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노동사회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편집국 0 3,986 2013.05.17 09:08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는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한여노협)에서 2004년 11월에 발간한 것으로 여성노동운동가 8명의 이야기다. 작가 박민나는 (주)로움코리아에 입사하여 1985년 구로 동맹파업에 참여했고, 1992년 마창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으로 여성노동자 운동을 시작하여 한여노협 계간지 『일하는 여성』에 ‘박민나의 삶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고 한다.

park_01.jpg‘가시철망’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그들의 삶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비롯하여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이 어느 한사람의 영웅담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마찬가지로, 노동운동 좀 했다고, “내가 왕년에…” 하는 말로 시작되어 지나친 과장과 온갖 미사여구를 곁들인 영웅담을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사건 중심으로 교과서처럼 딱딱하고 지루하게 풀어나가지도 않는다. 수필집을 읽듯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책장이 오히려 1970~80년대 당시의 현장감을 살려준다. 

1978년 동일방직 똥물사건으로 구속되었던 노조위원장 이총각, 1985년 가리봉 전자에 입사해 구로 동맹파업에 노조 사무국장으로 참여해 투쟁한 윤혜련, 1994년 대양고무 위장폐업 철회 투쟁에 나선 박신미, 1979년 YH노조 폐업철회 신민당사 투쟁을 하였던 박태연, 1989년 인천 세창물산 위장폐업 반대투쟁의 원미정, 1982년 원풍모방 노동조합 사수투쟁으로 구속되었던 정선순 , 1989년 수미다 전기 폐업에 따른 보상협상을 위해 일본원정까지 다녀온 박성희, YH무역 노조결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동일방직 똥물사건을 세상에 알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대표 이철순.

이 책은 이들의 생애를 훑으며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된 배경, 투쟁현장에서 느꼈던 생생한 경험담을 자서전식으로, 또는 같이 활동했지만 지금은 하늘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또는 작가와의 인터뷰형식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빨갱이로 취급받고, 폭력 앞에 목놓아 울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그들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그 시절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껏 노동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가장 큰 힘은 여성노동자들의 여린 노력이 결국 민주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는 자신감과 희망이다.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개인적으로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1970~80년대의 독재정권 하에서, 처절했던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 가시철망을 사이에 두고 열정과 희망으로 피어난 장미들…. 이 8명의 여성운동가들의 삶을 정말 멋지게 표현하고 있는 제목인 것 같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