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미학 그 실현을 위하여

노동사회

투쟁의 미학 그 실현을 위하여

admin 0 2,212 2013.05.07 07:41

"한사람을 해치는 것은 모두를 해치는 일이다."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의 조직 슬로건이다. 이것은 노동자계급의 정체성을 직접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노동정치의 실상에 비추어, 노동자계급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 노동자 자신들이 갖는 분노도 바로 이런 계급성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한국 노동조합운동은 2001년 투쟁을 큰판으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것은 노동운동이 부닥친 도전이 거세게 다가서고 있고, 그것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이 매우 절박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피지배세력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벌이는 저항과 투쟁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정당성을 지닌다. 그것은 때로는 참담한 패배를 경험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찬란한 승리를 획득하기도 한다. 노동자계급의 저항과 투쟁은 패배든 승리든 그것을 떠나 전계급적인 형태로 장렬하게 추진될 때, 그것은 말 그대로 훌륭한 미학을 연출하게 된다.

'한사람을 해치는 것은 모두를 해치는 일'

노동운동이 부닥친 도전의 양상부터 보자. 도전은 실로 광포하고도 교활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제화의 진행이 노동 사회를 무척이나 핍박하게 만들고, 신자유주의 공세가 노동자들의 노동·생활 조건을 꼼짝 못하게 옥죄고 있는 데다, 자본측이 진행하는 경영합리화가 노동통제를 극심하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과 국가권력이 엮어내는 새로운 통제와 지배 형태가 엄청난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편, 노동자계급의 요구 확대와 다양화도 도전의 한 갈래를 이루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거대 도전에 대응하고 노동자계급의 절박한 요구 실현을 위한 노동운동의 투쟁방침은 어떠한가. 민주노총이 설정한 2001년 투쟁기조는 이렇다. "2001년 노동자 투쟁은 3년간 강행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분명히 드러내고, 기존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기와 더불어 반제·반김대중 정권의 기조를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런 기조 위에서 투쟁 목표는 '신자유주의 저지·김대중 정권 퇴진'으로 설정했다.

투쟁 요구는 다음과 같다. 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저지·정리해고 철폐, ② 임금(12.7%)인상 및 단협 쟁취, ③ 비정규직 정규직화·차별철폐와 노동기본권 쟁취, ④ 노동시간 단축, ⑤ 사회개혁(의료, 교육, 언론, 조세개혁), ⑥ 국가보안법 철폐와 민족자주권 쟁취 등이 그것이다. 이런 요구 해결을 위한 투쟁 방식은 6월 12일을 기점으로 삼은 전조직적인 총력투쟁으로 결정했다.

한편, 한국노총 이남순 위원장은 지난 4월 30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면서 정부에 7개항의 요구를 제기했다. ① 민심 이반과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거국내각 구성, ② 노동정책의 위상 재정립 및 부당노동행위 근절, ③ 일방적 구조조정 즉각 중단, ④ 공권력 폭력행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금융노조 간부 등 구속노동자 즉각 석방, ⑤ 3대개혁입법, 주5일 근무제, 모성보호법의 입법화, ⑥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및 비정규직 보호, ⑦ 통일노동절 행사에 대한 지원 및 국가보안법 폐지 등이다.

또 한국노총은 제111주년 세계노동절 결의문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공세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고 노동자의 노동권와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1300만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한편 일방적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2001년 공동 임·단투 승리를 위해 총력 투쟁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투쟁 과제로서는 주 40시간·주5일 노동제 쟁취,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와 생존권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공무원 및 교수노조의 법제화, 의료정책의 전면적인 수정과 건강보험 재정통합 방침의 철회, 공공·금융산업 및 기업에 대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대응, 기업연금제 도입과 월차·생리휴가 폐지 등 근로조건 개악음모 저지, 산·전후 휴가의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의 즉각적인 개정과 모성보호 비용의 사회분담화, 공안정국의 중단과 구속 노동운동가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을 저지와 적정임금 확보 및 노동조건의 개선 등을 제기했다. 

신자유주의 저지와 국가권력에 대한 대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내세운 투쟁목표는 노동·생활 조건의 개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우 광범한 영역에 걸쳐 있고, 또 그것은 제도·정책의 개혁과 맞물려 있는 내용들이다. 또 투쟁기조도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으로 집약되고 있다. 이런 투쟁 목표와 투쟁 기조는 노동자계급의 노동·생활상의 직접적 요구와 기본권리 확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으며, 결연한 대응 태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이 설정한 2001년 투쟁기조는 과연 올바른 것이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가. 투쟁전략 설정과 투쟁목표 그리고 전술 운용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숙고해야 할 대목이 있다.

먼저 2001년 투쟁의 전개와 노동운동의 보편적 전략 실현 문제부터 보자. 노동운동의 보편적 전략은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촉진하고 조직역량·투쟁역량을 강화하며, 노동자계급의 자주적 의식을 향상시켜 정치적 발전을 꾀하는 데 있다. 또 노동자 투쟁의 전개는 현장을 기초로 산업별 통일투쟁을 축으로 삼아 지역적·전국적 통일투쟁으로 발전해야 하고, 나아가 전민중적 공동투쟁을 주도하고 민족문제의 해결을 위한 통일전선 체제의 강화로 이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이 추구하는 이런 보편적 전략에 비추어, 2001년 투쟁기조는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를 통한 현장조직'과 '현장 조합원 조직' 등의 내용을 담고는 있으나, 계급적 단결 촉진과 조직·투쟁역량의 강화 그리고 정치적 전진을 위한 명확한 목표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투쟁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 전략을 비롯하여 산업별 노조 체제 구축을 위한 조직노선, 공동투쟁·통일투쟁의 강화를 통한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정확한 결합, 국민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할 민중연대 투쟁의 올바른 전개, 민족자주와 민족통일 촉진을 위한 실천 방침 등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전개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투쟁 목표와 관련된 것이다. 2001년 투쟁 목표인 '신자유주의 저지와 김대중 정권 퇴진'은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정이다. 이 투쟁 목표가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투쟁 목표는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이나 민주노총이 강조해 왔던 '한국 자본주의의 근본적 개혁'이라는 전략 목표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투쟁목표로서 자기 구실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략 목표와 투쟁 목표가 통일을 이루지 못할 경우, 투쟁의 전개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투쟁의 성과도 낮은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본다면, 신자유주의는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적 속성을 말하는 것이고, 김대중 정권은 한국 자본주의의 온전한 유지를 위한 보수 정권임이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저지와 김대중 정권의 퇴진'은 현대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과 한국 자본주의의 근본적 개혁을 전제하지 않는 한, 그야말로 개량주의적인 요구가 될 뿐이다. 한편으로, 노동운동이 계급문제와 민족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6·15 남북 공동선언'의 지지·관철이 노동운동에 맡겨진 시대적 책무라는 사실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2001년 투쟁의 전개는 올바른 전술지도를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 올바른 전술지도에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정확한 정세 진단, 명확한 요구 설정, 전술의 대중적·민주적 결정과 실행, 투쟁의 발전방향에 대한 유연한 전술지도, 투쟁 결과에 대한 엄정한 총괄과 평가 등이 그것이다. 현재 노동조합운동이 내놓은 투쟁 전술의 내용들은 그다지 충실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요컨대 2001년 투쟁은 노동운동 발전으로 이어져야 하고, 노동운동 발전에서 요구되는 근본적인 변화는 노동자계급이 사회·정치적으로 얼마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가에 달려 있다.

노동자계급의 강력한 리더십 구축이 노동운동 발전 

노동자계급의 리더십 구축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조직 그리고 행동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노동자계급의 관점과 비전을 펴기 위한 폭넓은 사회적 지지의 획득을 의미한다. 노동운동이 이기주의 집단으로 치부되거나 뒷골목 '싸움꾼'으로 몰려 고립된다면, 광범한 사회적 지지를 획득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01년 투쟁은 노동운동의 권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권위는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개인이나 조직이 행사하는 공인된 영향력을 의미한다. 권위는 모든 형태의 조직에 내재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노동운동이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개혁과 자기 해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지도자들의 도덕적·정치적 권위는 성립되고 또 존중된다. 이런 권위는 노동자 대중과 국민의 이익에 복무하는 올바른 정책을 수행함과 동시에, 조직의 기본노선과 방침 그리고 사회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향상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노동운동 지도부의 리더십과 권위도 함께 증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올바른 전략과 전술에 바탕을 둔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노동자계급의 자기 해방 능력과 역사적 책무 이행을 위한 계급 역량 증대를 가져오게 된다. 2001년 투쟁이 이런 성과를 쌓고, 그리하여 그야말로 투쟁의 미학을 실현하길 기대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