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노조민주주의

노동사회

여성과 노조민주주의

admin 0 5,137 2013.05.0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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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2월, 전교조 여성간부 수련회에서 발제한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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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노동조합운동을 현실로 만든다는 것은 여성의 요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한 조직적 장치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COHSE, NALGO, NUPE(1990)). 

민주주의 없는 ‘민주’조직

노동조합은 일찍부터 민주적 진전을 위한 엔진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많은 나라에서 노동조합이 기본적인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이끌어왔을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민주주의의 학교’로서 민주적인 대중운동을 창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민주주의가 제도적인 대표체를 통해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를 대변하고 참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노동조합의 조직 및 운영에서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조합원의 관점에서 볼 때 만일 노동조합이 가부장적인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여성노동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구조를 ‘민주적'이라고 부르기는 더더구나 어렵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곧바로 노조조합의 운영에서 성(性) 민주주의(gender democracy)가 갖는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를 제공한다.   

노동조합은 그 성격상 자발적인 조직이자 동시에 운동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정당과는 달리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과 행동은 조합원의 동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정책을 논쟁하는 곳이 아니라 행동하는 기구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조합원의 참여와 행동하려는 의지에 의존한다. 최근 들어 조합원의 이해는 다양화·이질화될 뿐 아니라, 때로는 적대적인 경향마저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민주주의는 조합원의 다양한 이해의 차이를 하나로 묶는 그물코의 역할을 하며, 그 일환으로서 성 민주주의는 남녀 조합원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 글은 노동조합의 내부 조직 및 운영에서 성평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노조민주주의의 실상을 알아보고 나아가 그 대안을 모색해 보기 위한 것이다. 성 민주주의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노조내부에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외국 노동조합, 특히 영국 UNISON의 노조 민주화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그것이 갖는 함의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UNISON의 노력은 광범위하고도 창조적인 계획을 통해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조합원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증대시키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Howell, 1996: 527). 

결론적으로 이 글은 노동조합에서 여성은 주변화되고 있으며 여성의 이해는 과소대표되고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조합의 성평등은 작업장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차원에서 성 민주주의의 실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이 글은 노동조합내부에서 여성친화적인 조직문화의 도입, 여성비례제의 실시 및 여성위원회의 설치뿐 아니라 평등협약의 체결, 나아가 사회·여성단체와의 연대를 강조한다. 한마디로 노조운영 및 문화에 있어 ‘노동조합의 여성화’(feminizing of trade unions)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성만의 독자적인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분리주의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망됨을 밝힐 것이다. 

왜 성 민주주의인가?

노동조합에서 성 민주주의는 노조 민주주의의 하부구조를 형성한다. 노조 민주주의에서는 공식적인 민주주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참여와 그러한 참여로부터 발전된 전략적 방향을 더욱 중시한다. 이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일상생활과 관련을 가지며 나아가 노동자들이 자신의 조직을 통제해야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상은 노동조합이 미조직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을 동원할 필요성이 증대된 데 따른 것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관료적인 조직체계에서 무시되어 왔던 평조합원의 주도권을 중시하고 이를 증진시키겠다는 새로운 조직문화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실 90년대 중반이래 노조 현장권력의 쇠퇴는 중앙의 관료화와 맞물려 노동운동을 뒷걸음질치게 만든 중요한 요인의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내에서 이러한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여 온 대표적인 집단이다(최성애, 269). 

노동조합 내부에서 이러한 여성배제는 여성노동자의 차별적인 노동조건과 낮은 조직률과 관련하여 기존 노동조합의 역할에 의문부호를 던지게 만들기도 한다. 2000년말 현재,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와 비슷한 시간을 일하고도 임금은 남성노동자의 63.3%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여성 노동자의 70%(남성은 40%)는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어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최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는 우선 해고의 대상이 되거나 한발 앞서 비정규직으로 전락되기도 한다. 노동조합 조직률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의 그것에 훨씬 뒤떨어진다. 예를 들어, 2000년 12월 현재 여성 임금노동자 523만 2천명 가운데 불과 30만 7천명이 조직되어 5.7%의 조직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남성은 14.9%의 조직률을 나타내고 있다(노동부, 1999). 특히 조직률의 변화를 살펴보면 1989년~1997년 사이에 남성은 21.8%에서 14.9%로 줄어든 데 반해 여성은 같은 기간동안 13.4%에서 5.6%로 격감하였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39.9%를 차지하나 조합원의 비율은 20.8%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여성노동자의 조직률이 남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특히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요인은 무엇인가?  문제는 이러한 여성조직률의 취약성이 단순히 산업구조나 노동시장의 변화 또는 제도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노동조합의 조직구조와 활동상의 취약성-특히 노조내 민주주의의 부재-과 결부되어 있는 것(권현지, 1999: 63)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낮은 조직률, 그리고 노동조합으로부터의 배제를 배경으로 하여 성 민주주의는 보다 구체적으로 여성조합원의 이해 반영, 여성 노조 지도자의 양성, 여성 노동자의 조직확대 및 참여의 증대, 나아가 작업장 및 사회전반에 걸친 민주주의의 확산 등을 목표로 한다. 먼저 성 민주주의란 개념은 남성조합원의 이해는 여성조합원의 이해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상이한 이해구조에서 여성노동자의 이해는 여성간부가 보다 잘 반영한다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여성의 이해를 남성간부가 대표할 때 치명적인 약점은 여성의 삶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의 부재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남녀조합원 사이를 규정하여왔던 이념은 ‘계급’이라는 이름으로 남녀간 이해관계의 이질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비록 이질성을 인정하더라도 남성간부가 가부장적인 사회관계에서 여성의 이익대표에 보다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실증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사람은 Heery 등(1988)이었다. 그들에 의하면 여성간부는 남성간부에 비해 여성들의 충원과 조직화, 그리고 단체교섭에서 여성의 요구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노조 내부의 개혁은 노조의 활동이 여성의 관심과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조의 운영과 행정을 여성화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한 여성학자는 “노동운동의 미래는 여성노동을 대규모로 조직하는 능력, 그들을 노조안의 지도적인 위치로 끌어올리려는 의지, 나아가 여성활동가들이 문제와 노조일에 접근하는 방식으로부터 배우는 자세에 의존할 것이다”(Needleman: 148)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곧바로 여성지도자 양성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노동계급의 지도자는 일반적으로 현장활동 경험을 통해 경력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현장활동은 노조 지도부에 진입하는 최초의 입구를 의미한다. 경험, 정치적 기술, 자신감 그리고 현장수준에서 획득한 지식 등은 노조의 위계를 따라 상승하는 것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실제로 노동조합의 지도부 중에서 여성들이 대표성의 부족을 겪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현장수준에서 여성의 노조활동 참여에 많은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장애는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두 가지 직업(가정과 직장에서)을 갖고 있어 노조활동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남성들이 노조일에 더 적합하다고 믿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지기도 한다(Chaison 등, 1989).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는 여성들이 가부장제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노동조합 안에서부터도 배제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노조민주주의에 대해 증대하는 관심은 현재 노조에 닥치고 있는 ‘위기’상황과 관련된다. 이러한 위기상황의 한 지표는 노조의 조직률이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으며, 더욱이 비정규직의 급증으로 신규조직화가 크게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조직활동에 대한 현장노동자의 참여가 떨어지고 동원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노조운동의 위기를 말하는 또다른 지표이다. 즉 현장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며, 나아가 노동운동을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노조민주주의의 실현이 필수적이라는 믿음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관료화는 남성우위문화, 즉 가부장제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여성의 조직화 및 참여, 그리고 동원을 막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재생을 위해서는 여성노동자들의 요구에 반응하며 그들을 조직하는 것이 노조전략의 핵심으로 대두하게 된 것이다. 

노동조합의 또다른 중요한 목표의 하나는 민주주의를 작업장과 경제영역에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역시 노조 내부의 민주주의가 핵심적이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은 그들의 동료가운데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가르치고 실행함으로써 사회안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노조민주주의는 의회민주주의의 결점을 보완하고 노동자계급의 지도자를 훈련시킴으로써 시민사회의 민주주의를 함양한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확대는 단체교섭과정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보와 더불어 여성의 이해실현과 관련된다. 물론 이러한 요구는 나아가 법적, 제도적 변화를 통한 사회전반의 성평등의 실현이라는 문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이상으로 노동조합 내부에서 성 민주주의가 갖는 중요성, 즉 여성노동자의 조직화와 참여 및 동원, 여성간부 양성의 필요성, 나아가 작업장 및 사회적 수준에서 민주주의의 교두보로서 갖는 의미를 살펴보았다. 아래에서는 노조의 조직구조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고 여성의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을 노조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UNISON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UNISON, 노조의 여성화를 위한 도전 

UNISON은 영국 보수당정권의 신자유주의에 따른 노동조합 탄압을 극복하기 위해 1993년 당시 10위권 내의 규모에 속하던 3대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통합으로 이루어진 영국최대의 노동조합이다. UNISON은 지방정부·의료·대학·수도·에너지(전력, 가스)·운수 등을 조직대상으로 하며, 1999~2000년 현재 조합원의 규모는 130만명이다. 이중 여성노동자는 93만명으로 전체조합원의 72%를 차지하고 있다(Labour Research, 2000).  

UNISON에서 성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은 현장중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성 민주주의가 ‘노동조합의 권력과 영향력은 조합원에 있으며 나아가 이는 조합원들 사이에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성 민주주의는 여성할당제를 넘어 비례대표제의 실시와 공정한 대표성의 확립, 그리고 여성독자조직의 구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사항은 노조 민주주의라는 노동조합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규약으로 규정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친화적인 조직문화의 육성이 여기에 포괄될 수 있을 것이다.  

UNISON에서 성 민주주의의 실현은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조치’의 실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성을 무시하는 성맹적인 접근(gender-blindness)이나 성중립적인 접근(gender-neutral approach)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적극적인 조치란 성중립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결과적으로 야기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조치, 즉 ‘과거차별의 현재효과’에 대한 치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조순경, 2000b: 3). 노조가입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여성은 작업장의 성격이나 가계/가족의 경험으로 인해 남성에 비해 불리한 여성만의 특수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인 신분제도에 얽매여 여성의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조합원이나 경쟁상대인 남성후보의 성차별적인 선거관행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Needleman, 1998; 정현백, 2000). 

UNISON에서 여성의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해 취한 첫번째 조치는 여성비례제의 실현이다. 이러한 여성비례제는 규약으로 명문화되어 있으며 예를 들어, 위원장(1인), 부위원장(2인)의 3인중 2인은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며 전국대의원을 비롯하여 지역대의원, 현장위원 등 모든 선출직의 구성에서도 이러한 비례는 준강제되고 있다. 이러한 비례제는 특히 지역별 조합원의 직선에 의해 선출되며 사실상 노조의 최고권력기관이 되고 있는 중앙집행위원회의 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규약에 따른 중앙집행위원의 선출기준은  표1 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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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10만명 미만의 선거구에서는 3명의 중집위원중 2명이, 15~20만명의 선거구에서는 4명중 3명이, 그리고 20만명 이상에서는 5명중 적어도 3명이 반드시 여성이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저임금 여성노동자(사실상의 비정규 노동자)에 대해서도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각 선거구에서는 의무적으로 저임금 여성노동자 한 명을 중앙위원으로 선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편 McBride (1998)는 일반적으로 남성들과 경쟁을 통해 선출된 여성간부보다는 여성비례제에 의해 선출된 간부가 여성관련 활동에서 보다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UNISON 연구에서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여성의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한 두번째의 조치는 독자적인 공간으로서 여성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위원회는 독자적인 전국여성 대표자회의와 전국집행위원회, 그리고 지역, 지부내에 조직을 갖고 있으며 동료들 사이에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성위원회는 그들만의 관심과 열망을 공유하며 사업의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뿐만 아니라 전국대의원회에 최대 2개의 동의안을 상정할 권한을 갖는다. 특히 UNISON의 실험을 연구한 Cunnison 등(1993: 167)은 UNISON에서 여성의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조치가운데 전국여성대표자회의야말로 “여성들로 하여금 그들의 집단적인 아이디어와 강령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장 유망한 공간”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집합적인 목소리’(corporate voice)라고 부르고 있다.

UNISON의 경우 여성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조직구조 내에서 여성, 모든 직급, 유색인종, 장애인 및 동성애 조합원을 위한 공정한 대표성을 확립한다”는 규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 또한 여성위원회는 그 목표로서 ① 조합원사이의 관심과 열망을 공유하며 스스로 사업의 우선 순위를 확립하는 일, ② 다른 특성위원회(유색인종, 장애자 및 동성애자 위원회)나 노동조합의 다른 조직기구에 파견할 여성대표를 선출하는 일, ③ 적절한 기금과 교육 훈련, 접근, 홍보 및 의사소통 등을 포함한 자원을 확보하는 일, ④ 여성조합원의 자신감을 확립하고 참여를 격려하며 폭넓은 결합기회를 제공하는 일, ⑤ 노동조합의 확립된 정책, 규정 및 규약내에서 활동하는 일을 들고 있다. 

‘여성만의 조직’은 가끔 노조내에서 분파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조직은 여성들의 노조참여를 부추킬 뿐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 - 가사의 추가부담이나 경력의 중단, 고용에서의 차별, 여성에 대한 성적인 접근, 여성에 대한 폭력 등에 대한 - 를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노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성독자조직은 그것이 여성에 관한 것이자 동시에 조직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즉 여성조직의 성공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조직구조와 관행으로부터의 자율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조직구조에 대한 통합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 상대적으로 통합된 조직은 적절한 자원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반면 자율성의 축은 여성들의 관심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Briskin, 1993: 102). 

세번째로 여성친화적인 조직환경의 구축도 노조가 추구하는 주요한 정책의 하나이다. 이를 위해 각종 회의 및 집회는 근무시간중이거나 여성조합원이 참가하기 쉬운 시간 및 장소를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각종 회의에는 탁아방이 마련된다. 필요할 경우 여성조합원은 탁아비를 청구할 수 있다. 조직안에서의 성희롱은 엄격하게 규제된다. 이와 더불어 정시퇴근도 중요한 기준의 하나이다. 노동조합을 조합원에게 친밀하게 하기 위한 노력에는 노조간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특수용어나 은어, 또는 축약어 쓰기를 자제하는 것도 포함된다. 지부에서의 집회가 ‘노조 민주주의의 핵’이라고 한다면 노조활동은 조합집회에 참가함으로써 조직문화에 보다 익숙해지는 과정으로부터 비롯되기 일쑤이다. 여성조합원들은 가사책임, 노동경력의 중단, 집회의 장소 및 시간 등으로 인해 노조활동에 참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조합활동에 대한 여성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참가는 단순히 여성이 작업에 대한 낮은 집착도를 갖고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면, 그 대책은 노동조합이 쏟는 관심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Rees, 1992: 98). 예를 들어, 다음은 여성조합원이 전체의 30%에 불과한 영국의 운수일반노조가 지부에 내려보낸 집회시의 체크리스트이다(TGWU, 1999).

- 여성조합원들이 집회에 참가할 수 있는가.
- 대중교통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가.
- 엘리베이터가 조직되어 있는가.
- 집회장소가 당혹스럽지는 않는가.
- 다른 시간에 열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 지부는 탁아수당을 지불하는가.
- 탁아수당의 존재를 여성조합원들이 알고 있는가.
- 여성조합원들이 집회와 활동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는가. 
- 지부들은 개방적이고 친근한 스타일로 운영되고 있는가.
- 어려운 용어나 약어들은 피해지고 있는가.
- 다양한 이슈를 둘러싸고 논쟁들이 조직되어 있는가. 그리고 집회가 재미있는가.
- 지부는 집회 이후 친목도모를 위한 호프집이나 기금모금을 위한 모임, 디스코 등  을 조직하고 있는가.


노조민주주의의 확대

노조의 조직구조안에서 성평등의 실현과 더불어 또하나의 중요한 영역은 단체교섭을 통해 작업장에서 남녀평등을 실현시키는 일이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서로 다른 작업조건(저임금이나 불안정 고용 등)과 가사책임으로 인해 남녀 조합원 사이에서 교섭의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보다 나은 임금이나 짧은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모두가 찬성한다손 치더라도 여성조합원들은 모성보호조항이나 탁아시설,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노동조건의 개선 등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단체교섭은 작업장안에서 성평등을 증진시키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실현을 위한 주요한 원천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 내부의 개혁, 특히 여성간부의 증대 및 교섭위원으로서의 참가가 요구된다. 동시에 전통적인 교섭범위에서 벗어나 경영권으로 인식되어온 영역에 대한 단체교섭의 범위를 확대시키려는 노력도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교섭수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임금교섭을 상급단위로 집중하고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Kravaritou(1997)은 “분권화된 교섭구조로서는 기회의 평등에 대한 어떠한 진전도 가져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작업장에서의 교섭도 작업장 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여성간부의 양성에 기여할 것이다. 상급협약 및 법률사항의 현장 실현과 더불어 현장특수적인 요구의 제기 역시 고용평등의 실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을 지배해왔던 주요한 정체성은 조합원의 직업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경제주의를 실현시키는 핵심적인 수단은 단체교섭이었다. 그러나 작업장에서의 평등은 여성들이 차별을 경험하는 하나의 공간에 불과할 뿐 사회전체의 불평등 척결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를 지닌다. 더욱이 여성에 대한 법률적인 보호가 미약하고 단체교섭의 범위가 제한적일 경우 단체교섭을 통한 작업장 평등의 실현은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단체교섭 그 자체가 점차 정치적인 판단이나 고용관계에 대한 법률적 규제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단체교섭의 한계는 이미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노동조합은 그 활동에서 조직된 노동자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까지를 포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여성(노동자)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사회운동, 즉 여성, 평화, 인권, 환경 및 교육단체와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이는 노동조합이 스스로를 사회적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상층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사회단체와의 형식적인 연대가 아니라 조합원이 참여하는 지역 연대를 통해 이른바 공동체 조합주의(community unionism)를 실현시키고, 조합원이 살고있는 이웃으로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정치는 지역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장기적인 건강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사회운동적 조합주의 (social movement unionism)의 실현과 이를 위한 노조 바깥 조직과의 연대형성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노조안의 여성조직은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논의는 여성(노동자)문제의 해결에서 주요한 양대 축은 단체교섭과 법률개정이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참가가 갖는 중요성은 노조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참가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조합원의 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고 그들을 노조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조합원의 이해를 노조가 실현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성간부의 확대와 더불어 평등교섭의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여성주의적 접근은 여성요구의 특수성, 즉 그것이 사회적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회단체(특히 여성단체)와의 연대를 높이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그러면 이러한 논의들이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을 띠고 나타나는가. 다음에서는 이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에 대한 함의

 표2 는 민주노총 여성국에서 2000년 7월에서 9월에 걸쳐 각 연맹과 연맹소속 단위노조들을 대상으로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여성의 참여현황을 조사한 것이다. 이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조사대상 연맹의 의사결정구조에서 여성조합원들은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채용직을 제외한 여성대의원이나 중앙위원 또는 임원의 비율은 모든 조직에서 여성조합원의 비율을 밑돌고 있다. 또한 여성조합원이 50%를 넘는 전교조나 민주관광연맹의 경우에도 여성대의원이나 중앙위원의 비율은 10%를 갓넘거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조합원의 비율이 60%에 이르는 상업연맹의 경우, 여성중앙위원이나 임원은 한 명도 없다. 민주노총에서조차 전체 조합원의 23.3%를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대의원이나 중앙위원의 비율은 각각 6.2%, 7.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위원장 중심적인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구조에서 여성위원장이 보건의료노조에서 유일하다는 사실은 여성노동자들의 소외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공공연맹 등 몇몇 연맹에 여성 임원이 있지만 공공연맹에서의 여성임원할당제나 전교조 등에서 동반출마 시스템에 의한 여성임원의 선출은 아직까지 남성중심적인 노동조합에서 짐짓 여성을 배려하고 있다는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는 듯이 보인다. 더욱이 여성간부의 숫자가 적다는 점과 아울러 이들 소수의 여성간부들 조차 대부분 주변적인 업무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채용직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여성의 이해를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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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할당제에 의해 선출된 간부가 자칫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그러한 간부가 여성문제 해결의 전위로 나설 수는 없는 구조를 우리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여성의 이해를 조직적으로 대변할 조직(즉 여성위원회)이 없으며, 둘째, 그 결과로서 중간층 여성간부진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는 데 기인한다. 즉 여성간부의 폭이 좁은 상황에서 할당제 여성간부가 여성문제를 주요하게 제기하고 나섰을 때 그 간부는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소외되기가 십상인 것이다. 또한 관료적인 조직구조에서 여성간부가 남성상급자의 지시를 쉽게 깔아뭉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 결과 여성문제는 걸핏하면 다른 ‘급박한 조직 전체의 이슈’에 밀려버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욱 중요하게는 여성할당제가 실시되더라도 그 몫을 메꿀 인력풀이 없다는 사실은 여성간부 육성의 불모성을 드러내는 보다 현실적인 지표이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여성할당제가 ‘소수이나 유능한’ 여성간부의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성위원회 제도의 도입 및 전국여성대표자회의의 설치가 여성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확인하고 조직하는 데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여성할당제도도 여성간부의 발굴이나 교육, 여성들이 갖는 차별적인 이해관계의 조직화라는 측면에서 여성위원회의 활동에 의존하는 바가 적지않을 것이다. 성 민주주의의 목표는 구색용 여성간부의 발굴이나 진출이 아니라 비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들로 하여금 그들의 이해를 표현시키고 나아가 그들을 노조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위원회는 여성의 독자적인 열망과 요구를 담아내는 중요한 틀일 뿐 아니라 동시에 여성간부를 양성하는 중요한 중간 기착지라고 할 수 있다. 

여성위원회는 그것이 기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위로’라는 운영원칙을 실현하는 도구이지만, 그 초기의 설립은 ‘위로부터 아래로’라는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여성문제에 이해를 가진 남성간부의 주도적인 노력이 이를 성사시키는데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여성들의 문제는 여성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성맹적인 접근방식이다. 왜냐하면 ‘과거의 차별효과’로 인해 여성간부들은 조직내에서 ‘소모적이고 자기답보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따라서 주체형성에서도 커다란 어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위원회에 대한 남성조합원의 질투(?)는 다음의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여성국을 잘 운영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성위원회는 여성국이 아니다. 여성국은 집행부서로서 중요 정책의 집행을 담당하며 위원장이나 사무국장 등에 대해 책임을 지는 부서이다. 이에 반해 여성위원회는 의사결정기구로서 여성들에 관한 정책을 결정하고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이다. 즉 여성위원회는 여성국과는 달리 여성조합원에 대해 대표성을 가지며, 따라서 집행부로부터의 독립성과 운영에서의 자율성을 생명으로 한다는 점에서 여성국과는 위상을 달리한다. 여성 독자조직에 대한 남성조합원의 두번째 반응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여성들이 ‘분리되면 안된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될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조직 내부의 단결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여성위원회는 그 자체로서 분파(faction)이며, 그것도 ‘성적 형태로서의 제도적인 분파’라는 사실이다(Healy 등, 2000). 

노동조합에서 남성중심적인 조직체계는 사회적으로 만연된 남성 우위의 작업장 질서가 아무런 여과없이 노동조합에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가부장적 통념이 조합간부들의 의식과 조직문화 그 자체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데에 기인한다(최성애, 293). 또한 이러한 가부장적인 통념은 단체교섭이나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남성임금=가족임금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또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고용차별이나 남성우위의 위계질서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여성할당제나 여성위원회의 설치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여성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가운데 여성사업 담당자 회의를 중심으로 제기된 이러한 요구는 민주노총 전략발전위원회의 보고서에서 또는 민주노총의 임원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의 공약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해서는 모성보호를 확대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운동이 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2월 전교조가 전국대의원 대회에서 “성평등과 조합내 여성의 진출을 위하여 대의원, 임원, 중앙위원 모두 여성할당제를 실시한다. 단, 구체적인 비율과 방도는 선거규정에서 이를 정한다”는 규약을 신설한 것은 여성의 공정한 대표성을 향한  하나의 큼지막한 징검돌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친화적인 환경과 관련하여 노조전임의 초과근로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가사노동의 부담이 노조활동에서 여성차별적인 관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초과근로나 근무시간 이후의 잦은 회식은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성친화적인 환경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조직안의 성희롱문제이다. 성희롱은 강간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굴레벗은 욕구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권력관계 - 그것이 위계적인 권력이든 또는 남성의 성적 권력이든 - 의 표현이다. 따라서 성평등적인 정책은 성적 언어나 행동을 자제시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여성들로 하여금 성희롱사건을 제기할 수 있는 조직적인 제도-예를 들어 평등위원회 등-를 확립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여성독자노조에 대한 평가

노동조합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제안된 것 가운데 흥미로운 것의 하나는 여성의 독자적인 노동조합결성에 대한 요구이다. 예를 들어 최성애(2000: 286, 295)는 “여성노동에 대한 가부장적인 이해가 여전히 지배적인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의 특성상 남성간부들이 이러한 역할[여성정책의 입안 및 의사결정기구에서의 관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대안은 여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서울여성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및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 등 여성의 독자적인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으며, 이 중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은 민주노총에 소속되어 있다. 사실 여성노조는 기본적으로 기존 노조의 남성중시적인 운영에 대한 하나의 대응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여성노조는 기존 노조의 성적 인식에 대한 반발이라기 보다는 기존노조가 포괄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또는 조직화가 어려운 중소영세업체 노동자의 조직화를 목표로 하는 점에서 그 출발점이 다르기도 하다. 기존 노조가 조직하지 못하는 부분을 조직하고, 때로는 조직해서 넘겨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기존 노조를 보완하는 기능을 가지기도 한다. 즉 분리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새로운 조직전략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사전적으로 검토할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첫째는 노동조합의 조직수준이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기업별 수준에서 여성의 독자적인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현행의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차치하더라도 이른바 교섭구조의 문제가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지역노조로서 영세사업장의 여성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운동체로 머물 경우 대중조직으로서의 기반확대나 성격정립의 문제가 남게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노조가 일반적으로 갖는 상근역량이나 자립적인 재정구조의 확립, 내부 정체성의 결여, 나아가 단체교섭구조의 정착 등을 둘러싼 문제가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만일 이러한 노조가 남성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가질 경우 여성문제에 우호적인 남성노동자의 협력까지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남성-고용주든 동료 남성 노동자든-의 성적 권력에 대해 여성주의적 투쟁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이 곧바로 급진적인 여성주의가 상정하듯 남성은 끊임없이 여성을 착취하며 억압하고 학대하며, 따라서 여성의 투쟁은 곧바로 그들의 동료를 포함한 전체 남성을 향한 적대적인 투쟁으로 연결되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Cockburn, 1991: 26).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투쟁에서 협조적인 남성들과 실질적인 연대를 발전시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억압적인 남성들을 차별화하는 한편 협조적인 남성들로 하여금 다른 남성들의 의식과 문화를 바꿔낼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사항은 이러한 여성 독자노조는 그것이 분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분리주의는 남성과 함께 일하는 데 대해 명백한 거부의사를 드러낼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존의 지배적인 조직구조를 변형시키는 대신 새로운 대안조직을 만들려는 것을 의미한다(Briskin, 1993: 91). 앞서 살펴본 독자조직으로서 여성위원회는 기존의 조직문화와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속에서 여성들의 힘을 강화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노력은 그것이 분리적이라기 보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나아가 노동운동 전체를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여성 독자노동조합과는 구분된다. 즉 여성위원회가 (남성중심적인) 조직과의 관계에서 자율성과 통합 사이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반면 여성노조는 분리를 통한 완전한 자율성 획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맺으며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최근 노동조합이 부닥치고 있는 변화는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새로운 대응을 요구한다. 특히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과정은 여성노동자들에게 보다 큰 희생을 강요해 왔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지구화, 규제완화 및 민영화 그리고 유연화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는 이면에는 노동조합 운동의 위기가 조심스럽게 논해지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노동조합들은 그들 자신의 조직과 작업장 그리고 사회 전체에서, 또한 지역·국가 및 국제적인 수준에서 다양한 전략들을 개발하고 있다. 여성들이 배제되어왔던 노동조합의 조직구조에서 여성노동자의 진출은 그것이 바로 노동조합의 힘이자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주요한 전략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 또한 하나의 새로운 대응임은 분명하다할 것이다.

일찍이 엥겔스는 - 나중에는 레닌조차도- 여성이 가부장제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적인 노동력으로 편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독립적인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억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남성중심의 노동운동은 여성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최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빈번하게 목격되는 성차별적 해고나 정리해고, 또는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동시에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조합 가입배제나 최근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노동조합 안에서의 성희롱 사례도 그 대상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차별의 또다른 표현이다(조순경, 2000b;  송경아, 2000). 이러한 여성배제의 바탕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남성 가장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가부장제 신분질서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 글은 UNISON의 여성비례제, 여성위원회제도, 그리고 여성친화적인 조직문화 등을 통해 ‘노동조합의 여성화’가 공정한 대표성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핵심을 이룬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단체교섭에서 평등협약의 체결 및 법률 개정을 위한 사회연대의 필요성도 지적하였다. ICFTU(국제자유노련)는 제6차 세계여성대회(1994: 정현백, 2000: 9에서 재인용)에서 “노조 없는 민주주의란 있을 수 없고, 여성의 완전한 참여없는 노조란 민주적일 수 없다. 특히 노동조합 운동사에서 노조가 자부심과 함께 지켜온 민주주의는 바로 운동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래서 여성과 성평등 이슈는 노조의 중심의제의 통합적인 한 부분이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성노동자의 지위는 노동조합에서 여성의 참여에 대해 국제적인 실태조사를 한 ILO-ICFTU가 지적하듯이 “유리 천장에 금은 갔다. 그러나 깨어진 것은 아닌 상태”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즉 여성의 진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이 노동조합의 내부에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여성이 ‘노조의 절반’임을 인식하여 그들을 노동조합 내부에서부터 해방시켜낼 일이다. 

약어
AFL-CIO The Federatoin of Labor and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   미국 노동총동맹 및 산업별 노동조합 회의
COHSE Confederation of Hospital Service Employees 병원 서비스 노동조합
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NALGO National and Local Government Officers' Association 전국 및 지방정부 공무원 노동조합
NUPE  National Union of Public Employees 전국 공공부문 노동조합
TGWU (T&G) Transport and General Workers' Union 운수일반노동조합
ICFTU 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국제자유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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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