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보시오- 그들을 위한 이론과 실증분석 맞춤 강의 (오마이뉴스 똑경제 2019.4.17, 김유선)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저임금 노동자에게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고, 임금불평등을 완화하고,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는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바람직하지 못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요즘 들어서는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실증분석 결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중고교 교과서는 여전히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가르치고 있다. 일부 언론은 기회 있을 때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액(율)이 1,060원(16.4%)으로 예년에 비해 높게 인상되자,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됐다. 우선, 이론 ▲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곡선. 완전경쟁시장(왼쪽 도표)과 불완전 경쟁시장(수요독점모델, 오른쪽 도표). W=임금, L=노동 ⓒ 김유선 우선 이론을 먼저 살펴보자. 여기 두 개의 도표가 있다. 왼쪽 도표에서 임금과 고용은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A점(W1, L1)에서 정해진다. W1보다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W2)이 결정되면, 임금과 고용은 B점(W2, L2)으로 옮겨간다. 임금은 인상되지만 고용은 감소한다. 이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는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할 때 얘기다. 실제 노동시장에서 완전경쟁시장 가정이 충족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저임금 노동시장일수록 노사 간에 힘은 대등하지 않고, 취업시장에선 사용자가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다. 오른쪽 도표는 불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할 경우, 임금과 고용은 C점(W2, L2)이 아닌 A점(W1, L1)에서 정해진다. 즉 경쟁노동시장보다 낮은 수준에서 임금과 고용이 정해진다. W1보다 높은 수준에서 최저임금(W2)이 결정되면, 임금과 고용은 C점(W2, L2)으로 옮겨간다. 임금은 인상되고 고용도 증가한다. 물론 고용이 무한정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이 W1~W3 사이에서 결정되면 고용이 증가하지만, 최저임금이 W3보다 높으면 고용이 감소한다. 따라서 관건은 2018년 최저임금이 과연 W3을 넘어서는 수준인가이다. 이는 실증분석을 통해서만 검증 가능하다. 영미권에선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최저임금은 10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성이나 파트타임 등 다른 집단에서는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었다. 1990년대에는 '10대 고용도 최저임금의 부정적 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고용이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되었다. 2000년대에는 선행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하는 메타분석이 이루어지면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작다'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구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 건 아니다.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둘러싼 서로 다른 분석결과가 지금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최저임금은 임금정책 수단이지 고용정책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증분석 결과의 차이는 경제학자들에겐 흥미로울지 몰라도, 정책입안자나 저임금 노동자에겐 흥미로울 게 없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라도 부정적 고용효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작다'는 사실은, 최저임금이 매우 효과적인 임금정책 수단이며, 혹시 있을지 모를 부정적 고용효과는 확장적 재정정책이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복지정책을 통해 최소화해야 함을 말해준다. 다음, 실증분석 ▲ ⓒ 고정미 지난해 국내 언론이 보도한 '고용참사' 기사는 1000건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취업자 수는 10만 명 증가했다. 최저임금 때문에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취업자 증가세 둔화는 인구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내수침체, 골목상권 붕괴 등에 따른 장기추세를 반영하는 것일 뿐, 최저임금과 관계없다. 2013년 11월을 정점으로 취업자 증가세는 꾸준히 둔화되어 왔다.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감소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종사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만 명 감소했고, 종사원이 있는 고용주는 4만 명 증가했다. 종사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아무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하거나 가족끼리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관계없다. 자영업자 감소는 2002년 말부터 15년 넘게 지속되어온 현상이며, 2012년에 잠깐 증가했을 뿐이다. 자, 그렇다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효과는 어떨까. 이를 분석 연구한 논문은 지금까지 다섯 편 발표되었다. 이 가운데 네 편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나머지 한 편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후자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곧바로 그 분석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고용(노동자수)이 아닌 총노동시간(취업자수×노동시간)을 분석했고, 15세 이상 인구가 아닌 25~65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연령 대신 출생연도(1952~92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들 문제점을 시정하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한다. 2000년대에 취업자와 노동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제 등에 힘입어 계속 줄고 있다. 따라서 고용(노동자수) 대신 총노동시간(취업자수×노동시간)을 사용하면 부정적 고용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생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기 쉬운 청년층과 고령자를 분석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아직까지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를 뒷받침할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것 : 최저임금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그래도 2018년 16.4%, 2019년 10.9%로 두 해 연속 두 자리 수 인상되었으니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지 않았냐고 얘기한다. 인상률만 놓고 보면 많이 올랐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 다섯 명이 모두 공약해 일종의 사회적 합의사항이라 할 수 있는 최저임금 만원이 되려면 아직도 20% 더 인상해야 한다. 인상률이 높아도 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그동안 최저임금이 너무 낮았음을 얘기해줄 뿐이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루마니아(52.0%), 러시아(26.5%), 마케도니아(19.0%), 아르헨티나(17.9%)가 있고, 2019년에는 리투아니아(38.4%), 터키(26.0%), 스페인(22.3%), 아르헨티나(18.9%), 러시아(18.9%), 캐나다(12.6%), 우크라이나(12.1%)가 있다. 인상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최저임금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529023&CMPT_CD=S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