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을 이끄는 노동운동이 중요하다."

노동사회

"여론을 이끄는 노동운동이 중요하다."

편집국 0 3,246 2013.05.17 09:34

 


mklee_01.jpg금융노조의 임원 선거는 전자투표가 차질을 빚는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끝이 났다. 양 후보 진영 간에 감정의 골이 깊은 것 같은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있는가?

선거 파행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필요없이 양 진영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상대 후보가 선거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사실 중앙위원회에서는 각 후보 진영이 선관위 결정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산별노조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이라 생각한다. 산별강화를 위해서 원칙을 최대한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서 일단 조직의 힘을 한 곳으로 집중하기 위해서 노력할 계획이다. 구체적 계획은 아직 말하기 어렵다. 

금융노조는 직선제 경선이 처음인데, 경선의 문제점은 없었는가?

경선보다는 ‘전자투표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시도했다가 그것이 실패하면서 생긴 문제가 가장 크다. 산별 2기 출범 당시 산별 규정을 검토할 때, 노동법상 이중간선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직선제를 택하다보니까 그 직선제가 현장에서 적용될 때의 문제점과 보완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 그러한 문제점이 이번 선거과정에 드러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융노조의 간부들은 본조 활동에 대한 신뢰가 매우 약한 것으로 나왔다.

만일 산별 2기 시절에 산별 건설 과정에서 전개되었던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미비한 산별 제도가 보완이 됐더라면 지부 간부들의 본조에 대한 신뢰가 나아졌을 텐데 그 작업이 못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산별 전환 이후 재정은 집중되고 있지만 이에 반해 사업의 집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처럼 본조를 중심으로 대정부 전선이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도 않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특히 은행의 소유권이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거나 민영화된 곳이 많아 더 이상 정부만을 상대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개별 자본, 외국 자본과의 새로운 전선을 만들고 이것을 사회적으로 이슈화 해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하지 못하자 본조의 역할이 뭐냐는 비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연맹 시절로 다시 돌아가, 지부에 문제가 있으면 본조가 지원해 주는 정도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지부에 일이 발생했을 때는 이미 본조가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이다. 그때 가서 지원한들 그것은 지부에 성의를 표시하는 것이지 본질적인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본조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지고 있다.

금융노조의 의사결정구조가 위원장과 임원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얘기도 있다.

반성의 측면에서 말하겠다. 토론을 활성하기 위해서는 처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닥칠 상황을 예측하여 방어와 개입의 전략을 짜야 하는데 그런 문제의식이 본조 내에 강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회의가 보고나 상황을 공유하는 정도에 머물렀던 것 같다. 토론이 필요할 때도 집행부 혹은 대표자를 포함한 회의에서 진지한 논의를 통해서 방향을 잡아가지 못했다. 아마도 그 원인은 나를 포함하여 본조의 활동가 혹은 지도부가 문제의식과 열정이 결여된 측면도 있고, 의사결정 방식에서 더 쉬운 선택을 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산별노조의 조직체계가 본조-기업지부 형식이다. 여전히 조직구조가 기업별체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금융노조는 주로 대형지부 위주로 되어 있다. 예산과 활동의 측면에서 아직 기업별 활동의 연장선에 있어 산별조직과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기업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복지, 임금 정도이다. 구조조정에 관한 문제는 기업차원에서 접근해서 해결 안 되는 것을 조합원도 잘 알고 있다. 알고 있다보니, 본조가 중심이 돼서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본조가 중요 사업의 고리로 고용안정 문제를 진행 하다보면 지부가 공동연대의 필요성 때문에라도 응집할 것이다. 즉, 사업 테마를 잘 선정한다면 산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잘 선정해서 조직을 하는 것, 이것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노조 조합원들은 금융노조가 가장 먼저 할 일로 ‘조합원 복지 향상’을 꼽았다. 여전히 임금을 비롯한 기업별 의식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업별 의식을 깨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조합원의 기업별 의식을 깨기 위해서는 요구 사항들을 사회적으로 이슈화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끼리 단체행동을 하거나 집회를 한다고 해서 사용자나 정부가 쉽게 들어줄 상황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요구가 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문제와 결합된 것을 형성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러다보면 일반 조합원들이 언론을 통해서라도 금융노조의 주장과 활동을 알게되고, “아 이게 우리노조구나” 하는 생각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조직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지역본부의 활성화일 것이다. 지역본부야말로 기업별 조직을 넘는 지역단위의 조직일 텐데, 이것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서 실천할 필요성이 있다. 이것이 보완된다면 조합원 머릿속에 산별이란 의식이 형성될 것이다.

지역본부는 결정된 사항인가?

결정된 것은 없다. 금융노조 규약상 막연하게나마 지역본부를 둘 수 있다는 언급만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현재 상태에서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 이를테면 지방은행이 있는 경우, 지방은행 간부들이 지역본부 역할의 일부분을 일단 시작한다든가, 농업중앙회의 지역본부가 본부활동을 하는 방식 등 현실적으로 활용가능한 방법을 찾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화행사든 간담회든, 본조 지도부가 내려가 간담회를 하면 같이 모이는 것을 비롯해 일상활동을 하다보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산별의식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기업별 의식은 사실 사용자나 정부가 유도하고 있다. 대기업노조가 임금 인상을 계속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조합원이 원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고용이 불안하니까 당장 임금이라도 더 받아서 저축이라도 하려고 하는 행동들이다. 이것이 사회적 구조이고 보니 거기에 맞게 현장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놓고 임금인상 요구를 하면 집단이기주의라고 거꾸로 공격하는 것이다. 올바른 비판은 아니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조가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산별노조의 건설과 강화가 유일한 대안이다. 이것을 통해 현장 조합원의 중장기적인 삶의 질,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만든다면 기업별에서는 하나의 꿈이지만 산별에서는 힘이 실리고 교섭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금융노동자의 요구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지만, 조합원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요구사항을 만들어 투쟁을 통해 조직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은 기업별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단지 코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요구가 아닌 근본적 삶의 질을 개선하는 요구가 무엇인지 가려내어 산별 차원의 정책을 만들고, 조합원을 교육하고 선전한다면 이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기업별의식에서 산별의식으로 이동하는 과정일 것이다.

작년에 금융노조에서 임금인상 억제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대타협을 시도했으나, 부결된 적이 있다. 올해 다시 시도할 의향이 있는가?

정규직 임금 양보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신규채용을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그걸 한 번 관례로 만든다면,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정규직 임금을 묶어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노동조합이 이슈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고용안정 문제를 막연히 구호로 외치는 게 아니라, 고용안정 확보를 위해 관련 인사시스템을 비롯한 프로그램을 금융기관의 중장기적 발전과 같이 결합하는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두 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중요하느냐는 교섭과정에서 생기는 문젠데 이걸 미리 정한다면 별 소득도 없고 진전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고용안정과 금융기관의 중장기 발전이 같이 가는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지금 은행은 이익이 나고 있는데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조합원 입장에서 이것은 은행 발전을 위해서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인 주가부양이나 주주이익 극대화에는 이로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은행의 성장에는 올바르지 않다. 조합원의 은행 중장기 발전과 경영진의 초단기 관심은 상충될 수밖에 없다. 노조가 고민해서 나름의 프로그램을 내놓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가운데 사회적 이익과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가치들을 결합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산업 비정규직 비율도 무시못할 정도로 높은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금융노조 산하에 비정규 특별지부가 작년에 설립되었고, 지도부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지부마다 비정규직의 형태나 처우가 약간씩 틀리다. 지부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조직화를 해야지 획일적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비정규 실태 파악부터 할 작정이다. 어떤 지부는 지부차원의 가입이 용이하다고 하고, 어떤 지부는 다르게 생각하기도 한다. 자산관리공사지부는 지부차원으로 비정규직이 가입했지만, 사실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이 정규직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위원장으로서 올해 꼭 할 사업들을 몇 가지 얘기해 달라.

올해는 특별히 금융산업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를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지금 신한종금이나 외환의 매각 가능성을 비롯한 은행의 소유,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를 지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외국계가 장악한 은행에 대해서는 지배구조에 대해서 문제제기하고 소유구조 개편이 예상되는 우리, 외환은 소유·지배구조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는 등 공론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어 환경은 매우 우호적이다.

둘째는 은행별 특수성에 맞는 정책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것이다. 이것을 공론화 할 활동을 중점적으로 할 생각이다. 셋째로 예전에는 합병을 비롯한 큰 틀의 구조조정이었다면, 지금은 이것이 마무리되고 인력 구조조정이 노조와의 합의도 무시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 고용안정 확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할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금융노조의 각종 규정과 제도를 꼭 정비하여 마무리 지을 것이다. 

노조의 채용비리 개입,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 폭력사건 등 국민들이 노동운동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보수 언론도 엄청나게 공격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어려움을 극복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단 노조 활동가의 ‘도덕성’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 자본이나 보수 언론들이 노동조합의 도덕성을 운운할 자격은 없다. 그들 스스로 부도덕하니까. 그러나 약자를 대변하는 노조가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본보다는 도덕적이어야 명분이 있다는 측면에서 우린 반성할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야지만 우리의 얘기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설득력 있고 우리의 요구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데, 그 기본이 없다면 요구사항을 관철할 힘이 사리지는 것이다. 

도덕성이 단지 뇌물을 받고 안 받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보통 원칙을 얘기하는 노조 활동가들도 자기한테는 관대하고 다른 이한테는 엄격함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소위 좌파라고 하는 그룹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정파가 헤게모니를 잡는 수단으로 자기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한테는 엄격하게 하는 것 같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들이 자기 성찰을 통해 개선이 되어서 대외적으로 명분을 갖춘 노조로 거듭나아야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조직적 측면에서 아까 강조한 것인데, 아무튼 기업별 노조로 남은 상태에서는 방법이 없다, 고립화 될 수밖에 없다. 임금 인상 말고 할 게 없다. 더 많이 따내는 것 말고는 없다. 고용불안이 산업별로 밀어 닥치는데 기업별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환경이다. 결국 산별노조 건설이야말로 노동운동의 위기를 돌파하는 조직적인 대책이다.

더 추가하자면 산별 차원에서 투쟁을 조직할 때, 현장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여 정리하되, 그것이 조합원이 아닌 서민과 다른 노동자들의 이익과 결부된 방식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현장 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도 이익이다는 설득력을 갖도록 조직해야 한다. 이래야 단체행동도 힘을 받는다. 특히 금융노조도 파업을 네 번하다보니 많은 것이 검증이 되었다. 파업을 하면 꼭 업무가 이루어지지 않게 해서 이기려고 하는데 지금은 이게 쉽지가 않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이슈화 하면서 투쟁을 어떻게 조직하느냐, ‘여론을 이끄는 노동운동’이 중요하고,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는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