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플랫폼노동 최초의 사회협약과 단체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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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플랫폼노동 최초의 사회협약과 단체협약

김성혁 220 11.09 09:00

작성자: 김성혁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


수년 전부터 플랫폼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연구조사와 토론회, 정부위원회의 각종 TF 등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관련법과 제도가 부재한 가운데 논의만 무성했고, 실제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대책들은 만들어지 않았다. 그런데 시행착오 속에서 뜻있는 전문가들과 노동조합,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 올 가을 실효성 있는 조례와 협약들이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지자체와 국회가 움직이다


먼저 올해 9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경기도에서 ‘플랫폼 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부서를 신설하여 실태조사, 교육, 상담, 현안지원, 제도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시작했다. 10월에는 부산시에서 ‘대리운전노동자 권익보호 조례’를 제정했다. 부산시는 ‘대리호출 공공앱’을 개발하여 부당한 수수료 편취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10월 14일 국회에서 대리운전·배달·퀵서비스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 협약식이 체결되었다. 개인사업자 간의 표준계약서는 노동자에게 의미가 없고, 권고사항에 그치므로 유명무실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나 관련법이 전무한 가운데 플랫폼의 갑질이 판치는 무법지대에서 표준계약서는 적정 수수료, 적정 노동시간, 배차 방법 등을 정하는 데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번 표준계약서는 국토부가 권고한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달(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바로고, 로지올, 메쉬코리아, 쿠팡), 퀵(인성데이타, 서울퀵서비스협회), 대리운전(카카오모빌리티, 코리아드라이브) 등 업계의 대표 회사들이 서명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협약으로서 의미가 있으며, 적용 대상도 수십만 명이나 된다. 협약식에 참여한 노동조합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노조들(퀵서비스,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지부, 대리운전)이고, 정부 측은 청와대, 국토부,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으로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주체들이다. 이후 제도화도 약속하였다.


노동기준 설정과 보호정책 수립을 위한 새로운 약속


노사 자율적인 사회협약도 최초로 체결되었다. 10월 6일 노동조합(서비스연맹, 라이더유니온), 기업(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원사들), 전문가(이병훈, 권현지, 박은정 교수) 3자가 ‘플랫폼경제 발전과 플랫폼노동 종사자 권익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다. 주요 내용은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정의 △계약 체결 시 준수 사항 △안전을 위한 상호 간의 노력 △정보보호와 소통 등의 조항으로 구성됐다. 

특히 배달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권익보호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포럼에 참여한 주체들은 △플랫폼 노동을 포괄하는 사회안전망과 고용서비스 체계 마련 △배달서비스업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배달 플랫폼 산업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기구를 구성·운영하여 분쟁을 해소하고 플랫폼산업의 발전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노력들을 지속하기로 하였다.

또한, 플랫폼노동 최초의 노사 단체협약도 체결되었다. 배달의민족(딜리버리코리아히어로)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과 계약관계에 있는 특수고용 및 플랫폼 종사자들이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지회에 200명 이상 가입되어 있었는데, 우아한청년들은 노조를 인정하여 8개월 협상 끝에 10월 22일 교섭을 타결하였다. 이번 합의는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면서 플랫폼노동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플랫폼기업과 플랫폼노동 종사자가 자율적으로 노사 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이라는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개인사업자로서 계약관계에 있는 특수고용종사자(플랫폼노동 포함)의 노동조합을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상호 신의성실 원칙 아래 교섭을 진행해 무쟁의로 타결을 이뤄낸 것은 해외에서도 찾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받는다. 단체협약 내용에는 △회사의 지속 성장 △조합원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복지 강화를 통한 라이더 처우 개선 △라이더의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위해 노사 공동 노력 등 배달업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 두루 담겼다. 

협약에 따르면 우아한청년들(이하, ‘회사’)은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이하, ‘조합’)을 배송환경, 배송조건, 조합원 안전, 라이더 인권 보호 등에 관해 교섭하는 노동단체임을 인정했다. 특히 라이더에게 배달 물량이 중개될 때 사측이 일정 비율(2%대)을 받던 배차중개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합의했다. 배차중개수수료는 배달대행업계에 관례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나, 이번 협약으로 적어도 배민라이더스와 계약을 맺은 모든 라이더들은 배차중개수수료가 면제돼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더 복지도 대폭 확대됐다. 사측은 이번 협약에서 라이더들에게 건강검진 비용을 제공하고 피복비를 지원하며, 장기적으로 계약하고 일하는 라이더에게는 휴식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라이더 안전 강화 장치도 마련됐다. 양측은 정기적인 라이더 안전 교육을 의무 시행하고, 심각한 악천후에는 회사가 배송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라이더의 안전한 배송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이와 함께 라이더의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서비스질 향상을 위해 캠페인,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SNS 창구를 마련하는 등 회사와 조합이 공동으로 추진할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협약식에서 양측 대표는 이번 협약이 플랫폼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배민 라이더의 숫자는 3천여 명으로 이번 단체협약 내용은 배민의 모든 라이더에게 적용된다. 


노동권익과 산업발전의 동행이 시작되길 


배달·퀵·대리운전 산업의 성장 속에서도 플랫폼 시장은 제도 정비가 부재한 가운데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 건당 수수료 구조에서 각종 비리와 갑질이 만연했다. 올 가을 동시적으로 결실을 본 플랫폼노동을 위한 각종 협약, 조례 등이 제대로 이행되어, 소외된 플랫폼노동자 권익을 보장하고 플랫폼산업 발전의 의미 있는 기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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