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결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노동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편집국 0 5,253 2013.05.17 09:23

1. 머리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노동자는 다양한 차원에서 양극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자간 임금불평등이 커지고 있고 고용안정 수준도 노동자계층에 따라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에서 성별, 학력별, 기업규모별로 큰 격차가 존재했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고용형태에 따라 그 격차가 질적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한 노동자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임금 및 노동조건, 고용안정, 사회보험 적용 차원에서 인간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사회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더욱이 매우 열악한 지위에 처해 있는 비정규노동자의 수가 한국에서는 정규직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당분간 전체 노동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이제 진정한 노동자계급은 ‘비정규노동자’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하위 계층을 비정규노동자가 차지하고 있어서 ‘노동자계급 내부 분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임금 및 노동조건을 지닌 정규직노동자를 노동자를 대표하는 집단이 아니라 ‘노동귀족’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정규직노동자의 임금 및 사회생활 수준을 보면 중산층에 해당되기 때문에, 노동자 중에서 원래 의미의 노동자는 이제 ‘비정규노동자’뿐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하나의 목표를 가진 노동조합운동도 비정규노동자의 지위 개선을 위한 활동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규직노동자의 계급적 성격이 무엇이냐, 즉 노동자냐 중산층이냐에 대한 논란을 여기서 벌일 생각은 전혀 없다. 이 논란과 상관없이 한국 노동시장에서 비정규노동자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동일한 직무를 하고 있음에도,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임금 및 노동조건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정책 차원에서나 노동운동 차원에서 이런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동일노동동일임금법’ 제정이나 ‘차별 금지’ 및 ‘비정규노동자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들이 나오고 있고, 노동조합운동도 비정규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화 및 법제도 개선 노력을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추진해왔다.

2004년 들어 노동조합운동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비정규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노동연대기금’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비정규노동자 기금주장은 일부 비정규노조 및 노동단체에서 간헐적으로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현실에서는 노동연대기금의 형태라기보다 노동조합이 비정규사업의 재정마련을 위한 ‘비정규기금’의 형태였다. 노동연대기금은 비정규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문제를 노동조합을 넘어서 사회적 차원에서 노사정이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에서 한 걸음 나간 주장이다.

민주노총이 2004년 초에 노동연대기금을 처음 주장할 때만 해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가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이 많이 존재했지만, 실제로 산하조직인 금속연맹과 보건의료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연대기금을 노사 또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조성하기로 함에 따라 노동연대기금 현실화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자동차산업에서는 사용자가 재정부담을 하는 ‘사회공헌기금’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아직 노동연대기금의 재정부담 주체 및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노동자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주요한 방안으로 노동연대기금이 다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노동연대기금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여 기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설립되어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의 활용에 대해서도 열어두고 있고, 기업 측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의미로 이른바 ‘사회공헌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정 사이에 건설적인 논의가 진전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마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노동조합운동에서 제기한 노동연대기금의 가능성 및 조성방안을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에서 노동자간 임금 및 노동조건 격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살펴보고, 노동연대기금의 모델인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조합운동이 주장하고 있는 노동연대기금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부 및 사용자의 입장도 간략히 살펴본 후에 한국에서 가능한 노동연대기금의 조성방안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다.

2. 노동자간 격차 심화와 임노동자기금

1) 노동자간 격차 심화

연대기금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노동시장에서 노동자간 격차가 크게 확대·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자간 격차 문제를 비정규직 지위향상을 위한 기금 조성을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의 노력이 제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간 격차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간에도 존재하지만, 1990년대 이후 세계적 차원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질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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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비중이 정규직 비중보다 높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고, 이것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비정규직 비중을 40%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2004년 현재 비정규직은 55.9%, 정규직은 44.1%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11.8%나 많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1] 참고). 이 수치는 2003년에 비정규직이 55.4%였던 것에 비해 0.5%나 증가한 것이어서 더욱 문제가 된다. 비정규직 규모에 대해서 지난 5~6년간 사회적으로 문제가 지적되어왔음에도 실제로는 비정규직 규모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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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는 사람들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크다. 정규직노동자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노동귀족’이라고 불릴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는 데 비해 비정규노동자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매우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2004년 현재 정규직 월평균임금은 211만원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110만원에 불과해 정규직임금의 51.9% 수준에 불과하다([그림2] 참고).    

2000년 이후 임금 추이를 보면, 정규직 임금은 2000년에 157만원에서 2004년 211만원으로 54만원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은 2000년 84만원에서 2004년 110만원으로 단지 26만원 증가했다. 정규직 임금인상액이 비정규직에 비해 28만원이 많다. 임금 격차도 2000년의 73만원에서 2004년엔 101만원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비정규노동자의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점점 작아져서, 2000년에 53.7%에서 2001년 52.6%, 2002년 52.7%, 2003년 51.0%, 2004년 51.9%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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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동자는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 및 노동조건 적용에서도 커다란 차별을 받고 있다. 법정복지인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을 살펴보면 정규직은 80~90% 이상 적용되고 있는 데 비해, 비정규직은 국민연금 30.3%, 건강보험 33.0%, 고용보험 29.7%로 30%대에 머물고 있다([그림3] 참고).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은 복지 차원에서 더욱 보호를 받아야 함에도, 거꾸로 임금보다도 복지 차원에서 더 많은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이 더욱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은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 등 노동조건 분야이다. 정규직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받고 있는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를 비정규직은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퇴직금은 18.6%, 상여금은 16.5%, 시간외수당은 13.7%, 유급휴가는 16.0%의 비정규노동자만이 정규직과 같은 노동조건 속에 있는 것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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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간 격차는 기업차원에서 주어지는 기업복지 분야에서도 기업규모별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9인 이하 기업은 1인당 법정복지비가 109,000원인데 비해 1000인 이상 기업은 199,000원으로 거의 2배 정도가 되었고, 법정외 복지도 29인 이하 기업은 96,000원인데 비해 1000인 이상 기업은 190,000원이었다. [그림4]를 보면 노동자 1인당 복지비는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비례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제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1000인 미만 기업은 모두 전체평균인 법정복지 182,000원, 법정외 복지 169,000원에 미달하고 있는 상태이다. 기업복지도 기업규모별로 큰 격차를 보여 노동자간 격차를 더욱 크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

한국에서 노동연대기금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구 사회주의권의 해체와 함께 새로운 주장들이 많이 제기되었는데, 이중 하나가 ‘기금사회주의’였다.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은 자본주의 사회구조를 유지하면서 노동조합이 소유·관리하는 임노동자기금을 통해 노동자가 자본소유 참가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에 주목한 이유는 그 내용보다는 형식에 있다. 기금 형성이 대기업의 이윤에 의해 조성되고 그 운영은 노동조합이 소유·관리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운동은 이를 매우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했다. 우선 스웨덴 임노동자기금의 형성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웨덴은 임노동자기금 제도를 1983년부터 1990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였다. 1976년 메이드너(Meidner)를 중심으로 하는 위원회는 노동자계급으로의 소유권 이전과 자본 소유권의 공적통제 문제를 제기하는 ‘메이드너 플랜’이 포함된 보고서를 스웨덴 노총(LO) 총회에 제출했다. 메이드너가 밝힌 임노동자기금의 목표는, 첫째 높은 이윤을 남긴 기업의 소유자는 더 이상 부유해져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연대임금정책을 보완하고, 둘째 고도로 산업화된 경제에서 자기자본 조달의 부수 결과인 자본과 권력의 계속되는 집중에 대항하며, 셋째 소유권 참여를 통해 작업장에서 임노동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임노동자기금 제안의 배경에는 이처럼 소유권의 점진적 확보를 통해 사회주의 이행을 실현하고자 했던 스웨덴 사회민주주의가 추구해 왔던 기본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 경제상황 악화의 원인에 대해 사회민주당과 노조는 불충분한 투자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임노동자기금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또 노조는 대기업의 독점 심화에 일정한 제동을 걸고자 했다. 당시 LO가 임노동자기금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는 그들의 신문에 잘 표현되어 있다. 1976년 LO 기관지는 “기금제는 권력을 누가 쥐는가의 문제이다”라고 하였고, 1978년에는 “기금제를 통해 점진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정치적 성격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임노동자기금은 스웨덴사용자연맹(SAF)의 커다란 반대에 직면했다. 그 결과 1976년 제안 이후 1978년, 1981년에 수정된 형태로 ‘임노동자기금안’이 제안되었다. 원안은 수정되어 ‘소유권 이전’이라는 원래의 목표로부터 ‘자본투자의 증대’라는 목표로 강조점이 이동되었다. 기금의 원안이 제기된 1976년, 사회민주당은 부르주아정당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고 임노동자기금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부르주아정당이 ‘기금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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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임노동자기금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82년 사회민주당이 집권한 1년 후에 원래 안에서 많이 후퇴한 ‘임노동자투자기금’(Employee Investment Funds, 1983년)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된다([표1] 참고). 그리고 임노동자기금의 실시 시기도 실험적으로 7년 동안으로 한정되었다. 결국 임노동자기금제는 1983년부터 1990년까지 실시되다가 1991년 보수연립정권의 등장으로 폐지되는 운명을 겪게 되었다.

1983년에 제정된 법은 지역을 기반으로 조직된 5개의 임노동자기금을 설립했다. 그 운영은 9인의 이사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이 중 5인은 스웨덴노총(LO), 사무직노총(TCO)이 지명하는 ‘노동자대표’이고 나머지 4인은 민간 기업인들이 맡기를 거부하여 정부가 임명한다. 사용자들은 끝까지 임노동자기금에 반대해서 운영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결국 기금은 1991년 부르주아 연립정부의 집권과 함께 폐지되는 운명을 겪게 된다. 사실 임노동자기금에 대해서는 노동조직 내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사무직노총(TCO)은 기금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고, 전문직노총(SACO)은 반대 입장을 취했다. 

스웨덴 임노동자기금의 목적은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노동연대기금과는 그 성격이 달랐다. 임노동자기금은 노동조합운동이 사용자단체와 사회적 합의 속에 추진한 ‘연대임금정책’의 보완책이자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노동자간 임금불평등 해소를 위해 스웨덴 노조가 확립한 체계는 중앙교섭(중앙노사단체간 단체교섭)이었다. 임노동자기금은 연대임금정책 추진과정에서 생기는 대기업의 잉여이윤을 노동자가 돌려 받아야 한다는 합리적인 이유와 경제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원칙적 이유에서 추진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스웨덴처럼 중앙교섭 및 산별교섭을 통한 노동자간 임금격차 해소가 당분간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에, 노동연대기금을 통해 노동자간 격차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노동자간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원칙적으로는 스웨덴처럼 중앙교섭을 통한 해결체계가 바람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처럼 기업별노조 전통이 길고 노동자간 격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별히 노동연대기금을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한국 노동운동이 주장하고 있는 노동연대기금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임금 및 노동조건, 사회복지의 보편성 원칙’에 따라서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대기업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 노동조건,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파트타임 노동자 및 기간제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들어 증가하기 시작한 파견노동자도 일단 원청기업에서 일하게 되면 원청기업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스웨덴 노동운동이 강력한 산별노조와 높은 조직률, 강한 사회민주당이라는 권력자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3. 한국의 노동연대기금 논의과정 

최근 노동연대기금을 둘러싼 노사정간에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노동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노동연대기금은 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노동자간의 임금·복지 격차해소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연대기금을 조성하여 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연대기금을 제일 먼저 주장한 노조는 자동차 대기업노조들을 포괄하고 있는 금속산업연맹으로, 2003년 12월23일 금속연맹 대의원대회에서 제시된 노동연대기금을 적립하는 연대방안이 노동운동에서 연대기금 방침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금속연맹의 노동연대기금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노동자간 격차해소를 위한 노동자기금 주장이 나온 적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노동조합이 연대기금 방침을 결정한 것은 금속연맹의 경우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금속연맹의 노동연대기금 주장에 이어 2004년 2월2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연대기금 조성 방침을 밝혔고 3월3일 중앙위원회에서 확인하였다. 민주노총의 노동연대기금 방침 결정 이후에는 보건의료노조가 2월26~27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산별교섭 요구안으로 노동연대기금을 결정하였다. 연대기금 주장은 산별연맹 수준을 넘어서, 3월22일에는 기아·대우·쌍용·현대 완성차 4사 노조의 자동차산업 수준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주장으로 이어졌고 화학섬유연맹 소속 LG정유노조는 ‘지역사회발전기금’ 조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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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도 노동자간 임금·복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노사간 협상 중인 노동연대기금이 충분히 활성화되기 어렵다면 이미 기업별로 조성되어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용자는 노동연대기금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서 노동연대기금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노동연대기금에 대한 사용자의 부정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노동연대기금을 요구한 금속연맹과 보건의료노조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금속연맹은 ‘자동차노사협의체’를 구성하여 ‘산업발전 및 고용안정’을 위한 사업을 논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고,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에 합의하였다. 애초에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이 주장한 노동연대기금 조성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노동연대기금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실 노동연대기금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도 약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의 노동연대기금 방침은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였다. 첫째, 2004년 정규직 조합원 임금(인상분) 중 일정액(비율)을 연대기금으로 적립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산별 단위에서 결정한다. 둘째, 조합원기금을 산업별(또는 업종별) 단위로 적립한다. 셋째, 조합원이 조성한 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업에게 기여하도록 요구한다. 넷째, 기금은 비정규직에 대한 복지기금, 직업훈련, 조합원의 고용안정기금 등으로 사용하되 구체적인 방안은 산별 단위에서 결정한다. 다섯째, 기금은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총연맹에서 운영에 대한 세부방안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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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기금의 목적·운영주체 측면에서는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이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조성방안·출연주체 측면에서는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표2] 참고). 출연주체에선 금속연맹은 노사 출연, 보건의료노조는 노사정 출연, 자동차 4사 노조와 화학연맹은 사측 출연으로 되어 있다. 자동차와 LG정유처럼 특정 업종이나 특정 기업에서는 사측 출연만을 규정하고 있고, 노총이나 연맹 차원의 연대기금은 노사 또는 노사정의 공동 출연을 규정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정부 출연을 규정하고 있는 점은 연대기금의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노조 조직 간에 노동연대기금의 구체적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의 연대기금 조성 취지 중에 중요한 것은 노동자간 임금·복지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 노사가 공동으로 사회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대기금 논의 수준을 산업별노조 수준에서 진행함으로써, 해당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노사가 공동으로 대처하고 산업(업종)별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연대기금의 주목적인 노동자간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입각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실질적 임금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노조의 연대기금안에는 임금격차를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노조 입장에서는 임금격차 해소는 노동연대기금 보다는 산업별노조를 통한 전국적 교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내부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단지 대기업과 직접 관련된 사내하청이나 용역노동자에 대한 임금차별 해소정책 정도가 있는 상황이다. 노동연대기금이 노동자간 격차해소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의 복지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자간 복지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다.

한편 연대기금에 대해서 노사정 모두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대기금을 둘러싸고 노사 및 노조운동 내부에 찬반양론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사용자단체는 민주노총의 노동연대기금 주장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한 바 있고, 연대기금 자체에 대해 아직 검토 단계에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입장인 것 같다. 연대기금의 재원마련 및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대기금, 사회공헌기금 쪽으로 말하는 데 이런 형태로 한다면 우선 큰 문제가 재원과 규모다. 최근 한 발표에 따르면 20조원이 있어야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한다. 기금이 형성되어도 어떻게 쓸 것인가. 교섭대상이냐 아니냐 논란으로 좋은 취지의 사업이 노사간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 다만 노조가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을) 더 확대하고 잘 하도록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은 근본적인 산업경제정책과 같이 이뤄져야 한다.”(김정태 경총 상무)

기업 차원에서도 사회공헌기금 교섭이 진행 중인 자동차회사의 경우, 사용자 측은 기업이윤의 일부를 기금 재원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기업의 경영상황에 대한 노조의 적절한 경영참가 수준에 비추어 볼 때, 기업이 이윤을 어디에 쓸 것인가는 사용자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대기금 논의와 교섭과정을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연대기금이 가져올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우선 노동자간 격차는 사용자가 만들어낸 문제들인데 노동자가 왜 책임을 떠맡는가 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비판이다. 또한 연대기금 재원마련에서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기금재원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연대기금은 사용자들의 비정규 차별을 인정하면서 그 부담을 정규직노동자가 안고 가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연대기금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인 수밖에 없는데, 연대기금만 만들어지면 노동자간 격차가 모두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비판하고 있다. 

“결론은 현재 창궐하고 있는 ‘기금’ 논의들을 당장에 걷어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명백하게 노동자 살해 프로젝트이다.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달콤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무엇인가는 환상일 뿐이다.
민주노총은 ‘연대기금’ 조성이 아니라 시간급제 철폐, 고용 및 노동유연화 정책 폐기, 교대근무제 등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변형노동시간제 폐기 투쟁을 축으로 ‘계급적, 사회적 연대 기반’을 만드는 것에 즉각 착수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정지현, 2004: 127).


하지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조합운동은 노동연대기금을 통한 노동조합운동의 노동자간 격차 해소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연대기금이 노동자간 격차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노동조합운동이 처음으로 비정규노동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대정책적 주장을 하였다는 의의가 있고, 연대기금이 산업 또는 지역 차원의 노동자간 격차 해결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금요구는 새로운 접근의 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개별 노사간의 교섭을 통한 임금인상과 달리 비정규직 임금차별을 통한 수탈에 대해 산업 또는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 사회적 차원에서 아래로부터 기준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라고 한다면, 기금 요구는 수탈의 결과물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문제다.”(조건준, 2004: 30). 

결론적으로 노동연대기금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고, 연대기금의 재원마련 및 운영방식, 사용분야에 대한 합리적인 정리가 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지만 연대기금은 노동자간 격차, 특히 비정규직의 지위 향상을 위한 새로운 노력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4. 노동연대기금의 조성과 운영

1) 노동연대기금의 성격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은 연대임금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노동조합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삼았다. 연대임금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평등화하여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노동조합운동은 임노동자기금을 대기업의 초과이윤으로 조성하여 노조 주도의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제안하였던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노동조합이 산업별 교섭을 추진하면서 스웨덴의 연대임금정책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아직 임금평등 실현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기된 노동연대기금 방안은 복지평등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간 격차해소를 실현하고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내용을 담는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노동연대기금은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처럼 대기업 순이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여 노동조합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을 많이 지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스웨덴의 노사관계 상황과는 매우 다른 한국적 노동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되어 임금 및 복지수준 격차가 점점 커졌고, 기업은 노동비용을 최소화시키는 노동유연화(특히 고용유연화) 전략을 통해 순이익을 증가시켜왔으며 정부는 사회안전망 마련도 충분한 수준으로 확대하지 못하여 실질적인 사회복지 실현에 실패하였다. 이렇게 기업과 정부의 정책이 노동자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새로운 제도인 노동연대기금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노동조합이 요구한 노동연대기금은 무엇보다도 노동자간 격차해소를 정부와 기업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노사 또는 노사정이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임금인상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받았던 노동조합이 매년 임금인상분의 일정 금액을 노동연대기금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 측에서도 노동연대기금에 대한 책임 있는 사회적 실천을 하도록 압박하였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복지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입장에 있고, 사용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 노동연대기금 조성방식

기금 조성은 비정규직 확대 및 노동자간 격차 확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노사정이 함께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노사정이 공동으로 적립하는 방식을 취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일차적으로 노동유연화를 추진해온 기업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도 노동자간 격차해소를 위해 연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은 매년 임금인상액의 일부(예를 들면 1%)를 노동연대기금으로 적립하고 기업과 정부도 해당 금액 이상을 기금에 공동으로 적립하도록 한다.

노동자가 연대기금 재원마련에 참가하는 것은 그동안 비판되어 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격차 문제에 대해, 정규직노동자가 직접 임금인상액의 일부를 노동연대기금에 적립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비정규직노동자의 임금인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연대임금정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연대임금정책은 산업별 교섭을 통해 노동자간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산별교섭이 아직 충분히 전진되지 않은 한국 상황에서 노동연대기금은 간접적인 연대임금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연대기금 재원과 관련해서 최근 시민단체나 노동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사회화’에 대해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이 세전 순이익의 5% 범위 안에서 기금을 출연해 해당 노동자들의 생활안정 및 복지증진에 활용하는 제도”로서 2003년 말 현재 972개 기업에서 총 4조 6,501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한겨레신문』, 2004년 8월15일). 사내근로복지기금은 노동연대기금의 ‘기업측 부담 분’으로서 연대기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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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근로복지기금은 기업 차원에서 조성된다는 점이 문제이지만, 1990년대 이후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92년엔 293개였던 기금 수가 2003년에는 972개로 3배 넘게 증가했다([그림5] 참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용도를 보면, 2003년 현재 주택자금이 42.7%로 가장 많고 생활안정자금이 24.0%, 장학금이 11.3%, 우리사주 구입 2.3%, 체육문화 2.1%로 되어 있다. 복지기금의 주 내용은 기업차원에서 조성되는 복지기금을 반영해서 해당기업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쓰이고 있는 것이다([그림6] 참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기업규모별로 설립률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1000인 이상 기업은 설립률이 64.26%로 많은 기업이 복지기금을 설립하고 있는 데 비해서, 100인미만 기업은 0.05%, 100~299인 기업은 3.3%에 불과하고 300~499인 기업도 11.09%로 500인미만 기업은 10%이하의 기업에서만 복지기금을 설치하고 있다. 이 사실 자체가 기업규모간 복지 격차를 늘려 노동자간 복지 격차를 확대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발전시켜 산업 또는 지역 차원의 복지기금으로 개편하거나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연대기금으로 전환시키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 중에서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지 않은 기업이 35.74%에 이르기 때문에 사내근로복지금과 연대기금의 통합 개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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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노동연대기금은 민주노총이 주장한 노사정이 공동 부담하는 방식에 기존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노동연대기금’으로 재편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존재하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는 기업도 있고, 대기업이면서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노동연대기금 논의를 계기로 새로운 연대기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3) 노동연대기금 운영 

노동연대기금은 재원 마련을 노사정이 함께 하는 만큼 노사정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한다. 연대기금의 취지상 해당 산업을 둘러싼 노동환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므로 연대기금 조직은 산업별 기금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속연맹이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처럼 산업별 특성을 반영하는 방향이 노조조직 차원에서나 기업특성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향이다. 산업별 조직 외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차적으로 지역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조직구성 및 운영은 노사정 위원들로 구성되는 추진위원회에서 일정 기간을 두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노동연대기금의 사용분야는 현재 교섭이 진행 중인 연맹별로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금속연맹은 산업발전을 위한 기금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고, 보건의료노조는 고용안정, 직업훈련에 강조를 두고 있다. 화학섬유연맹은 지역산업발전기금의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어서 지역 차원의 사회공헌사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통적으로 직업훈련기금, 복지센터 등의 사업을 주요 사용분야로 설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점을 고려해 볼 때, 노동연대기금의 사용분야는 노동시장, 사회공헌, 산업발전의 세 분야로 생각할 수 있다. 노동시장 분야는 비정규직의 복지향상, 직업훈련 확대, 고용안정망 구축과 같은 영역이고 사회공헌은 복지센터 건립, 빈민층자녀를 위한 교육기금 마련, 산업발전 분야는 해당 산업발전을 위한 연구프로젝트 영역 정도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발전 프로젝트는 고용안정 방안이나 작업장 개선 등 노사가 공동으로 고민해야 하는 주제로 해서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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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맺음말

노동연대기금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심화되고 있는 노동자간 임금 격차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확산하고 노사정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시대적 환경을 반영하여, 노동연대기금 설립을 통해 사회적 통합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 및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임금보전 등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실현시키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노동연대기금은 좀더 간접적인 산업 및 지역차원의 직업훈련기금, 복지센터, 저임금노동자 자녀를 위한 교육기금, 고용안정망을 위한 기금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간 격차를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전통적인 산업별 단체교섭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이론적·현실적으로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추진된 산업별 최저임금처럼 해당 산업별 협약에서 산업 또는 업종별 최저임금 및 노동조건을 정함으로써 저임금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노동을 한다면 동일한 임금, 노동조건,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장 원칙적인 길이다.

노동연대기금의 재원마련과 관련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산업 또는 지역차원으로 사회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연대기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사내근로복지기금과 노동연대기금의 성격이 달라지겠지만 자동차기업처럼 기업 이윤의 일부를 연대기금의 재원으로 하는 경우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재원과 그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노동연대기금으로 통합하여 운영할 수 있다.

정부차원의 노동복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업차원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및 노동복지 차별이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노동운동이 주장하는 ‘노동연대기금’은 한시적으로(약 5년 내지 10년) 노사정이 함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있다. 원칙적으로는 노동자간 평등실현은 법제도적 차원의 사회복지 확대 및 산별 단체협약을 통한 동일한 임금, 노동조건 보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 미조직노동자를 조직하여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를 만들고 유일한 노동자정당인 민주노동당을 확대·강화시키는 것이지만, 정부와 경영자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지름길이 ‘노동자간 차별 해소’ 라는 점을 인정하고 최대한의 실천적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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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