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주의 강화가 아니라 관료제도 부실이 문제다

노동사회

관료주의 강화가 아니라 관료제도 부실이 문제다

편집국 0 3,932 2013.05.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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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를 느끼는 노조간부는 관료주의의 함정에 빠진 것일까 아니면 조직시스템의 부실에 허덕이고 있는 것일까? 『노동사회』2006년 4월호에 실릴 "빨간 불 켜진 민주노총의 민주주의"의 문제의식 연장선상에서, '활동가들의 위기'를 서로 다르게 진단하는 목소리를 들어본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넘어서 독자들의 고민이 심화되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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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위기의 한 원인으로 ‘상층의 관료주의’가 제기되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그만큼 노동운동이 양적으로 성장했고 불순물이 끼어들 만큼 대중화, 제도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을 크게 조직하는 대중적 조직화의 그릇으로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대중이 처한 자본주의적 억압과 착취를 변혁시키는 무기로서 노동조합이라는 근원적인 이중성으로 인해 항상 관료주의(특히 중앙지도부의 관료화) 논쟁에 휩싸여 왔다.

그런데 여기서 ‘관료주의’와 ‘관료제도’는 구분되어야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언급한 것처럼 모든 조직은 업무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적인 능력을 소유한 행정관(관료)이 주요 역할을 하는 관료제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여기서 관료제(bureaucracy)는 관료주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관료제는 합리적이며, 법적 권한에 의해 조직이 운영되고, 원리와 원칙에 근거한 조직운영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즉 관료주의는 척결되어야 하지만 조직의 효율성과 집중성을 높이기 위한 관료제와 이를 집행하는 관료는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관료주의라는 비판은 ‘관료제’와 ‘관료주의’가 혼재된 채로 진행되고 있다.

다시 생각하는관료주의·관료제·관료

노동계에서 관료라는 단어는 항상 부정적 이미지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조직의 효율화와 시스템 개혁 등은 자본가들의 구조조정 정책을 연상시켜 사용하기 꺼려하는 단어들이다. ‘관료제’ 하면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정부조직을 떠올리게 되고, 그 다음 비효율성, 경직성, 비밀주의 등 모순 덩어리, 필요악 등을 연상한다. 그리고 ‘관료주의’를 통해서는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뇌물 부패, 낭비, 관성, 매너리즘, 소통 장애, 지도자의 독단적 운영방식 등을 떠올린다. ‘노동관료’라 함은 그런 모든 나쁜 이미지의 합이다. 가장 신성한 ‘노동’과 가장 부정적 이미지인 ‘관료’가 만나니, 그것이 주는 의미는 당연히 부정적이다. 따라서 열심히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간부, 활동가들에게 ‘노동관료’, ‘관료주의’라는 비판은 ‘어용’만큼이나 치욕적인 것이다.

하지만 관료주의 논쟁에 끼어들면서 내친김에 한걸음 더 나아가 노조내부의 부실한 관료제와 항상 논외였던 관료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나는 지금의 운동위기가 ‘지도력의 위기’라는 점에서, 노조 내부에 제대로 된 관료제가 정착되고 전문관료가 육성될 수 있으면 위기의 반은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여기서 관료제는 우리 표현으로 노조내부 행정업무 조직시스템을, 관료는 노조 전문 활동가를 지칭한다.

운동의 위기를 상층 관료주의에서 찾는 논지는 대략 이런 것 같다. 관료화된 지도부가 현장과 괴리되어 대중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면서 직업화되고 권력화, 어용화되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노사협의주의, 교섭주의로 흘러 조합원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운동을 망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기존 중앙 집중적인 산별운동을 비판하면서 지역을 강조하고 현장투쟁을 강조한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전복을 꿈꾼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일부 상층부의 관료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운동의 현장성과 투쟁성 회복에는 유효하지만, 위기의 모든 원인을 관료주의로 환원하는 일면성으로 인해 다른 많은 문제를 놓치게 만든다. 특히 개념의 혼동 속에 진정한 의미의 관료제 도입(노조업무 체계혁신)과 노조관료 육성(상근 활동가 역량강화) 문제를 놓치게 한다.

분산된 힘, 수공업적 시스템… 할 것도 못 한다

나는 지금 운동의 위기를 상층 관료주의 중심으로 보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그 자체 문제제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지적하는 것처럼 ‘민주’노총 내부에도 이권개입과 비리 연루는 물론, 어용적 노사협조주의, 관성적 사업과 업무 태만, 권위주의적 경향성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민주노총, 산별연맹, 지역본부, 현장지도부 어느 누구도 열외일 수가 없다. 낯부끄러운 일이다. 일부가 흙탕물을 일으키면서 전체가 도매금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억울하지만 겸허하게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면서 문제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메스를 대야한다. 제2, 3의 비리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규율정립, 간부 윤리강령 제정 등을 통해 조직혁신운동에 나서야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대중운동의 활성화이다. 역동적인 조직과 살아 움직이는 조합원이 있는 곳에 비리와 관성은 발붙일 틈이 없다.

한편 이러한 노조내부에서의 상층 지도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과 별도로, 밖에서는 조·중·동과 경제신문들이 “통제받지 않는 비리백화점”, “군림하는 노동권력”, “귀족노조”라는 더욱 자극적인 단어로 공격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스스로 일부 현상에 대한 과도한 비난과 딱지붙이기보다는 균형감 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상층간부 모두들 관료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여전히 절대다수의 지도부와 간부들은 조합원을 믿고 역사발전과 민중승리의 신념을 가지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뛰어 다니며 투쟁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노동운동 지도부의 관료화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커진 힘을 산별노조로 재조직화하고 사회연대적 운동을 통해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고 있다. 힘은 있되 분산되어 있고, 조직은 있되 수공업성과 전근대적 사업방식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조로 집중된 소중한 자산 까먹고 있는 건 아닌가!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집행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조직혁신방안 논의를 대대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많은 제안들이 쏟아졌다. “과제별 팀제를 활성화하자”, “미조직사업과 현장강화 안건할당제를 도입하자”, “회의 시작시간 사수하자”, “회의 시간과 자료를 줄이고 현장으로 들어가자”, “1달 1번 이상 등산가자”, “일 중독자를 없애기 위해 저녁 이후 사무실을 폐쇄하자”, “출근하면서 큰소리로 인사하자” 등등 큰 혁신부터 작은 혁신 방안까지 갖가지 제안들이 쏟아졌다. 나는 그 제안들을 보면서 우리들이 현안에만 매몰되어 우리들이 일하는 환경과 조건, 시스템 개선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했다는 반성을 했다. 그리고 이것만 해결된다면 지금보다 몇 배의 업무 능률과 성과가 나타나리라 확신했다.  

4만 조합원의 보건의료노조는 중앙, 지역, 현장 포함하여 1년에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고, 300여명의 전임간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보건의료산업에서 이정도의 재정과 인력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조직이 있을까? 그러나 산업정책 개입이나 영향력은 산별노조가 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그리고 눈을 돌려 우리 내부를 돌아보자. 수천명의 노조 전임자, 수천억의 노조 예산 등 우리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특히 최상층 간부들인 민주노총 중앙 55명, 지역본부 126명, 산별연맹 220여명의 중앙간부들은 최상의 시스템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제대로 일하고 있나? 민주노총을 정점으로 19개 산별연맹과 15개 지역본부가 씨줄과 날줄로 최적화되어 움직이고 있는가? 회의 자료와 각종 정보는 넘쳐나는데, 제대로 공유되고 소통되고 있는가? 1,200명의 대규모 대의원으로 지금 같은 토론중심의 대회 운영이 계속 가능한 건가? 노조는 규모의 경제를 적절히 활용하여 정부와 자본에 대응하고 있는가? 1987년 이후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모은 노조 자산(사람과 조직,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제대로 관리 운영해서 최소한 은행 이자 만큼이라도 불려가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원금조차 까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도권적 사고’를 갖자! ‘프로’가 되자!

현재 노동운동의 조직 시스템 부재는 ‘동네축구’를 연상시킨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데 골은 나오지 않고, 선수들은 힘이 빠진다. 그러다 한 골 먹으면 서로 남 탓하기 바쁘다. 우리 노조는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여당’ 체질에 약하다. 문제제기 집단에서 문제해결집단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제기하고 거리에 나서는 데는 강하지만 조직을 운영하고 움직이고 이견을 모아가면서 집행하는 데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술집에서 핏대 올리며 비판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제도 내에서, 주어진 권력을 극대화해서 일을 만들진 못한다. 술집과 거리에서, 익명의 게시판에서 쏟는 그 열정을 제도내로, 조직 내로 돌리는 ‘제도권적 사고’가 아쉽다.

이전에는 “탄압 때문에”, “투쟁과 현안문제 때문에”라면 모든 것이 용서됐지만 이젠 용납되지 않는다. 활동가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것도 민중을 배신하는 행위이지만 이렇게 조직을 허술하게 운영하는 것도 투쟁을 방기하는 것 이상으로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와 자본은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도 조직내부 컨설팅과 업무개선, 조직혁신 움직임이 활발하다, 노조만 무풍지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혁신안 논의는 제자리이고, 규율위원회는 아직도 구성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도 관료제(행정업무시스템) 강화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하는 시점이다. 조직운동의 시너지효과를 살리는 업무혁신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각종 매체에 노조 구인광고가 많이 나온다. 각 조직마다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우리 조직도 몇몇 빈자리를 못 채우고 있다. 현장에서는 간부들이 노조 전임을 기피하여 단체협상에 보장된 전임자 숫자조차 못 채우기도 한다.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은 그만큼 우리 노동운동 조직이 살아있고 할 일이 많다는 증거다. 하지만 필요한 만큼 일할 사람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할 사람을 ‘못 키우고 있다.’ 아마추어는 눈에 잘 띄지만 ‘프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바로 주체의 위기다.

조직혁신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지금 우리 운동이 이만큼 성장하기까지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던 선배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운동판을 떠나고, 후배들은 재생산되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바로 위기이다.  1987년 세대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각 조직마다 주요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고 간부 재충전은 물론, 현장으로부터 새로운 물갈이도 안 된다. 그동안 간부육성사업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가 지금 와서 실력 있는 간부 활동가를 찾는다는 것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일지도 모른다.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80만 민주노총 시대에 변변찮은 간부·대의원 교재, 대중적인 노동조합 입문서가 없다. 민주노총, 산별연맹, 산별노조, 현장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다. 1,500만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민주노총에 경제정책 전문가 한명 없고, 수시로 바뀌는 임원진과 55명의 사무처 인원으로 우리나라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밝힐 정책과 대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조합원의 평균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으로 정책전문가 채용은 쉽지 않고 생활고로 떠나는 사람만 늘어난다. 지역본부는 교부금 부족으로 명절이면 특판 사업에 뛰어 다녀야하고, 인력 부족으로 자기 지역을 책임지기조차 벅차다. 새로운 간부가 들어오면 오리엔테이션은 엄두도 못 내고 눈치껏 ‘자력갱생’해야 한다. 명망 있는 일부 강사에만 의존하는 1회성 교육으로는 노조교육에 식상해하는 조합원을 의식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망에 목말라하는 간부들을 교양시키고 훈련시키기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중앙간부는 격무에 시달리면서 단순 실무자로 전락하고, 현장 간부들은 수시로 바뀌는 구조에서 진정한 의미의 노동관료(상근 전문활동가)로 재탄생은 엄두도 못 낸다. 지쳐 떠난 간부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조직, 제대로 된 노동관료가 맘껏 일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드는 것이 바로 조직혁신이다.

제대로 된 노동관료가 현장을 강화한다  

이제 우리는 제대로 된 관료제 시스템 구축과 관료 육성을 통해 그 힘으로 산별노조 건설과 정파운동 극복을 통한 대통합운동, 현장강화로 나아가야한다. 제대로 된 관료제 시스템과 관료는 복수노조시대에 대비하여 산별적 단결을 앞당길 것이다. 모두가 산별을 외치고 건설 경로를 그리지만 현실에서 실천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다른 산별을 평가하고 자신의 주장을 하기 전에, 산별 건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실질적인 점검을 해보면 어떨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산별건설의 토대를 닦고 있나? 기업을 뛰어넘는 전 조합원 교육을 하고 있나? 전체 사업장을 포괄하는 하나의 산별교섭구조를 확보할 수 있나? 50%이상 조직 중앙으로 재정과 사람의 집중이 가능한가? 공동요구와 공동과제를 내건 공동투쟁이 제대로 되고 있나? 통합을 위한 회의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결의된 사항은 잘 이행되고 있나?

제대로 된 관료제 시스템과 관료는 실사구시를 통해 산별노조운동을 만들어간다. 제대로 된 관료제 시스템과 관료는 최근 정파운동의 부정성을 딛고 사업의 통합력을 높여갈 것이다. 민주노총 선거는 정책대결보다는 정파대결이 된지 오래다. 선거는 경력과 공약과 후보를 보고 찍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파의 누구인가를 보고 찍어야 하는 것이 돼버렸다. 평소 큰 차이 없이 활동했던 간부들이 선거와 쟁점이 발생하면 편 가르기의 희생양이 된다. 진정한 노동관료는 업무 수행에 있어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다.

제대로 된 관료제 시스템과 관료는 현장강화의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장조직 강화 방안 토론을 했더니 현장강화는 방법이 없어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추진할 현장의 간부가 없어 못 한다고 한다. 어느 연맹 산별노조건설 토론회를 갔더니 산별노조건설 경로 1안과 2안이 사이에 쟁점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이 산별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이 더 문제라고 한다. 현장이 죽었다고 난리다. 진정한 노동관료는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준비해서 더 낮은 곳으로 임한다.

세부사항 속 ‘악마’를 휘어잡을 수 있어야

나는 2006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람되고 비전 있는 일은 노동운동, 사회복지 공공성강화운동, 평화통일운동, 여성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노동운동은 사람과 돈과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운동이다. 노동운동이 제대로 움직이면 세상은 확실히 바뀐다. 그런데 현실을 바꾸는 데 가장 위력적인 노동운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들 위기라고 한다.
위기의 노동운동은 이제 진정성(실천성)에서 시작해서 구체성으로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한다. 사람들은 노조의 주장을 잘 믿지 않는다. “비정규직 차별철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운동” 등등에 대해 언행일치가 되고 있는지 의심한다. 많은 구호들을 겉만 화려한 수사(rhetoric)라고 판단한다. 한마디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우리 모두는 열 번의 주장을 하기 전에 한 번의 실천을 고민할 때이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려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위기의 노동운동은 ‘구체성’으로 마무리되어야한다. 영어 속담에 “악마는 세부적인 사항 속에 있다(Devil is in the detail)”는 말이 있다. 총론과 원칙에는 큰 틀에서 합의했다가도 세부적 실천방안에 들어가면 갖가지 이견과 골칫거리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의미로 외교협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노사관계 민주화하자!”, “산별노조 전환하자!”, “연금제도 개혁하자!” 이런 총론에는 누구나 쉽게 동의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노조 내부에서도 많은 토론이 벌어지지만 정부와 사용자와의 투쟁에서도 복잡한 쟁점이 형성된다. 물론 투쟁으로 돌파하면 되지만 그 투쟁을 해야 할 조합원, 그 투쟁을 지지해야 할 국민들은 투쟁에 대한 근거와 정당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다. 구체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이유다.

“사랑한다면 늘 새로운 걸 준비하라!”

다가오는 복수노조시대! 실력 있는 조직, 유능한 간부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비리관료도 용서할 수 없지만 무능한 관료는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 “사랑한다면 늘 새로운 걸 준비하라!” 어느 광고카피인데 내가 좋아하는 문구이다. 민중과 노동자를 사랑한다면 늘 진취적인 상상력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대안을 준비하자! 동지들과 조합원을 늘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준비하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