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를 더욱 귀찮게 하는 회원이 되겠습니다

노동사회

연구소를 더욱 귀찮게 하는 회원이 되겠습니다

편집국 0 2,980 2013.05.17 08:56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독자와 함께’ 취재요청을 위해 전화를 걸자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젊은 여가수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컬러링으로 흘러나온다. 내심 웃음이 나오며, 재미있는 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름부터 독특한 독자여서 그랬던 것 같다.

gssong_01.jpg노조 가입 2년 만에 부위원장 맡아

‘妓房(기방)’과 ‘基邦(기방)’의 차이는 뭘까? ‘妓房’이야 한자 그대로 옛날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장소지만, 후자의 基邦은 ‘나라의 터’라는 뜻으로, 『노동사회』 독자인 손기방(44) 손해보험노조 제일화재지부 부위원장의 이름이다.

이름이 독특해서 대뜸 이름에 대한 사연부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이 재밌죠? 기방이라니 사람들이 많이 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소개를 할 경우 웬만해서 잊어버리질 않아서 좋아요. 오히려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라며 긍정적인 답을 돌려준다. 

입사 19년 차의 40대, 결혼한지 17년이 흘러 두 아이의 아버지. ‘정리해고’다 ‘명예퇴직’이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닥칠 때, 조용히 현실에 순응하여 다른 삶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이에 대항하여 노동조합에 가입해 당당히 맞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손기방 독자는 후자의 경우다.

“노조에 가입한지는 2년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불합리하다고 느꼈습니다. 노동자들이 평상시에도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구조조정에 순응하며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누군가는 나서서 뭔가는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노조가입 2년 만에 부위원장이라면 손기방 회원의 열의와 활동이 어떠한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방카슈랑스 2단계 저지가 기억에 남는 일

손해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인해 막대한 영업손실을 보아왔다. 제일화재 노조 역시 2005년 4월로 예정된 방카슈랑스 2단계 실시에 따른 자동차보험의 방카슈랑스 적용으로 사활을 건 저지투쟁을 전개해야 했다.

“회사생활이든 노동조합 생활이든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방카슈랑스 2단계 실시를 3년 간 유예시켰던 투쟁이었습니다. 제일화재 지부가 상급단체에 제안하여 시작된 투쟁이었거든요. 노동조합의 위상도 높아졌고, 회사와의 관계도 많이 원활해졌죠. 노동조합이라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동료들도 있어요. 저부터가 그랬거든요. 아직은 조직력이 약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그래서 작년에 이어 올 한해도 조직확대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홍보 좀 열심히 하세요

손기방 회원이 연구소 회원에 가입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교육실에서 실시한 노조간부 기본교육을 받고서 가입을 결심하게 되었다.

“연구소에서 실시한 교육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경력이 짧다보니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데 교육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노동사회』도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쉬운 점은 홍보가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교육 후 ‘애프터 서비스’를 해준다기에 농담이려니 했는데 실제 전화통화 등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소를 이용하고 귀찮게 했으면 좋겠어요”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