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투쟁 승리의 거대한 첫걸음을 위하여

노동사회

비정규 투쟁 승리의 거대한 첫걸음을 위하여

편집국 0 2,573 2013.05.17 09:17

지난 1998년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이 시행된 이후 채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땅 전체 노동자 중에 56%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 수가 800만을 돌파하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과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리고 요즈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중층적 고용형태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노동자들 역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투쟁은 현행법상 원청의 사용자성이 부정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곧바로 원하청간 계약해지가 이뤄지고 자동적으로 노동자들만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투쟁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짓눌리고 무르익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를 터뜨리고, 노동운동진영 전체가 본격적으로 비정규투쟁에 나서는 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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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의 쟁점과 경과

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의 쟁점은 첫째 고용안정, 둘째 민주노조 사수, 셋째 임단협 쟁취이다. 교섭과 투쟁의 쟁점사항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사측은, 즉 하청업체는 원청의 조종 하에 자신들은 나서지 않고 처음부터 경총과 노무사 등에게 교섭권을 위임하여 원청이 그려놓은 ‘파국의 밑그림’대로 치달렸다. 교섭해태, 회피 그리고 폐업 등 장기투쟁사업장에서 사용자들이 밟는 일련의 수순이 진행되었다. 폐업 이후에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은 원청과는 이렇다할 대화조차 한번도 하지를 못하고 90여일을 길거리에서 어렵게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관련된 큰 투쟁으로 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과 함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 원청회사의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소속임에도 농성장 침탈, 단전단수, 지회장 납치 등 많은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은 아직 살아있어서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하며 힘을 보태주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매그나칩 같은 경우는 원청회사의 노동조합이 한국노총 소속인 데다가 그나마 유명무실해서 대량해고자가 발생하고, 불법직장폐쇄, 불법폐업, 손해배상, 가처분, 부당노동행위 등 많은 불법과 파행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계급적으로 단결하여 대항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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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투쟁일지 

2004년 
10월22일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설립 총회 
11월10일 5차 교섭 논의: 사측과 첫 만남, 충북 경총 사무국장, 노무사 대동 
11월24일 불법파견 진정서 접수 
11월26일 청주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12월 4일 사장단의 폐업 발표로 교섭 결렬 
12월 6일 청주지방노동위원회 본조정회의: 조정중지 결정 / 쟁의행위 찬반 투표(94.4%찬성) 
12월 7일 쟁의행위 출정식(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 야외 음악당) / 잔업 거부 및 부분파업 
12월15일 서울 본사 상경 투쟁 및 전면 파업 
12월25일 직장 폐쇄(새벽 4시), 정문 진입 투쟁(조합원 14명 부상) 
12월31일 집단 정리 해고(계약해지) 

2005년 
 1월 4일 출입금지·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60명 총8억원) 
 1월12일 하이닉스 매그나칩 정문 집회(민주노총 결의 대회, 1500여명) 
 1월14일 시민단체 기자 회견 및 청주지방 노동사무소 소장 면담 / 불법파견 진정 결과 발표(일부 제외한 합법 도급 인정) 
 1월18일 천막 농성 돌입(하이닉스 매그나칩 정문) 
 1월24일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99명 총28억) : 39명 추가 
 1월26일 시민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1월28일 진상조사단 구성(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1월31일 청주지방노동사무소 소장 면담 요청 및 타격 투쟁(조합원 2명 부상) 
 2월 3일 하이닉스 매그나칩 정문 집회(민주노총 충청권 권역 집중 집회, 500여명) 
 2월22~25일 서울 상경투쟁(미 상공회의소, 국회 앞 등)
 3월15일 미상공회의소 집회
 3월16일 하이닉스 이천 본사 앞 권역별 집회 (서울경기, 강원, 충북) 약 600여명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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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이러한 상황이 버젓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하이닉스 매그나칩 자본의 행태가 노무현 정부의 노동자 분할구도 지배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추진한다는 노무현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위 ‘비정규보호입법’과 노동자 분할정책 등 어느 것을 보더라도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비정규직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해 11월24일 하이닉스 매그나칩의 사내하청과 관련하여 불법파견 진정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우리가 진정서를 제출한 4개 업체 중에서 1개 업체의 1개 공정(6명)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하였을 뿐이었다. 이는 전례로 보아도 절대로 수긍할 수 없는 결과였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이와 관련하여 편파판정, 사용자와의 유착의혹과 노동부의 직무유기에 대하여 항의하였고,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조사팀을 따로 꾸려 노동부와는 전혀 다른 실사결과를 지난 3월17일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노동자를 보호하여야할 노동부마저 자본을 감싸주고 노동자의 현실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더욱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하이닉스 매그나칩에서만 200여명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려, 가족까지 치면 1,0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음에도 사태해결을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 상황을 단지 노동권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는 일부 시민사회단체들도 한번쯤 자신들이 지향한다는 ‘사회 정의’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의 방관 속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하청지회 노동자들은 가정조차 유지하기 힘들어 지고 있다는 것 때문에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생계문제 때문에 일부의 이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나랑은 상관없다는 듯 유유자적하며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원청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을 포기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총은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매그나칩, 한원CC 등의 투쟁을 해결하여야할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였다. 이 투쟁들이 상징하고 있는 바는 지역과 업종을 넘어 전체 노동진영의 과제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식 하에 하이닉스 매그나칩 투쟁에 나서고 있는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이 투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지역연대 파업, 불법파견 재진정, 청주지방 노동사무소에 대한 감사 청구, 하이닉스 정문 앞 경고파업 등의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확정키로 했다. 또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1인 시위를 매일 진행하고 있으며, 촛불 문화제, 도지사 항의면담 등 다양한 투쟁을 배치하고 하이닉스 매그나칩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동운동진영과 함께 하고 있다.      

어렵지만 힘차게!

하이닉스 매그나칩은 작년 당기순이익 2조 2백억원을 달성한 거대자본이며 지역의 수출 중 25% 정도를 차지하는 지역 사람들의 삶과 깊게 연관된 기업이다. 그리고 지금 그 회사를 향해 투쟁하고 있는 하이닉스 매그나칩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은 IMF시절 회사가 어려울 때는 정규직과 동일하게 상여금반납, 임금삭감, 무급휴가 등을 감수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게 고통을 분담해왔던 대가가 겨우 법정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 되는 현실이었던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버틸 곳도 없기에 투쟁을 선택했다. 그리고 파업투쟁 90여일이 지난 지금도 그 선택이 옳고 정당하였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투쟁이 비정규직 투쟁의 선봉이라 말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하여, 한 사람의 당당한 가장으로 또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투쟁의 승리는 앞으로 거대하게 이어질 비정규직 투쟁들이 승리할 수 있는 선례가 되고, 막막한 처지에 이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렵지만 힘차게 투쟁하고 있다. 계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