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지도 이후 쟁의행위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

노동사회

행정지도 이후 쟁의행위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

admin 0 4,012 2013.05.07 07:24

본격적인 임단투 시기가 되면서 다시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따른 불법파업 시비가 문제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노동위원회가 무분별하게 행정지도를 하고 있는 점, 행정지도가 있으면 노동부나 검찰은 무조건 불법파업으로 몰아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행정지도만 하면 파업이 불법?

현행 노조법 제45조 <조정의 전치>는 "② 쟁의행위는 제5장 제2절 내지 제4절의 규정에 의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다만,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기간 내에 조정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제63조의 규정에 의한 기간 내에 중재재정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조정전치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종전 냉각기간 제도가 없어지고 새로 도입된 제도이다. 일반사업장은 10일, 공익사업장은 15일이 조정기간으로 규정되어 있다.

현재 조정전치주의 문제는 쟁의행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조정전치를 거치지 않으면 절차적 정당성이 없어 불법파업이 된다는 것인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하여 판례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의 자리에서 그러한 요구를 거부하는 회답을 했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한다. 다만, 쟁의행위의 시기·절차 등을 규정한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고,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는지 여부, 그 위반 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생활의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것과 같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서 그 정당성 유무를 가려야 한다."

노동조합이 조정을 신청하였을 때, 노동위원회는 보통 다음 네 가지 중 하나의 결론을 제시하게 된다. 

●조정안 제시: 조정위원회는 조정안을 제시하고 수락 여부를 묻는다. 이에 대해 노사 쌍방이 수락하면 그 조정이 성립하고, 어느 일방이 거부하면 조정은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종료된다. 조정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수락하면 단체협약의 효력을 갖게 되고, 거부하면 그것으로 조정절차를 거친 것이 된다. 이 경우는 별 문제가 없다.
●조정 중지: 쌍방이 모두 조정에 응하지 않거나 혹은 어느 일방이 조정에 응하지 않아 조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노동위원회는 조정을 중지한다. 노동위원회가 조정을 중지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노동조합이 신청한 조정에 대해 노동조합이 성실히 응하지 않은 경우, 둘째는 노동조합이 신청한 조정에 대해 사용자측이 응하지 않거나 이를 거부한 경우이다. 두 번째의 경우는 신청한 본인이 거부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를 거부한 것이므로, 노동부 해석에 의하면 이 경우는 조정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본다. 첫 번째의 경우는 신청한 본인이 그 절차에 성실히 임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 경우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노동부는 해석하고 있다. 어쨌든 민주노총 산하 연맹과 노동조합들은 두 번째의 경우에 해당할 것이므로, 이는 조정절차를 거친 것이라는 것이 노동부의 행정해석이다. 이 경우도 역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정안 제시 못한 채 조정기간 종료: 이 경우도 역시 조정전치주의를 충족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
●행정지도: 조정대상이 아니다. 교섭을 더 해보라며 행정지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위 네 가지 중 행정지도가 있을 때, 조정전치 절차를 거쳤는가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고, 불법파업 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행정지도의 대부분이 사용자가 교섭자체를 거부하거나 기피 또는 불성실하게 응하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섭자체를 거부하는 사용자의 경우

먼저, 행정지도에 대한 관련 규정을 보면 노조법 시행령 제24조 <노동쟁의의 조정 등의 신청>는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신청을 받은 노동위원회는 그 신청내용이 법 제5장 제2절 또는 제3절의 규정에 의한 조정 또는 중재의 대상이 아니라고 인정할 경우에는 그 사유와 다른 해결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위원회 규칙 제54조 <행정지도>에서는 위원회는 "노동쟁의 조정신청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당해 신청이 노조법 제2조 제5호의 규정에 의한 노동쟁의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 노조법 시행령 제24조 제2항 및 교원노조법시행령 제6조 제2항의 취지에 따라 조정위원회·특별조정위원회 또는 교원노동관계조정위원회의 의결에 의하여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고 하여 규정을 두고 있다.

행정지도가 있었음에도 파업에 들어간 경우에 불법 파업이 되는가에 대하여 아직 명시적인 판단을 한 대법원 판결은 없고 2심인 항소심판결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자주적인 교섭권고를 이유로 조정종결결정을 하였으나 조정은 당사자 사이의 자주적인 해결에 노동위원회가 조력하는 제도인 점, 노동위원회가 이를 노동쟁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정결정을 아니한다면 오히려 조정전치주의 때문에 노동조합의 쟁의권이 부당하게 침해된다는 점(노동위원회가 당사자간 쟁점사항에 대하여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 이상 합의의 여지가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노동쟁의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면, 단체교섭응낙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아니하면 당사자간 주장불일치가 성립할 여지가 없어서 노동쟁의상태가 발생하지 않고 따라서 조정은 성립할 수 없으며 결국 당사자는 조정전치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고 마는 점), 노조법 제45조, 제54조의 규정의 해석상 조정 종결 원인과 관계없이 조정이 종료되었다면 노조법 제5장 제2절의 조정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이후에 이루어진 위 각 쟁의행위는 노조법 제45조 소정의 규정에 따라 조정절차를 거친 이후에 이루어진 쟁의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어서 이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은 당연히 인정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가 있어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주장의 불일치가 없어 노동쟁의로 볼 수 없어 '조정대상이 아니다', '교섭을 더 해 보라'는 행정지도가 내려져 불법파업이 된다면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기만 하면 노동조합은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갈 수 없다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가 있어도 조정전치를 충족한 것이고,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위 춘천지법 판결은 더 나아가서 조정전치주의 자체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것은 별도로 하고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춘천지법 1999. 10. 7. 선고 98노1147판결, 청주지방법원 2000. 6. 9. 선고99노534 판결).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위에서 보았듯이 제일 문제되는 것이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하게 응하여 실질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인 경우에 이른바 '주장의 불일치'가 없다고 하여 '더 교섭을 해 보라' 또는 '노동쟁의가 아니다'는 이유로 행정지도가 행해지는 경우이다. 위 판례들과 노동법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쟁의행위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다. 즉 행정지도가 있다하여 불법파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용자가 불법성 시비를 걸어 조합원들을 위축시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행정지도가 나오지 않도록 사전 조치해야 한다. 따라서 교섭요구에 대하여 대표성 시비, 교섭장소나 일정 시비, 준비부족 핑계를 들며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내용증명우편으로 반드시 우리 교섭안을 보낸다. 그리고 더 이상의 교섭거부는 우리 교섭안에 대한 전면거부로 받아들이겠으며, 이로써 교섭이 결렬된 것으로 생각하겠다는 의사통지도 내용 증명으로 같이 보내도록 한다. 

잠시 처음으로 돌아가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판례를 보자. "사용자가 노동자의 근로조건의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단체교섭의 자리에서 그러한 요구를 거부하는 회답을 했을 때 개시하되"라고 되어 있다. 즉 노동조합의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설사 단체교섭 자리가 열리지 않았다 해도 쟁의행위를 개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에 관한 법적 판단(업무방해죄, 손해배상청구 등)을 대비해 사용자측의 단체교섭 거부, 불성실한 교섭행위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고 교섭요구일지 등을 작성하여 단체교섭 결렬과정을 정리해 둔다. 지난해 대법원이 행정지도가 있었음에도 파업에 돌입한 경우에 조정전치주의를 거쳤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충분히 하지 않고 파업에 들어갔음을 들어 정당성이 없다고 한 바가 있다. 따라서 노조가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구체적인 교섭안을 던졌으나 그럼에도 사용자가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맺으며

얼마 전 지입차주겸 운송기사들을 조합원으로 포함하고 있는 건설운송노조 위원장, 사무국장 동지들이 다녀갔다. 4월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회의가 있는데 혹시 행정지도가 나와 불법파업시비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셨다. 2000년 9월 22일 노조설립 신고증이 교부된 이후, 협회와 개별 사업주를 상대로 노동조합이 비공식적·공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교섭요구와 노조의 요구안을 제시하였던가. 그러나 지금까지 돌아온 것은 '개인사업주가 무슨 노동자라고 노동조합을 만드느냐,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단 한마디다. 노동부도 인정하고 영등포구청이 신고증을 교부하였지만 막무가내다. 

이것도 실제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행정지도가 나와 불법파업이 된다면 그래서 또 공권력이 투입되고 집행부가 구속된다면 이 나라에서 더 이상 노동3권을 말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얼마전 한 지부의 파업에 대하여 부천지청 공안검사는 노조설립 신고증이 나왔음에도, 또 여러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절차를 거치고 결정까지 받았음에도 '개인사업주가 노조를 만들 수 없음에도 노조를 만들어 불법단체행동을 한 것'을 문제삼아 5명을 구속했다. 뒤늦게 나마 구속적부심에서 5명은 석방되었다. 그러나 노조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사용자들 중 아직 누구 하나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