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을 위한 '양 날개'의 호흡과 긴장

노동사회

도약을 위한 '양 날개'의 호흡과 긴장

편집국 0 2,623 2013.05.17 09:41

 


dwjoo_01.jpg지난 3월26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당대표가 임명한 노동위원장에 대한 인준이 거부됐다. 투표에 참가한 중앙위원 234명의 절반인 117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과반수가 되지 않아, 즉 한 표가 모자라서 인준요구안이 부결된 것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었다. 그런데, 부결된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 중 한 가지가 특히 이목을 끈다. 

예상치 못했던 노동위원장 인준 부결

노동위원장은 형식적으로는 대표가 임명하지만, 실질적인 추천자는 당의 노동담당 최고위원이다. 그런데 그 최고위원이 노동위원장 후보의 추천 사유와 이력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는 중앙위원들의 요구에 대해서, “무얼 그런 걸 다 일일이 말할 필요가 있느냐, 지금까지 해왔듯이 박수 쳐서 인준해 달라.”는 식으로 ‘고압적으로’ 답변하여 분노를 샀다는 것이다. 

노동담당 최고위원은 곧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이다. 그렇다면 그의 추천은 사실상 민주노총 집행부의 추천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관례라면 당연히 크게 따지지 않고 박수로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사실상 민주노총의 집행부가 추천한 사람을 인준 거부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던 것이다. 

한편, 이날 중앙위원회에서는 그에 앞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전략은 재고되어야 한다.”라는 결의문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 안건은 부결되긴 했으나 무려 113표나 받았다. 이혜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강한 어조의 반대 토론,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 집행부의 방침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논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켜 예상보다 더 많은 찬성표가 나온 것이다. 

연이은 이런 사태들에 대해서 그 날 회의에 참가한 민주노총의 집행부는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어려울 때 민주노동당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덩달아 비판을 해대니 섭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황하거나 섭섭해하기에 앞서서 과연 지금까지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는 적절한 관계였는지 아니면 너무 가깝거나 부적절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판의 성역’은 서로에게 도움 안 돼

사람들이 묻는다. 과연 이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치마폭을 벗어나려는가?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취업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장이 폭력 사태로 얼룩지면서, 민주노총의 도덕적 권위가 무너지고 덩달아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곤두박질치는 과정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을 짐스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니 그런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아직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의 문제가 곧 당에 대한 지지율 저하로 나타난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 섭섭해 할까봐 변변한 논평 한 장 내지 못했다. 분명한 어조의 논평은 최소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부각시킬 수 있었을 터인데도 말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만들었으니 곧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자식과도 같은 민주노동당이지만 언제까지 치마폭에 감싸고 다닐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독립을 시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 걸맞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래야 각자가 자기의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서로가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다. 

더이상 서로를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 자식이라도 어느 정도 자라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대접을 해주어야 한다. 물론 완전히 남남이 되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인정해야 한다. 독립적인 존재임을 인정하고 서로를 얽어매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힘을 키워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런 견지에서 본다면 3월26일, 민주노총 집행부는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동당의 대의기관, 중앙위원회를 좀더 존중했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독립성을 좀더 분명하게 인정했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의 대의기관이나 각급 회의에서 얼마든지 다루어져야 하고, 더이상 ‘부모의 잘못을 논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판의 성역을 설정하는 것은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총체적인 전망과 전략을 공유해야 

민주노동당은 1,500만 한국 노동자계급의 정당임을 자처한다. 그러므로 비록 당원의 수는 7만이지만 당원의 계급의식은 조합원의 의식보다 더 높아야 하고 또 그러할 것이다. 시야가 더 넓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은 당원 이외에도 지지층을 얼마나 가지는지가 중요한데,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수는 이미 500만명에 이르니, 이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힘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 지지층과 함께 하는 정치를 민주노총이 이해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총은 70만 조합원의 조직이다. 그리고 한국노총을 합치면 한국에는 150만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다. 지지층이 아닌 확실한 조직원만으로 본다면 민주노동당의 스무 배나 된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은 계급투쟁의 보병부대로서 마지막 보루를 지키는 주력 부대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 또한 민주노총이 자기 조직원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노력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 노동자 계급투쟁의 두 날개인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나갈 길이 아직 멀고 험하다. 서로의 관계를 적절하게, 건전하게 잘 만들어 가야 한다. 그 사이에는 자연스런 긴장도 있어야 한다. 협력도 물론 있어야 한다. 서로에 대한 비판이나 견제도 있어야 한다. 역할분담도 있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상호 존중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총체적인 계급투쟁의 전망과 전략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