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새로운 노동운동을 보여준 ‘공교육 멈춤의 날’
작성: 송관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공교육 멈춤의 날’. 2023년 9월 4일은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에 경종을 울리는 날이었다. 교육부가 참여하는 교사를 파면·해임 등 중징계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세웠음에도, 교사들은 연가와 병가를 사용하여 참여하고 행동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직전인 9월 2일에 열린 ‘7차 추모집회’는 전국 50만 교사 중 30만 명이 참여하는 등 엄청난 지지를 보여줬다. ‘공교육 멈춤의 날’까지 이어진 7차례의 집회에서 우리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양상과 변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왜 거리로 나왔는가
‘왕의 DNA’, ‘손이 친구의 뺨에 맞았다’ 등 사례는 아주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지만, ‘교사다움’을 강요받은 교사들의 고통 감내와 희생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뿐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교육 활동에도 학부모나 학생의 폭언과 폭행, 고소·고발이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으며, ‘학부모 기분 상해죄’라는 기괴한 이유로 민원과 괴롭힘, 심지어 아동학대로 엮여 법적 처벌을 받는 일이 빈번해지자 교사들도 이제는 참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교권을 보호하지 않는 관리자와 교육청, 교사를 존중하지 않고 상대방을 대하는 기본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학부모와 학생의 증가와 함께 지나친 법적 조치, 지속적인 괴롭힘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동료를 하나둘 접하면서 교사들은 부득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2023년 7월 22일에 학부모의 괴롭힘에 생을 달리한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1차 추모집회’가 열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교사 개인의 선택과 참여로 시작됐다. 초등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닉네임 ‘굳잡맨’이 추진한 1차 집회에는 불과 준비 이틀 만에 어떠한 동원전략도 없이 1만여 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2차는 ‘수학귀신’, 3차는 ‘네시사십분만기다려요’, 4차는 ‘군밤장슈’, 5차는 ‘서울서울서울’, 6차는 ‘크리스피쿠림’, 7차는 ‘보헤미안교사’가 준비했는데, 매번 개인 자격으로 새로운 집회제안자(주최자)가 자발적으로 등장했고, 참여자 규모는 계속 증가해 7차는 30만 명에 이르렀다.
누군가가 교통편을 제공하는 것도, 간식이나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들 사비로 지방에서 서울로 모였으며,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자발적으로 집회를 제안했고, 질서유지 등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이들은 7~8월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대열 이탈 없이 질서정연하게 성공적으로 집회를 마쳤다.
어떠한 정치적 목적 없이,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동료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연가를 불법으로 정하고 파면·해임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교사들이 목소리를 더욱 높이도록 만들었고, ‘공교육 멈춤의 날’에 상당수의 교사가 참여하게 됐다.
청년 조합원 참여 활성화 어떻게 가능했나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어진 7차례 추모 행사에서 크게 4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소통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1차 집회부터 7차 집회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매번 새로운 주최자가 등장했고, 집회 과정에서 애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한 노하우는 계속 전이됐다. 주최자를 도와주는 집행부 역시 자발적으로 참여했는데, 준비과정은 페들렛(Padlet·온라인 협업 플랫폼),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보다 신속하게 논의할 수 있었으며, 짧은 시간 내 거대한 행사를 7주 연속으로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다음으로는 다른 이슈의 개입 없이 구성원이 체감할 수 있는 단일 이슈에 초점을 둠으로써 단단하게 뭉쳐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10년 차 이내 신규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불행한 사건의 희생자가 비슷한 연차나 나이대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각자 처한 학교 현장에서 스스로 감내하거나 감내를 강요받아온 여건이 비슷했으며,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언제든 비극적인 사건이 스스로에게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구성원의 강력한 지지는 ‘공교육 멈춤의 날’에 소수가 참여하는 경우 교육부의 중징계 방침이 엄포가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동료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동참해야 한다는 행동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동지의식은 살아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세 번째로는 집회 참여자를 결속시키는 방법에서 새로운 노동가요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투쟁가가 아니라 《다시 만난 세계》, 《꿈꾸지 않으면》이 사용됐다. 이는 2016년 7월 이화여대 점거시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면서 집회 참여자의 응집력을 향상시킨 바 있다. 7번의 집회에 사용된 새로운 노동가요는 참여자들이 과거 노동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없더라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게 했다. 즉, 전통적인 투쟁가가 아니더라도 다수의 참여자가 함께할 수 있는 가요로도 충분히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가두행진 없이 예정된 시간에 집회를 종료했다는 점이다. 가두행진이 없으니 교통의 흐름에 불편함이 최소화돼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 도움이 됐다. 집회신고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집회하고, 집회시간을 준수했기에 경찰과 불필요한 마찰이나 집회의 불법성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났다. ‘리유저블컵(대회용컵) 증정 행사 대란’으로 촉발된 2021년 10월 스타벅스 트럭 시위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있었는데, 당시 시위는 집결방식이 아니라 요구사항 문구가 적힌 트럭을 주요 지역에서 운행하며 시민사회에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이는 집회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 과거보다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서이초 교사의 49재에 맞춰진 ‘공교육 멈춤의 날’은 끝났다. 법과 원칙을 따르면서 진행돼온 공교육 정상화 요구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교육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계에서도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집회 참여율 문제, 젊은 조합원의 참여 문제 등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어진 7차례 추모집회에서 그 해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월간 『참여와혁신』 2023년 9월호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