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시론)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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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시론)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노광표 164 09.21 15:54

#. 이글은 2020-09-17 06:00 『뉴스토마토』 '(시론)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에 실렸던 글 입니다. [기사링크] 


작성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추석 경기는 싸늘하고 모든 것이 어수선하다. 그래도 견디며 극복해야 할 시간이다. 추석 때마다 불거지는 노동 현안은 임금체불과 산업재해이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불황과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 이슈까지 겹쳐진다.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 수와 체불 금액은 매년 증가 추세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는 총 153만2천679명이고 피해액은 7조원에 달한다. 20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피해 노동자는 18만4천80명, 체불액은 9천800억원이다.  일인당 피해액은 약 530만원이다.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해 명절 쇠는 건 고사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든 노동자들이다. 

 

체불임금 이슈는 오래되었지만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임금체불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개선은커녕 뒷걸음질하고 있다. 일본은 경기 침체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황을 겪었지만 체불임금 규모는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경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잘못된 기업문화가 근본 원인이다.

 

노동자의 임금과 퇴직금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지만 우리는 매번 후순위로 밀린다. 이런 경영 문화를 조장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다. 근로기준법은 체불 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제재 사유를 재산 은닉이나 도주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징역형은 예외적이고 대부분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 게다가 체불임금의 일부를 주고 노동자와 합의만 하면 처벌도 받지 않는다. 처벌받지 않는 관행은 체불임금을 양산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은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 몰고 있다. 재난은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하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해고’가 논의되는 사업장은 그나마 낫다. 파견용역, 영세사업장, 하청업체,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악 소리 한번 하지 못하고 일터에서 쫓겨난다. 대리운전기사, 문화예술인,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돌봄 교사, 시간강사 등이 그들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항공과 관광산업이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고용을 유지하던 관광분야 업체들의 고용 조정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소규모 여행업체는 폐업에 들어갔고, 대형 여행사들도 버티지 못하고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정리해고는 아니지만 더 이상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직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고 있다. 하나투어는 6월 기준 직원 수가 작년 말보다 94명, 노랑풍선과 모두투어도 각각 53명, 52명의 직원이 줄었다. 1467명에 달했던 강원랜드 기간제 노동자도 144명으로 급감했다. 

 

지난 9월 7일 이스타항공은 직원 6백여 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운반하는 하청업체인 ACS도 2백 명의 직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대우버스 울산공장 노동자 478명 중 386명이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다. 대구 달성공단 한국게이츠 공장 노동자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공장 폐업과 시설 폐쇄를 규탄하며 대구시청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해고 방지를 위한 근로감독 강화와 생계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요구된다. 

 

산재는 여전히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매년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구호는 앞서지만 현장 은 요지부동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목숨을 잃은 지 일 년 9개월 만에 또다시 일용직 노동자가 2톤 무게 장비에 깔려 숨졌다. 위험한 일을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도 낮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에게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반복된 것이다. 매년 산업재해로 노동자 2천여 명이 죽고, 10만명이 다치거나 병에 걸린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도 다반사로 발생한다. 코로나19로 택배산업은 호황이지만 택배노동자들은 과로사로 목숨을 잃고 있다. 올해만 7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가족과 이별하였다. 지난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었다. 늦어도 괜찮다며, 소비자와 노동자가 연대한 뜻깊은 날이었다. 과로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하루의 휴식을 선사하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만이었다.

 

택배노동자들의 휴식 없는 노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추석 택배 물량이 50% 폭증할 것이 예상되지만, 인력충원 계획도 없고, 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꼬리를 감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택배 없는 날에 “생필품 택배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큰 도움이 됐다. 택배 노동자 여러분이 바로 코로나19 예방의 숨은 영웅”이라고 했다. 하지만 숨은 영웅들이 과로사로 숨지는 노동조건 개선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고발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많이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택배 노동자의 만보기에는 ‘35,000’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누군가에게는 건강한 걸음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3만 5천보는 죽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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