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4·13 총선의 아젠다

연구소의창

[연구소의 창] 4·13 총선의 아젠다

구도희 2,723 2016.01.14 11:17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정치의 계절이 돌아 왔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4월13일 실시되니 이제 석 달 남았다. 선거구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비후보들은 지역사회에 얼굴을 알리고 표밭을 찾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싸늘한 겨울 날씨만큼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국민들의 처지는 착잡하다. 희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선과 독주로 일관하는 정부·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제 구실 못하는 야당도 도긴개긴이다. 힘을 합쳐도 시원찮은 판에 제1야당은 집안싸움으로 풍비박산이다.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모두 혁신을 주장하나, 국민들은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고개를 가로젓는다. 진보진영도 정의당으로 힘을 모았지만 그 존재감이 아직은 분명치 않다.
 
선거는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어느 정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거판이 흔들린다. 아젠다 싸움이다. 선거 승패의 절반은 여기서 판가름 난다. 경제민주화로 박근혜 후보가 대선의 주도권을 잡았던 것처럼 의제 싸움이 선거 판세를 결정한다.
 
남북관계 경색, 민주주의 위기, 경제 불황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것이 없다. 무엇이 20대 총선의 화두가 될까.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로 말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핵심이다. 박 대통령 집권 3년이 지났지만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경제 위기와 고용절벽이라는 음산한 이야기만 회자된다. 박 대통령의 경제성장률 4%, 고용률 70% 달성,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474공약’은 아무도 찾지 않은 옛 노래이다. 조선산업과 철강산업은 위기를 넘어 생존 자체가 문제시 되고 있고,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전자산업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이명박 정부 이후 손대지 않고 질질 끌어온 기업구조조정은 한 순간에 한국 경제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3년간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갚지 못가는 한계기업들이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목숨만 연명하고 있다.
 
경제 위기는 국민들의 삶의 위기로 나타난다. 가계대출은 계속 늘어나 1200조원에 육박한 상태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64.2%에 달한다. 국민 10명중 7명이 크고 작은 빚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빈부격차의 심화이다. 1990년 이후 소득 격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소득 상위 10%의 실질소득이 112.4% 늘어날 때 하위 10%의 실질소득은 44.8% 오르는 데 그쳤다. 자산 불평등은 격차 사회의 원흉이다. 지난해 자산 최하위 20%의 평균 자산은 2845만원인 데 반해 최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9억8223만원이었다. 경제민주화의 구호는 요란했지만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불평등 현상은 개선되지 않은 채 게걸음이다.
 
불평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지니계수다. 2014년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0.331로 전년대비 0.003 상승했고,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0.294로 전년도 수준이다. 소비지출 기준 지니계수는 0.262로 2013년부터 다시 올라 2008년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를 갖는 만큼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고 다시 악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이들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신계급사회이다. ‘헬조선’과 ‘금수저·흙수저론’이 그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5 사회통합실태조사 주요 분석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4%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사회적 분배구조가 공정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가난은 참을 수 있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했던가. 사회적 불평등, 격차 확대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으뜸 과제이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노동자와 서민이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퇴행한다고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정치의 기득권을 보장하는 길이다. 20대 총선 국회의원들의 임기는 2020년 5월29일까지이다. 앞으로 4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들의 대표권을 통해 실현된다. 각 정당들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가. 이제 국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추상적인 말장난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현실 가능한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국민은 손님이 아니라 정치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석 달 후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
 
 
*이 칼럼은 지난 1월 12일자 뉴스토마토에도 실렸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