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시론)0.1%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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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시론)0.1% = 27%

노광표 3,494 2019.11.11 11:01

#. 이글은 2019-10-08 06:00 『뉴스토마토』 '(시론)0.1% = 27%'에 실렸던 글 입니다.  [기사링크]

작성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역대 정부와 비교하면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현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시나브로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는 약속이 현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가 실망과 분노로 바뀐 핵심은 경제다. 소득주도성장과 포용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 걸 맞는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고 집행되지 않았다. 2년 반이 지났지만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강고한 불평등 구조는 강고하다.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은 변함없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이다. 근원적이고 발본적인 개혁 없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개혁은 저임금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도 빈곤층의 희망도 말할 수 없다.
 
정부는 집권 초 소둑분배를 개선하고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 중심으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을 2년간 30% 올렸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였고, 이들 정책들도 용두사미다. 2년간 많이 올랐던 최저임금은 속도조절에 들어가 2020년 최저임금은 2,9% 인상에 머물렀고, 경제 어려움을 핑계로 주 52시간제는 300인 이하 사업장 적용 유예가 흘러나온다.
 
재벌개혁, 조세개혁, 사회안전망 구축은 아직 손도 못되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가 나오기도 전에 소득주도를 꾀할 정책들은 중단되거나 축소되었다. 소득 격차는 거꾸로 더 벌어졌다. 통계청의 2019년 2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올 들어 소득 2·3·4분위 가구의 가계소득이 증가했다. 3분위 가구의 소득증가율이 1분기(5%)와 2분기(6.4%) 모두 가장 높았다. 소득 증가에 힘입어 지난 3분기 기준 수출과 설비투자가 각각 12.2%와 2.7%씩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소비는 1.7% 늘었다. 하지만 소득 하위층인 1분위 소득이 하락하며 소득격차는 더욱 커졌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17년 2분기 4.73배에서 ’18년 2분기 5.23배, ‘19년 2분기엔 5.30배까지 벌어졌다. 집권 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국민들의 심리적 박탈감은 더 커졌다.
 
소득 격차는 자산 격차로 연결되고 불평등 구조를 심화한다. 김정우의원의 ‘2017년 귀속연도 통합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상위 0.1%에 속하는 2만 2482명은 총 33조 1390억 원의 통합소득을 올렸다. 통합소득은 근로소득과 종합소득(사업·이자·배당·기타소득)을 합친 것인데, 상위 0.1%는 통합소득 신고자 전체인 2248만 2426명이 올린 소득 772조 8643원의 4.3%에 해당한다. 상위 0.1%의 통합소득 33조원은 하위 27% 구간에 속하는 629만 5080명의 통합소득인 34조 8838억 원에 육박한다. 최상위에 속한 2만 2482명과 하위 629만 5080명이 벌어드린 소득이 같은 나라이다. 통합소득을 항목별로 보자. 이자소득은 상위 1%인 52만 4353명이 전체 13조 8343억 원의 45.9%인 6조 3555억 원을 가져갔다. 이들의 1인당 연평균 이자소득은 1212만원이다. 상위 10%의 이자소득은 12조 5654억 원으로 전체에서 90.8%를 차지했다.
 
배당소득은 어떠한가. ’17년 기준 배당소득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 수는 9만3133명으로 이들은 전체 배당소득 19조 5608억 원의 69%에 해당하는 13조 5065억 원을 가져갔다. 1인당 연평균 배당소득은 1억 4500만원이었다. 상위 10%의 배당소득은 2017년 18조 3740억 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3.9%에 이르렀다.
 
자산 격차는 부동산에서 두드러진다. 집값 안정을 위해 신도시를 또 건설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국민들은 심드렁하다. 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투기를 잡지 못하면 집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8년까지 10년간 주택 보유자 상위 1%는 10만 6,000명에서 13만 명으로 2만 4,000명 증가했다. 상위 1%가 보유한 주택은 37만 채에서 91만 채로 54만 채 증가했다. 1인당 보유 주택이 3.5채에서 7채로 2배 증가했다. 전체 주택 보유자는 ’08년 1,060만 명에서 ’18년 1,300만 명으로 240만 명 늘었다. 주택물량은 490만 채 증가했으나, 보유 인원은 240만 명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250만가구의 주택을 다주택자가 또 구입했음을 의미한다. 2017년 귀속 부동산 양도차익은 84조 8000억 원으로 상위 1%가 23%, 상위 10%는 63%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단지 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자산격차 확대와 소득불평등 심화는 대한민국을 공정사회가 아닌 절망사회로 몰아넣는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노력에 의한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011년 본인, 자녀의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 응답자는 각각 28.8%, 41.7%였지만 2017년에는 23.1%, 30.6%로 줄어들었다. 집권 후반기 경제민주화와 빈부 격차 해소를 통한 ‘함께 잘사는 포용적 국가’를 위한 정책을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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