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사회연구소 10년 100호를 맞이하며

노동사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10년 <노동사회> 100호를 맞이하며

편집국 0 2,890 2013.05.17 10:07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올해로 열 돌을 맞이했습니다. 아울러 1995년 5월8일 창간된 연구소의 기관지 『노동사회』가 이번 2005년 6월호로 드디어 100호째를 맞이합니다. 전신인 한국노동교육협회 창립으로부터 19년, 『노동조합의 길』로부터는 110호째 입니다. 그동안 격월간지에서 월간지로, 제호를 『노동사회연구』에서 『노동사회』로 바꾸는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부족하고 더딘 걸음으로도 주저앉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모두 애정 어린 격려와 꾸짖음을 아끼지 않았던 여러분들의 덕택입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출범한 1990년대 중반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노동운동에게 외견에 걸맞은 조직적 집중과 분화가, 그리고 신경영전략 등 더욱 정교해진 자본의 규율에 대한 세분화된 대응방식과 개입이 본격적으로 요구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또한 지난 10년은 10%대의 낮은 조직률 아래서 집단적 노사관계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진전되는 가운데, IMF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고용의 불안정이 더욱 확대되면서 미조직 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문제와 사회적 연대가 노동운동의 주요의제로 부각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 노동운동은 또 다시 ‘위기’라는 언급이 구가될 정도로 가혹한 시련을 맞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거센 바람이 한국사회를 휘저어놓을 때 기업별로 분산되어 있던 노동운동이 조직적 단결과 사회적 연대로서 대응하지 못하고, 파편처럼 휩쓸리고 더욱 더 자기 울타리 안으로 움츠러든 결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묵묵히 자갈밭을 일구고 새로운 노동운동의 싹을 심고 가꿔온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10년을 주기로 찾아온 노사관계의 전환기를 맞이하여, 그 새순이 거대하지만 낡은 관성을 뚫고 노동대중에게 촘촘하게 뿌리박은, 사회의 경계선 밖으로 내몰린 이들에게 쉼터와 열매를 제공하는 건강한 노동운동으로 자라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사회의 노동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 양상과 노동운동이 짊어져야 할 과제들 앞에서, 연구소는 과연 애초의 지향대로 ‘노동자의 편에서’, ‘현장에서’, ‘시대를 앞서서’, ‘세계와 함께 했는지’, 그리고 노동운동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목표로 했던 『노동사회』는 제대로 된 방향제시와 성찰의 장을 마련해 왔는지, 또한 노동자 삶의 울림을 담으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부끄러움이 앞섭니다만, 그러한 반성과 성찰로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10년과 『노동사회』 지령100호의 마디를 그어두겠습니다. 그리고 그 마디 위로 여러분들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호흡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동운동과 민주적 노사관계발전에 헌신하는 여러분들의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