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쌍용차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과 대응 방안/김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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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창] 쌍용차 대법원 판결의 부당성과 대응 방안/김태욱

구도희 5,259 2014.11.24 09:53
 
- 김태욱 변호사(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1.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 요지와 부당성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쌍용자동차가 2009년 6월 8일 한 정리해고에 대하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해고회피노력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 유동성 위기 관련
대법원은 당시 쌍용차가 담보를 활용하여 금융권으로부터 신규자금을 대출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하면서 그 근거로 산업은행의 대출 거절을 들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는 산업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이나 사채, 기업어음발행, 자산매각 후 리스 등 민간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를 인정한 대법원은 유동성 위기의 회피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것이다. 
나. 유형자산 손상차손과 재무건전성 위기 관련
대법원은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므로 다소 보수적으로 예상 매출 수량 추정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합리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유형자산손상차손이 과대 계상되지 않았고 재무건전성도 위기 상황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당시 신차 개발이 거의 완료된 C200(코란도C)의 경우 반드시 매출 수량이 추정되었어야 하며,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조서에 의하더라도 기존 차종의 경우 모두 공헌이익이 (+)였으므로 계속 생산되어 판매하면 미래현금흐름증가로 이어질 것이었다. 즉,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과대계상된 것이다. 또한 유형자산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부채비율이 561%에서 187%로 떨어지게 되고, 2007년을 제외하고는 2009년 전반기까지 계속 (+)의 영업현금흐름을 유지하였으므로 영업만으로도 이자비용 등을 감당하며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만연히 쌍용차의 재무건전성 위기를 인정한 것이다. 
다. 쌍용자동차 경영위기의 성격 관련
대법원은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 없고, 이는 상당기간 신규설비 및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데서 비롯한 계속적·구조적 위기라고 보았다. 그러나 쌍용차는 2008년 이전 상당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2005년과 2008년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었고, 신차종 개발도 예정되어 있었다. 2008년 들어서 국제 금융위기, 경유가격 인상, 유럽 환경 규제 등이 중복적으로 작용하여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뿐이다. 그러나 정리해고가 있었던 2009년 6월 이후에는 문제의 원인(금융위기, 유럽환경 규제, 경유가격 인상)들이 개선되기 시작하여 매출 회복이 기대되던 상황이었다.
라. 인력구조조정 규모 산정 관련
나아가 대법원은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경영판단의 문제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하는데, 쌍용차는 모답스 기법 등을 활용하여 적정한 인력규모를 산출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모답스 기법 등을 활용하여 어떻게 구조조정 규모를 산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레이아웃을 검증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었음에도 위와 같이 인정하였다. 또한 대법원 쟁송과정에서 쌍용차는 그 주장을 스스로 변경하여 교대조 감축(2교대⇒1교대)이 인력구조조정 규모 산정의 가장 큰 근거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에 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
마. 해고회피노력 관련
대법원은 희망퇴직, 부분휴업, 임금동결, 복지중단, 사내협력업체 인원축소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으므로 해고회피노력도 다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해고회피노력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대법원은 이러한 관점에서는 살피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8월 6일자 무급휴직 조치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고용을 유지하는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본 2심에 대해서도 8월 6일자 무급휴직은 고육지책이라고만 폄하하면서 6월 8일 당시 무급휴직 등의 시행가능성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않았다. 
 
 
2. 정리해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추세와 문제점
최근 정리해고에 대한 판결을 보면 대법원은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동서공업, 콜트, 파카한일유압 등. 특히, 콜텍 대전공장 폐쇄로 인한 정리해고) ② 또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해고회피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한 사례는 거의 없다.(단, 풍산 정리해고의 경우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인정하면서도 해고회피노력을 부정하였는데, 대법원 계류 중이다.) ③ 그러나 고용안정협약의 효력은 인정하여 협약에 위반된 정리해고는 원칙적으로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포레시아, 진방스틸, 한국공항공사 판결 등) ④ 결국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4가지 요건 중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금호타이어, 위니아만도 등)을 제외하고는 사용자의 판단을 상당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법 심사 기준을 크게 완화한 것으로서 정리해고 남용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3. 파기 환송 이후 쌍용차 사건의 법률적 대응
파기 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새로운 사실 인정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대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긴 경우에는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또한 쟁점이 되지 않았던 주장도 새로 할 수 있다. 유동성 위기, 유형자산손상차손 및 재무건전성, 인력구조조정 규모 산정 등에 관한 대법원 판단의 근거가 된 사실관계에 대하여 추가적인 입증을 하여 다른 판단을 받을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고용안정협약을 위반한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는데, 쌍용차는 2006~2008년간 무려 3회에 걸쳐 전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였음에도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하였다. 더군다나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각종 보고서들도 1~2년 후 신규채용을 전제로 하고 있었으므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한 상황이었고, 쌍용차지부도 이를 적극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는 오히려 이에 반대되는 조치(교대조 감축)를 한 것이다. 이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판단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파기 환송심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판단을 다시 받아낼 것이다.
 
 
4. 정리해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
가. 외부감사 독립성 개선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선택하도록 하는 자유수임제 실시 이후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크게 약화되었고, 이는 부실 감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회계부정에 기초하여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사업장이 쌍용자동차 말고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라도 제대로 감독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지정 감사인제도를 포함한 외부 감사 독립성 강화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나. 근로기준법 개정 등
구조조정에 대한 쟁의행위도 불법으로 치부하여 집단적 노사 자치에 의한 해결도 막아놓으면서 사법심사도 느슨하게 하는 것은 대법원이 기본권 보호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계속하여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서 해석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근로기준법 개정, 노동법원 설치, 대법관 구성의 실질적 다양화 등)가 필요하다.
다. 경영자료에 대한 사전 검증제도 필요
도산을 피하기 위한 예외적인 경우에 정리해고가 허용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사용자가 제출하는 각종 경영 자료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 이는 정리해고에 대한 사전적 통제 장치이기도 하고, 이후의 법률 쟁송 과정에 대비하여 입증자료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각종 경영 자료들에 대한 효과적인 검증을 위해서는 회계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데, 정리해고 시에 사용자의 비용부담으로 공인회계사의 조력을 받아 구조조정 계획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한 프랑스 사례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5. 결어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정리해고에 대하여 매우 느슨하게 사법심사를 하고 있다. 그랬기에 쌍용차가 2,646명(전체 직원의 37%, 생산직은 2,099명으로서 전체 생산직의 44%)을 구조조정(실제 정리해고 인원은 980명)하는 것이 문제없다고 보게 된 것이다. 이 부당한 판결에 대하여 파기 환송심에서 끝까지 다툴 것이다. 아울러 위에서 본바와 같은 제도적 개선 노력 및 손해배상 문제를 다루는 손잡고 모임과 같이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사회운동 차원의 고민도 필요한 상황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금속노조 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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