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파트너십에 의한 지역산업정책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동사회

민관파트너십에 의한 지역산업정책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편집국 0 4,846 2013.05.17 09:33

1. 들어가며 

최근 경제지표상으로 경기회복의 조짐이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경제살리기’는 여전히 한국 사회의 중심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중국으로의 해외진출을 급속히 확대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공동화’ 경향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특혜와 규제완화조치들을 정부로부터 따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는 지역차원에서 심각한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명목 하에 경쟁적으로 기업모시기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드는 의문이 “과연 이런 방식으로 지역산업의 혁신적 발전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지역경제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이다. 한국 경제의 모순이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 한다면, 산업영역에서도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이에 대한 대안들을 발굴해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지역경제의 양적 성장이나 개발지상주의보다는 지역 경제의 질적인 구조개혁을 통해서 지역 사회의 문제들을 치유하겠다는 사회적 행위주체들의 책임있는 자세와 실천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의거하여 이 글에서는 대기업, 노동조합과 지방 정부가 서로 협력하여 지역 실업률을 줄이고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 내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산업의 재생은 물론,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가 바로 폭스바겐(Volkswagen)의 본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Wolfsburg) 시다.

이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1993년 폭스바겐의 기업 위기가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그 여파로 인해 발생한 고용위기의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둘째,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 시에서 97년 이후 전개된 ‘아우토비젼(AutoVision)’ 프로젝트의 내용을 살펴보고 민관 파트너쉽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평가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독일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고용친화적 지역산업 프로젝트를 위한 대기업 노사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이를 위한 민관 파트너십의 역할과 기능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2. 폭스바겐의 기업 위기와 지역경제에 대한 파장

2.1 90년대 독일자동차산업의 상황과 폭스바겐의 기업 위기  

80년대 말 이후 세계자동차 완성차업체들의 전반적인 과잉생산과 경쟁격화로 인해 독일자동차산업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었다. 특히 재통일의 특수거품이 빠지고 난 93년 이후 독일자동차산업의 수출은 정체현상을 보이고 급격한 내수부진으로 인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은 어려운 경영상태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림1]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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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임러벤츠나 베엠베 보다 폭스바겐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였다. 왜냐하면 폭스바겐의 경우 당시에 여전히 소형차 위주의 제품전략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조차 일본차는 물론, 한국차와 심각한 경쟁상태에 처해있었기 때문이다. 92년까지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던 생산량이 93년과 94년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국내 공장들이 속한 폭스바겐 주식회사의 생산량이 감소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경영 상태의 악화 정도는 매출이익과 이윤율의 변동추이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폭스바겐 콘체른의 경우 91년 1.5%, 92년 0.2%, 93년 -2.5%, 94년 0.3%, 95년 0.5%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폭스바겐 AG의 경우 91년 1.0%, 92년 0.3%, 93년 0.2%, 94년 0.35%, 95년 1.0%의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순이익 측면에서 93년은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해였다. 

2.2 폭스바겐 기업 위기가 지역경제에 미친 부정적 효과

폭스바겐의 기업 위기가 지역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기본적으로 지역산업구조의 불균등성에서 기인한다. 폭스바겐의 본사와 조립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볼프스부르크 시는 물론, 산하 사업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남동 니더작센 지역은 자동차산업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해당 지역 내 중소기업들 상당수가 자동차관련 부품업체와 연관기업들이다. 이는 해당 지역 경제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산업구조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산업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자동차산업과 폭스바겐의 위기는 직접적으로 지역 경제의 위기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지역 경제의 위기는 고용위기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폭스바겐의 기업위기가 발생한 92년부터 98년까지 볼프스부르크 시의 취업자 감소분은 서독지역 전체 평균 보다 훨씬 높았다. 이 시기 지역 내 정규직 노동자의 변동추이는 폭스바겐의 기업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 고용안정협약을 통해 폭스바겐의 내부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반면, 다른 연관 부품업체나 지원기업들을 포함하는 지역 제조업의 고용능력은 상당히 악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95년부터 98년 사이의 이 지역 취업자 증가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역의 취업률이 서독 평균치보다 서서히 더 높아진다. 이러한 상대적 증가율은 98년 이후 그 편차가 더 높게 나타난다. 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시기 지역 내 고용창출이 늘어나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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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경기변동지수를 고려하더라도 그전까지 서독지역 평균 보다 훨씬 더 높은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던 볼프스부르크지역에서 98년 이후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실업률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계기를 통해 이 지역의 경제는 활성화되고 고용능력은 급격하게 증가하였는가? 그 비밀은 바로 지역고용능력의 향상과 지역산업의 구조개혁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역사회의 이해당사자들이 민관 파트너십(Private-Public-Partnership)을 형성하고 이들 사회적 주체들이 지역산업의 혁신역량과 사회인프라 구축에 매진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3. 지역산업의 재생을 위한 민관파트너십: 볼프스부르크사(Wolfsburg AG)의 ‘아우토비전(AutoVision)’ 프로젝트

지역사회의 중심기업이 지역산업의 재생과 활성화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독일 중북부에 위치한 볼프스부르크 시(Stadt Wolfsburg)에서 폭스바겐사(Volkswagen AG)가 지방 정부와 함께 추진한 ‘아우토비전(AutoVision)’ 프로젝트이다. 폭스바겐의 노사와 지역정부는 1997년부터 ‘모든 일자리는 이를 담당할 사람이 존재한다’라는 모토 하에 지역 내 실업률을 반으로 줄이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특히 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노사간의 이견이나 갈등이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역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이 계획의 수립과정에 의식적으로 참여하였고 그 실행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왜냐하면 단순히 이를 거부하거나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방관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폭스바겐 사업장평의회를 중심으로 지역의 노동자, 노조활동가, 노조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 프로젝트에 대한 독자적인 안을 제시하고 노동친화적인 요구안들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였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사업장평의회가 관철하고자 한 원칙은 이 프로젝트로 인해 동반될 수밖에 없는 지역경제의 구조변화에 대해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제조건을 규정하고 사업장평의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3.1 기본원칙으로서 고용친화적 산업구조재편전략

볼프스부르크 시에서 지역 노사정간 파트너십이 형성된 결정적인 이유는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실업문제 때문이었다. 자동차산업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92년 9%에 불과하던 실업률이 97년 말 17%를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지역노동청에 약 9,300명이 실업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 중 60%가 직업훈련경력이 없는 저숙련노동자, 20%가 50세 이상, 약 2,500명이 조기퇴직자였다. 실업자의 특성으로 볼 때, 상당수가 장기실업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였다. 

더 큰 문제는 볼프스부르크 시의 경제구조적 특성으로 볼 때, 지역산업구조의 혁신적 재편 없이는 고용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에 이 지역 총 일자리의 약 60%를 폭스바겐이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경기변동과 해외생산추세를 고려할 때, 폭스바겐이 지역에 추가적으로 더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스바겐의 고용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역경제의 구조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특히 볼프스부르크 시의 경우 서비스부문의 고용인력은 전체 고용량의 약 22%에 불과하였다. 즉 지역 경제구조의 편중성을 교정하고 서비스부문의 고용능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자동차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경제구조의 문제점은 도소매업을 비롯한 상업부문의 미발달에서도 확인되었다. 지역외부로 빠져나가는 구매력이 매년 약 200만에서 400만 마르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지역경제 내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상업부문의 고용잠재력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이 고용창출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볼프스부르크 시의 중소기업비율은 다른 자동차산업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자동차산업 관련 중소기업의 유치를 위한 산업입지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에 볼프스부르크 시의 창업비율은 연방평균에 비해 약 30%가 낮은 수치였기 때문에,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중소기업과 혁신지향적 창업활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폭스바겐의 엄청난 고용자 수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의 문제로 인해 해당지역 거주자의 비율이 낮고 원거리 출퇴근자가 많았다. 볼프스부르크 시의 고용인력 중 50%만이 근거리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 내 주거 및 문화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당면한 지역사업으로 제기되었다. 이와 같이 지역산업의 구조개편방향이 고용창출이라는 기본목표 하에 자동차관련 중소기업의 입지기반 확충과 혁신적 창업활동의 지원, 상업부문 및 문화서비스관련 지원사업의 확대 등으로 맞추어지고 이를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아우토비전 프로젝트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행된다.  

3.2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와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의 사업영역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폭스바겐사가 위치한 볼프스부르크 시와 그 인근 지역 자동차관련 기업들에게 산업경제적으로 매력적인 여건을 조성하는데 일차적 목적을 두고 있다. 즉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모든 경제활동이 “이동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데에서 착안한 전략적 개념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교통부문과 자동차관련 산업집중성을 넘어서는 연계발전의 전망 또한 가지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 부문을 형성하고 이 영역에 고용을 창출하여 볼프스부르크 시와 주변 지역의 경제동학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로 연계방안의 핵심적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책임주체로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Wolfsburg AG)가 만들어졌다. 1999년 7월 기존의 창업 및 혁신회사(GIZ)와 아우토비전 유한회사를 확대 개편하여 만들어진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는 볼프스부르크 시와 폭스바겐이 공동으로 출자한 회사이다. 한편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경영감독회는 민관대표(노사정)로 구성함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내용이 경제, 노동시장, 지역사회의 이해와 조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래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는 크게 네 가지 중요한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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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혁신캠퍼스(Innovations Campus): 창업활동과 기술이전의 촉진자

혁신캠퍼스는 먼저 사업 아이디어의 개발로부터 기업의 성공적 정착에 이르는 과정을 돌보아 주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기업의 창업에서 성공적 안착까지의 모든 과정에 조언, 훈련, 지도 및 지원을 수행한다. 그리고 아이디어 제공자, 기술이전체, 자본대여자, 전문경영인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으로서 혁신캠퍼스의 서비스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업자들의 필요에 따라 사무실과 설비를 빌릴 수 있고, 혁신캠퍼스 내 기업서비스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기술이전의 매개체로서 혁신캠퍼스는 창업자, 기술보유자 그리고 기존 기업간의 협력네트워크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2004년 6월 현재 약 400개 기업의 창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의 직원 100명과 전문가 25명이 이 혁신캠퍼스에 상주하면서 기업창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혁신캠퍼스는 아래 [표2]와 같은 사업들을 추진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혁신 클러스터로서의 면모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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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부품단지: 중소기업의 유치와 혁신역량의 강화

이미 오래 전부터 폭스바겐 사는 자체적으로 기업서비스 및 부품업체들의 근접화를 지원해왔다. 지난 98년 중반 부품단지조성이 추진된 이후 2000년 말까지 약 1,000개의 일자리가 더 늘어났다. 부품단지의 조성을 통해 조립공장과 부품업체, 중심업체와 주변업체간의 근접성을 강화함으로써 거래비용을 줄이고 연구개발의 노하우를 상호공유하고 기술이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지역 내 부품단지의 조성은 기존 기업들의 고용을 위협하지 않고 새로운 기업들이 유입됨으로써, 고용증가와 기술능력의 제고라는 측면에서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품단지조성에 있어 핵심적인 사업은 동시적 엔지니어링센터(SE-Zentrum)의 설립이었다. 이를 통해 약 7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고, 완성차업체와 핵심부품업체의 협력으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연구 및 개발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센터를 통한 기업간 공동개발 및 협력사업으로 인해 제품개발의 시간과 편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현재 진행중인 조립업체를 위한 부품파크가 완성되면 약 500개 내지 1,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3]은 부품단지의 이러한 기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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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경험세계(Erlebnis) 볼프스부르크- 도시생활환경의 개선

이 사업의 목표는 그 동안 볼프스부르크 시에 미비했던 상업부문의 활성화와 매력적인 문화관광요인을 결합하는 것이다. 볼프스부르크 주변지역과  위성도시에 다양한 문화복지시설들(과학센터, 운동장, 다기능 스포츠센터)을 조성하고 이미 건설되어 있는 폭스바겐의 아우토스타트(AutoStadt)시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볼프스부르크 시의 도시매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관광객과 외부방문자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서비스부문의 고용창출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시민들의 문화생활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이 사업영역의 중요한 지향점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지역기업에 근무하는 많은 이들이 지역 내로 거주지를 옮기고 새로운 기업들의 이주동기를 촉진시킬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산업도시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미래도시로서의 지역사회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이러한 전후방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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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인력서비스기관(PSA)-노동시장의 중개자

혁신캠퍼스, 부품단지, 경험세계 등과 같은 사업활동을 통해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를 적절한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기 위해서는 직업알선, 소개 및 교육을 담당하는 고용매개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독자적인 인력서비스기능을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가 사업영역으로 설정하게 된다. 이 사업은 능력과 소질을 지닌 구직자를 가능한 빨리 적합한 일자리에 연결시켜주는 업무를 지역 내 기업네트워크, 지방노동청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서 수행한다. 주요 서비스기능은 최적인력의 소개, 훈련 및 숙련교육의 기회, 파트타임노동의 공급 등이다. 인력소개업무는 일자리의 중개와 관련된 모든 일을 의미한다. 훈련과 숙련교육은 지방의 공공교육기관과 폭스바겐사 내부의 폭스바겐 훈련회사(Coaching-Gesellschaft)와 함께 수행하며, 정부의 직업재훈련 조치에 의해서 재정적으로 지원된다. 단기노동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노동력의 부족분을 파트타임 노동자가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동시에, 그들이 상용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인력서비스회사는 지난 한 해 약 3,600명의 노동자를 폭스바겐에 소개시켜 주었고, 이 중 933명은 단기계약기간이 끝나고 난 후 상용직으로 전환되었다. 아래의 그림은 인력서비스기관의 사업활동의 연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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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지역사회와 경제에 대한 영향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의 가장 뚜렷한 성과는 고용창출효과에 있다. 아래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볼프스부르크 시의 지역 실업률이 아우토비전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인 97년의 경우 17.2%에서 2003년 현재 8.4%로 줄어들었다. 이는 초기의 프로젝트 목표치를 달성한 수치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내 총 1만 2천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6천개가 볼프스부르크 사의 4개 사업영역을 통해 새로 생겨난 일자리였다. 나머지 일자리는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의 간접효과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특히 지역노동청(BA)과의 협조 하에 운영되고 있는 인력서비스기관(PSA)은 지역 내 각 기업들의 단기적 노동수급을 원활히 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인력소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들의 직업능력과 숙련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재교육조치들을 볼프스부르크 사가 제공함으로써, 재취업자들의 이직률을 낮추는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프스부르크 시의 이러한 고용성과는 다른 지역과의 지표비교를 통해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독일 전체의 지표를 볼 때, 실업자의 수가 1997년 이후 줄어들다가, 2001년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인 반면, 볼프스부르크 시의 경우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97년 약 9,740명에 이르던 실업자 수가 2002년 현재 약 5,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취업률의 변동에서도 확인된다. 

볼프스부르크 사의 경영활동의 성과 또한 주목할 만하다. 매출이익도 1999년 약 2,500만 유로에서 2003년 약 8,100만 유로로 증가하였고, 투자액도 2002년 이후 시설투자와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인적자원이나 유동자산에 대한 신규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100개 이상의 부품업체가 부품단지에 이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수치는 폭스바겐의 완성차 조립공장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닌 부품업체들이 부품단지에서 이주한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 외에 연구개발이나 산업서비스부문의 많은 업체들이 지역 내로 입지를 옮겼으며, 간접부문에서의 창업지원조치로 인해 볼프스부르크 시에서만 약 160개 이상의 새로운 기업들이 생겨났다. 이들 업체는 주로 기술집약적인 벤처기업과 기업지원 서비스업체들이다. 

한편 ‘경험세계’의 조성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주거환경과 생활조건이 향상되었다. 볼프스부르크 시는 단순 산업도시라는 불명예를 벗고 자유시간과 여가공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 운동 및 공원시설을 조성하였다. 이러한 생활환경의 질 개선은 지역 내 기업유치와 거주율의 증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던 상업서비스부문의 확충에도 상당히 좋은 영향을 발휘하였다. 이를 통해 자동차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던 지역산업구조를 부문 및 업종간 균형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4. 결론과 시사점

볼프스부르크 지역정부와 폭스바겐 노사가 함께 추진한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대기업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지역사회에 대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폭스바겐의 사회적 책임경영은 먼저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책임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경제적 효율성, 사회복지의 확대, 생태주의적 경영관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에 있으며, 그 첫 시발점이 바로 소속 노동자들의 직업능력 향상과 고용안정에 있다는 점을 폭스바겐 경영진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폭스바겐은 기업가치를 ‘일자리관계자가치(Workholder-Value)’로 정의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다양한 형태의 환경보호 및 생태주의적 경영을 이미 오래 전부터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 및 창출, 직업능력의 향상과 노동자 참여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실현하였다. 그 중요한 사례가 바로 94년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안정협약’, 2000년 지역실업자의 고용을 위한 ‘Auto 5000 X 5000’ 모델, 평생학습체계로서 ‘직장가족개발(JFD) 프로그램’, 직업능력향상을 위한 ‘자동차대학(AutoUni)’ 운영 등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히 기업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대기업의 노사가 공동으로 사회적 책임경영을 수행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산업 및 경제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기업의 노사가 경기불황과 고실업이라는 조건 하에서도 지역 사회의 다른 중소기업, 노동자, 그리고 주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업 내 내부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에 집중되어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인식지평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조는 현재 한국의 노사관계 지형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지역 사회의 여론으로부터 점점 고립되고 있는 대기업 노동운동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활동, 즉 사회복지시설의 공동이용, 직업훈련 및 교육시설의 공유, 지역사회 사업의 공동추진 등은 물론, 하청 및 협력업체, 비정규직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대기업 노동조합의 운동노선은 사회적 정당성을 다시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의 아우토비전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지역정부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즉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바로 지역 사회의 발전과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으로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되고 지역 주민의 참여와 지원이 존재할 때만이 해당 기업의 질적인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민관 파트너십의 원칙 하에 만들어진 볼프스부르크 사가 지역의 실업률을 줄이고 고용창출을 위해서 진행한 사업영역들(혁신캠퍼스, 부품단지, 경험세계, 인력서비스기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로서 볼프스부르크 시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사 또한 지역의 중심기업으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였다. 

폭스바겐 사는 지역 사회를 위해서 재정적 지원만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전, 공동연구, 공동직업훈련 등과 같은 실질적인 산업혁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바로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산업입지로서 볼프스부르크 시의 매력은 높아지고, 많은 새로운 기업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였으며, 창업활동 또한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연쇄작용은 실업축소와 고용창출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기업경쟁력향상에도 기여하였다. 바로 이러한 사실은 대기업의 사회적 투자가 바로 자신의 성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