진단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논의에서‘99·88’이라는 숫자는 유효한 듯하다. 12.3%의 노동자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학자나 관료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이야기할 때 빠트린 것이 있다. 왜 균열된 일터의 임금 격차가 밖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중구조화 해법을 이야기하는 논자들, 다시 말하면 경영학과 내 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와의 임금 격차는 합리적인가. 정부 고위 관료와 해당 부서 무기계약직간의 임금 격차는 공정한가. 임금 격차의 원인과 결과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근본적인 시각과 접근이 잘못 된 것은 아닐까.
 
사실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노동시장의 상황 즉,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재편되면서, 대기업의 하청기지 역할로 전락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의 관점은 ‘왜’라는 질문에서, ‘무엇에 대한’ 임금 격차인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의 본질은 산업 독과점 현상에서 발생한 구조적 측면이 있다. 지난 20여 년간 경제성장의 과실을 대기업 오너와 자본 소유주들이 독식하고, 중소기업과 종사자들에게는 분배되지 못한 소득 불평등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이 잘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초과이윤이나 성과 공유문제가 제도적으로 구속력 있게 실현된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 노동소득 분배율이 개선되었다는 정부 발표 자료도 찾아보기 힘들다. 자본과 정부는 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원인과 해법을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자에게서만 찾는 것인지 궁금하다. 단순히 임금 격차만 이야기 한다면 상대적으로 고임금 사업장의 연봉만 부각될 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의 임금 격차 문제는 대기업 정규직 임금 1억 논의로만 귀결된다. 
 
 
더 시급한 문제, 누구 사이의 임금 격차인가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해소의 본질은 ‘누구 사이의 임금 격차 해소’인지 논의하는 것이다. 전체 노동자 중 10.6%에 불과한 대기업 정규직 임금이 100일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30.8%) 임금은 34.6 수준이니,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깎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소득분배의 재구성부터 논의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해법을 찾으려면 재벌 오너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과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에 대한 격차도 이야기해야 한다. 대중소 기업간 임금 격차 만큼, 노사간 소득분배의 불평등도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2009년 '기업 이사 보수의 적정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독일의 사례를 참고가 될 듯 하다.
 
H기업 오너의 2015년 연봉(215억7천만원)은 그룹 내 아르바이트 시급의 1천418배나 되며, S기업 최고경영자 중 한 명의 연봉은 임직원의 145배에 달한다고 한다. 재벌 대기업 정규직과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하고, 재벌 오너와 노동자간 임금 격차는 ‘정당한 불평등’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인식에 따라 정부는 ‘근로소득 상위 10% 이내에 속하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기업도 이에 상응하는 기부를 통해 마련한 해당 기금을 대중소 상생협력기금으로 조성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노동시장의 균열된 일터나 임금 격차를 고착화 시킨 요인은 사실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고용안정성과 교육훈련, 단체협약 적용 등 노동시장 형성의 근본 문제들을 응축한 영역들이 많다. 때문에 현재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하나하나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예를 들면 최저임금 현실화나 생활임금제 도입,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화, 직종별 교육훈련 지원 정책들을 확대 강화하는 것부터 모색해봐야 한다. 물론 재벌 대기업의 원하청 규제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세 도입, 단체협약 적용율 확대 등 더 본질적인 해답들도 고민할 수 있는 노사정 틀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 칼럼은 지난 3월 25일 발간된 <월간노사정> 3월호에도 실렸습니다.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