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에 대한 노동관련 규제 연구

노동사회

다국적기업에 대한 노동관련 규제 연구

편집국 0 6,809 2013.05.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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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의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노동법학과 석사학위논문『다국적기업에 대한 노동관련 규제에 관한 연구, 2004』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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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목적

다국적기업의 기원은 17세기와 18세기의 거대한 무역회사, 즉 동인도 회사나 허드슨만 회사들과 같은 무역회사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아울러 현대와 같은 형태의 다국적기업의 실제 뿌리는 1914년경에 출현했던 자동차, 석유, 화학 및 알루미늄의 생산에 종사하는 국제기업에 있다고 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다국적기업은 세계화의 진전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세계무역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정치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노사관계 역시 점차 국제화되고 있으며, 노동문제가 증가하면서 다국적기업을 규제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본 연구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노동관련 규제를 노동법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 의의와 한계, 올바른 규제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2. 다국적기업의 개념과 현황

1) 다국적기업의 정의

학술적인 의미에서 볼 때 다국적기업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쓰인 것은 1960년도의 릴리엔탈(D.E. Lilienthal)의 논문이다. 그는 미국의 중ㆍ소규모 기업들이 1950년대부터 각종 전략을 구사하여 다국적기업으로 생성되기 시작하였으며,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앞으로 급속히 확장될 것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다국적기업은 현실적으로나 학문적으로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어지며, 현재까지 다국적기업에 대한 용어와 그 정의에 대해서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일치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세계기업(world enterprise),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 국제기업(international enterprise), 지구기업(global firm) 등 명확한 구별이나 기준 없이 사용되거나 일부에서는 다국적기업(multinational)과 세계기업(global firm)을 따로 구분하여 분석하기도 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국제연합(UN)의 공식용어도 ‘Transnational Corporation’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는 ‘국제기업’이라는 용어로 소개된바 있다. 그러나 아직 초국적기업이 다국적기업이라는 용어를 대체할 정도로 보편화된 용어는 아니다. 

한편 최근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다국적기업 활동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국제노동조합운동 진영이나 학계의 일부에서는 초국적기업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이들은 초국적기업이라는 용어가 다국적기업에 대한 다른 이름이지만 더 정확한 표현이며, 차이점은 다국적기업은 본사가 있는 특정한 나라의 국민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반면 초국적기업은 진정으로 “국적이 없는 기업”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다국적기업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정의한다면, “2개 이상의 국가에서 생산 활동을 하는 다수의 해외자회사를 소유하거나 통제하며, 이들의 국경을 넘은 활동을 1개국에 위치하는 의사결정 센터에서 총괄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법률적인 관점에서 다국적기업을 “그 소유권이 민간이나 공공 또는 그 혼합 여부를 불문하고 여러 국가에 걸쳐 설립되어 있는 회사 또는 기업 형태의 법인 집단으로서 이중 하나 또는 일부가 집단 내의 다른 기업에 대하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또한 정보 및 자원을 관련기업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업군”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ILO의 ‘다국적기업 및 사회정책상의 제 원칙에 대한 삼자선언’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지침’에서는 다국적기업의 정확한 법적 개념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즉 어떠한 용어로 사용하든지 노동법상의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의미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2) 국내외 다국적기업의 현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다국적기업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70년대 초에 2만개이던 다국적기업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여 1996년 모회사는 4만여개, 그들의 해외관련기업들 수는 25만개였다. 그러다가 2000년에는 다국적기업의 수가 모회사를 기준으로 6만개를 넘어섰고 그들의 해외관련 기업들도 50만개를 넘어섰다. 매출액과 자산을 기준으로 볼 때 대규모 다국적기업들의 운영규모는 230여개 국가들 중 90% 이상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보다 크다. 다국적기업들과 해외자회사들의 연간 총생산액은 세계 총생산액의 25%를 넘는다. 세계무역의 3분의 2를 떠맡고 있으며, 이 무역의 절반은 다국적기업의 자회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초대규모 다국적기업들의 경제적 영향력(business power, money power)이 그만큼 막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국적기업은 세계경제의 ‘주인’으로 세계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의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편 경제성장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도 점차 다국적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1968년 한국남방개발(주)의 인도네시아 삼림개발 투자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는 70년대 초반부터 임업, 제조업, 무역업을 중심으로 증가하였다. 1980년대 전반까지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80년대 후반부터 증가폭이 커져 9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하였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의 해외투자건수는 총 9,322건, 금액으로는 222억9천만 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김영삼ㆍ김대중 정부 10년 동안 전체 투자건수의 86.4%, 전체 투자금액의 87.6%가 이루어졌다. 투자 금액도 매년 증가하여 2002년 말 현재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 잔액은 225.8억 달러로 2001년 199.7억 달러에 비해 26.1억 달러가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명목 GDP 대비 4.7%에 해당하며, 2006년 이후부터는 제조업 전체 투자액의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투자에는 대기업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1997년 (주)대우는 해외자산을 기준으로 세계 100대 다국적기업으로 기록되었다. 이외에도 LG전자, 선경그룹, 삼성전자, 현대상선, 동아건설, 쌍용시멘트 공업 등 6개사는 개발도상국들만의 비교에서 50대 다국적기업에 포함된다.

한편 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중소기업들에 의한 동남아 투자가 증가하였는데 97년을 기준으로 동남아지역 투자가 전체 투자액의 44.8%를 차지한다. 그리고 북미와 유럽이 각각 26.2%와 14.8%를 차지하는데, 이로서 이들 3개 지역 투자가 전체 투자액의 95.8%를 차지한다. 특히 96년 이후에는 ‘저임금 노동력 이용’을 목적으로 중소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 한국 투자기업들이 심각한 노동,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진정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3. 다국적기업에 대한 국제 규제

1) 규제의 배경

다국적기업의 활동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60년대 이후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유럽 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미국의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 EEC)가 발족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유럽에 진출을 시도하였고 이들의 행동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이 활동에 대해 국제연합(UN)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해는 1972년으로 칠레의 아옌데 정부가 다국적기업인 ITT(International Telephone & Telegraph Corp)에 대한 불만을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에 제기하고 나서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국제적인 규범이 필요한 이유는 다국적기업의 활동범위가 각국 관할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일국의 국내법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규제 내용도 주로 다국적기업의 활동이 현지국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즉 현지투자자와 과실송금 등에 대한 규제, 기업 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 현지 고용인과의 노사관계, 기술이전, 시장지배력 우위의 남용, 과세, 국유화, 기업 폐쇄에 따르는 구조조정 문제가 그 대상이며, 최근에 와서는 뇌물 방지, 노동기본권, 환경보호 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로는 국제연합(UN),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산별노동조합의 규제 활동이 대표적이다. 

2) 국제연합의 규제

국제연합(UN)은 1974년부터 다국적기업위원회를 설립하고 1977년부터 다국적기업 행위규범(안)을 작성하였으나 선진국들의 반발로 채택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다국적기업 활동에 따른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재개되어 2003년 8월  “인권에 관한 다국적기업 및 기타사업체들의 책임 규범(Norms on The Responsibilities of Transnational Corporations and Other Business Enterprises with Regard to Human Rights)”을 채택하였다. 이 책임규범은 다국적기업 및 다국적기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관련기업들이 기업 활동을 함에 있어서 국제사회에서 인정되고 있는 보편적 인권과 노동권, 시민적 양심을 지킬 것을 규정하고 있다. 

1999년 이후로는 코피아난(Kofi Annan) 사무총장의 발의에 따라 국제협정(Global Compact) 체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협정은 국제연합과 개별 기업이 맺는 일종의 ‘신사협정’의 성격을 띠고 있다. 주요 내용은 환경, 인권, 노동기본권 등 10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세계 1,896개 기업들이 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3) 국제노동기구의 규제

국제노동기구(ILO)는 1977년 “다국적기업 및 사회정책상의 제원칙에 관한 삼자선언(Tripartite Declaration of Principles Concerning Multinational Enterprises and Social Policy)”을 제정하였다. 삼자선언의 내용은 고용, 근로조건, 집단적 노사관계 등에 대하여 모두 59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울러 1998년에는 “노동에 있어서 근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에 따라 각국은 ILO 협약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7가지 핵심협약에 대해서는 매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국제사회 여론을 통하여 각국이 ILO 협약을 조속히 비준 하도록 압력을 가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4)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국적기업 지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76년 다국적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다국적기업 지침(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을 제정하였다.

이 지침은 2000년 개정되었는데 각국 정부는 이 지침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하여 국내연락사무소(NCP)를 설치해야 한다. 동 지침의 적용 범위는 ① OECD 회원국 소속의 다국적기업에 적용 되고, ②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 지침을 수락하기로 한 국가들(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에 소재한 다국적기업, ③ 이들 국가에 모기업을 두고 제3세계에 세운 현지법인, 이와 반대로 ④ 제3세계 국가에 모기업을 두고 OECD 회원국이나 지침을 수락하기로 한 국가에 자회사를 둔 경우이다. 특히 동 지침에 따르면 다국적기업은 집단 정리해고를 수반하는 사업장의 폐쇄를 검토하는 경우에 종업원 대표에게 통보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노사협상을 진행중인 경우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동 조항과 관련 2003년 9월 한국네슬레 노조가 “노동쟁의기간 중에 기업이 생산시설의 철수 문제 언급을 금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을 위반했다”며 한국네슬레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소한 사례가 있다. 이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 위반으로 제소당한 첫 사례다.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국제식품노련(IUF)을 통하여 사측을 산업자원부 국내연락사무소(NCP)와 본사가 있는 스위스 연락사무소(NCP)에 관련서류를 제출한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파업중인 9월1일자로 전체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에서 생산을 철수한 후의 사업계획을 준비하라는 해외 본사의 지침”을 언급하였고, 3일 후 모든 직원에게 보내는 내부 메모를 통해 “유리한 사업조건을 제공하는 이웃나라로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것은 다국적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이다”라며, “현재의 사태가 지속되는 한 한국에서 생산시설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완전한 환상이다”라고 언급함으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노조의 제소에 따라 본국 정부는 10월27일 자국의 노총, 국제식품노련(IUF), 네슬레 본사가 참여한 가운데 제1차 청문회를 개최하여 네슬레의 행위는 제소 사유가 인정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속히 제2차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본국 정부는 12월1일 이 건에 대하여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조사 착수 3일전인 11월28일 협상이 타결되었다. 

다국적기업들로부터 철수 위협을 겪어본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본다면 위 조항들은 유의미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은 현존하는 공장이나 설비 이전에 국한된 것으로 신규투자를 중지하는 것, 생산, 원료, 시간외근로, 기타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또한 다국적기업이 수익률에 상관없이 자회사를 폐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위 조항의 실질적 효력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5) 국제기구 지침의 법적 효력 평가

위에서 언급한 선언 또는 지침의 효력은 국제법과 국내ㆍ국제 경영법에서의 효력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국제법상의 효력을 살펴보면 현존하는 국제노동기구(ILO) 삼자 선언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이 새로운 국제법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고 국제관습법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선언이나 지침은 회원국 정부들의 확고한 정책의지를 표명한 것이므로 국제법과 유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선언 또는 지침에 따라 행동하거나 부합된 행동은 합법성을 부여한다. 즉 신의 성실과 선언 또는 지침에 부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합법성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될 수 있게 한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침은 이행의무가 없는 권고이지만 절차상의 의무에 대하여 정기적인 국가별 회고(country review), 동료 국가들의 압력에 의해 사실상의 구속성이 일정정도 부여되고 있다.

둘째, 국제거래는 주로 국내 영업법에 의해 규율되며, 그러한 법을 제정하는 일국의 입법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침이나 선언, 기타 국제행위규범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국내 법원이 지침이나 선언을 해석으로 인용하는 경우 지침이나 선언은 법률적 적합성을 갖게 된다.

6) 국제산별노련의 규제

국제산별노련(GUF)은 다국적기업 본사를 상대로 국제적 수준의 단체협약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협약(Global Agreement)”을 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계협약의 내용은 통상 국내 협약에 비하여 그 규율의 정도가 낮은데 대체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준수할 것과 매년 국제산별노련과 다국적기업 본사가 정기 회의를 개최하는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산별노련인 국제식품노련(IUF), 국제금속노련(IMF), 국제화학에너지광산일반노련(ICEM) 등은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이나 다임러크라이슬러(Dimlerchrysler), 프랑스 다농(Danone), 노르웨이 노르스케 스코그(Norske skog)등과 세계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1988년부터 체결하기 시작한 세계협약은 그 숫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04년 10월 현재 32개가 체결되었다.

세계협약이 체결된 기업의 경우는 본사는 물론 하청기업에서도 최소한 강제노동이나 아동노동은 허용되지 않으며, 해당 노동자들에게 자유로운 단결권 행사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 대표 및 현장 대표에게 제공되는 불이익 처우 금지 및 편의가 제공될 것이 기대된다.

세계협약은 여러 장애에도 불구하고 유용한 도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유럽 네슬레의 경영자와 노동자 대표자들간의 관계는 1996년 기본협약이 체결된 이후 상당히 향상되었다. 아코르(Accor) 호텔 그룹과 국제식품노련(IUF)간의 세계협약이 체결된 결과로 미국과 호주에 있는 이 회사 호텔 경영진의 반노동조합적인 태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은 사례도 있다. 또한 2000년 델몬트사와 국제식품노련(IUF) 사이의 세계협약으로 과테말라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되찾았고 임금 손실을 보상받았다. 특히 국제산별노련과의 정기적인 회합은 관련 가맹 노동조합들의 창구 역할을 담당하면서 다국적기업 본사의 방침과 입장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며, 고충처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세계협약은 국제산별노련 측의 교섭력 여하에 따라 가맹 노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장차 개선된 협약안으로 개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협약이 갖는 이러한 긍정적인 의의에도 불구하고 세계협약은 체결 주체의 대표성, 협약의 내용, 이행에 있어서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국제산별노련 등 노동조합운동이 다국적기업에 대한 교섭력을 키우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실에 있어서 그 진전 속도는 대단히 느리다. 이 과정에서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다국적기업의 노동조건과 그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 노동운동 내의 갈등, 다국적기업의 강력한 저항, 국가별 법과 관습의 차이 등이 지적된다.

협약체결 주체의 문제를 살펴보면 세계 협약을 주도하는 것은 국제산별노련(GUF) 사무국인데, 국제산별노련 조직은 나라마다 산재해 있는 산업별 노동조합들이 가입한 느슨한 연합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교섭과 관련한 권한은 각국의 가맹노조들에게 맡겨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국적기업은 국제산별노조들과 교섭을 해야 한다는 어떠한 국제법적 규정도 없다. 이는 다국적기업은 국제산별노련의 교섭 제의를 거부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항하는 국제산별조직은 이를 강제할 힘이 미약하다.

체결한 세계협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정하고 있는 기본 협약의 몇 가지 사항을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정도의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세계협약을 체결한 산업도 특정한 산업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실질적인 근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시간, 임금, 복지 수준 등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세계협약들에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협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강제 수단이 부재하며, 이미 체결한 협약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나 이행을 둘러싼 해석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조정 기구나 별도의 절차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세계협약은 노사 대표에 의한 협상이 진행되고, 양자 간에 서명한 문서를 상호 교환하는 협정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체협약과 유사하지만 이행 절차와 내용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된다. 국제산별노련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협약은 다국적기업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4. 다국적기업에 대한 국내 규제

1) 다국적기업에 대한 국내 정책의 변화

우리나라는 다국적기업을 규제한다기보다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하여 오히려 노동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들을 취했다. 
다국적기업이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1960년대 우리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던 중이었으므로 다국적기업에 대단히 호의적인 노동정책을 취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각종 세제상의 특혜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사용자들에게 유리한 각종 특혜 조치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증진을 위한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실행되었지만, 이로 인해 노사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자율원칙이 침해되고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여 일방적으로 강권을 행사하는 비정상적인 관계가 초래되었다.

1970년부터 외국인 투자기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운영하였는데 이 법들은 외국인 투자기업에 적용되는 노동권을 심각하게 제약하였다. 대표적인 법률로는 1970년 1월1일 제정한 ‘외국인투자기업의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법에관한임시특례법(법률 제2192호)’과 이 법의 시행령(1970년 5월14일, 제5003호)이 있다. 이 법률은 1981년과 1983년 소폭으로 개정되었으나 1986년 5월 9일 법률 제3819호에 의해 완전히 폐지되었다.

한편 ‘수출자유지역설치법’에 의하여 국내 수출 자유지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우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여 외국인 투자기업체로 인정받은 경우에는 노동쟁의조정법상의 특례를 누릴 수 있었다. 1970년 1월1일에 제정된 이 법률은 1999년까지 유지되다가 2000년 1월12일 전문을 비롯한 대폭적인 개정을 통해 ‘자유무역지역의지정등에관한법률’(법률 제6142호)로 변경되었다. 2002년 11월14일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을 의결하여 경제자유구역의 다국적기업(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국내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법률적 특혜를 보장하였다.

정부는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 그 배경에는 외환위기 극복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저조하고, 제조업 공동화 우려, 중국 경제의 비약적 발전 등과 같은 위협 속에 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동북아 경제권의 부상, 동북아 경제 허브의 가능성 등 활로를 개척하겠다는 정책 판단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다국적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 조치가 폐지된 지 10여년 만에 다시 특혜 정책이 등장하게 되었다.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이 발효된 이후 2003년 8월5일에는 인천지역 일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처음 지정했으며, 2003년 10월24일에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과 “부산ㆍ진해 경제자유구역”을 고시하였다. 자유구역은 정부의 정책 의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지방자치 단체의 요구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며, 따라서 특례 법규의 적용을 받게 되는 노동자도 더 확대될 예정이다.

2) 다국적기업의 노동관련 규제 입법 사례

1990년대 이후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해외 한국기업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사례가 국내 및 국제여론에서 많이 지적되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면 스리랑카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노조단체를 운영하는 자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교육을 중국, 북한에서 받고 온 자가 많다고 알려져 있고 이들은 외부 정치인과 결탁되어 있으며, 근로자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노조가 설립된 경우 “노조집행부에게 특별교육을 실시하여 노조원 본인들이 탈퇴하도록 유도하여 노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심지어 한 기업체의 사규 해고 규정에는 모두 14가지의 해고 사유를 나열하고 있는데, 금연 장소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회사에 대항하기 위해 동료를 선동하는 경우, 회사의 사전허가 없이 회사에 대항할 목적의 단체를 조직하거나 가담한 경우 등에는 모두 해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노동조합 설립 시도 자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사례다.

엘살바도르의 한 봉제업체의 인권 탄압 관련 고발 내용 중에는 ① 모든 신입여성 근로자들은 근로한 첫 3개월 이내 두 번의 임신테스트를 자비로 받아야 하며, 임신테스트 결과 양성이면 즉시 해고된다. ② 생산라인 당 화장실이 한 개 있으나 관리자가 열쇠를 가지고 있어 근로시간 중 1~2회 밖에 이용할 수 없으며, ③ 근로자가 하루를 결근하는 경우 진단서를 제출하더라도 2일분의 임금을 삭감 당하였다. ④ 1999년 200명의 근로자가 노조를 결성하려고 하자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조치 하였다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로 가입을 하였으며, 이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기업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해외진출 기업들의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이 발효되면서 한국의 투자기업들도 제3세계 노동조합이나 국제노동단체들로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연락사무소(NCP)에 진정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0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에 따라 국내 연락사무소(NCP)가 설치된 이후 2003년 현재까지 2년 동안에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신고는 무려 13건에 이른다.

이러한 사례들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의 중소 영세사업체에서 발생하는 노동관련 문제이기 때문에 해외진출 기업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수용국 국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의 대기업인지 중소규모인지에 대한 여부는 별로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또한 투자규모가 작은 영세사업체의 경우 대부분 저임금에 의존하는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현지 고용인력 면에서는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또한 심각한 분쟁은 비교적 일정한 규모 이상의 조합원이 있는 사업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국제노동단체가 개입하거나 NGO와 연계되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해외에 진출한 몇몇 영세 투자기업체에 의해서도 크게 손상 받을 수 있다. 투자와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노동권을 탄압하는 다국적기업의 본산이라는 오명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들 한국기업이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전경련은 한때 기업윤리 강령을 제정한 적도 있으나 현재까지 국내기업들은 국제연합(UN)에서 권장하는 국제협정(Global Compact)에 참여하는 기업이 없으며, 국제산별노련과 세계협약(Global Agreement)을 체결한 사례도 없다. 

5. 다국적기업에 대한 노동관련 규제의 개선 방향

1) 노동관련 규제 강화의 필요성


세계 곳곳에서 다국적기업의 활동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모든 국가의 기업이 다국적기업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다국적기업은 세계를 상대로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물론 다국적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은 수용국의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다국적기업의 진출에 의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측면을 도외시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다국적기업은 규모가 크고 국제적 연결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가 부과한 통제나 압력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제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필요로 하는 개발도상국들이 한 나라의 국민 총생산과 맞먹거나 심지어 이를 능가하는 규모를 가진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규제 정책을 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세계 각국들은 지역기구나 세계기구 등을 통해서 다국적기업의 노동문제를 규제하려 시도하였으며, 그 결과로서 국제노동기구(ILO) 삼자선언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 등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바닥으로의 경주(race to the bottom)’를 막아야 한다는 선진국들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 다국적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노사관계를 일방적으로 주도한다는데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노동은 상호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데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생산 또는 사업을 이동하는 다국적기업의 위력은 노동조합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특히 노동조합 측에서 통일된 저항이 없을 경우 언제든지 생산 시설을 이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노동조합과 기업의 역학 관계에서 주요한 요인이 된다.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산을 이전하겠다는 위협은 엄포에 그치는 것이든 묵시적인 것이든 간에 노동조합의 입장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파업행동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또한 수 개의 국가에서 다수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수출입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특성상 노동쟁의가 발생할 경우 대체근로 금지 규정이나 도급 및 하도급 금지 규정이 사실상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결국 다국적기업은 어느 한 국가의 관할권을 벗어나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채 행동하게 되며 노동의 견제도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다국적기업은 전통적인 국제법적 시각에서만 규제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적 규제는 다국적기업을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일수록 더욱 필요하다.

2) 다국적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

우리나라의 정책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근로조건을 하향시키거나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데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25조(무역의 육성)에 의하면 국가는 대외무역을 육성하며, 이를 규제ㆍ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권의 측면에서 노동자에 대한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는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공유이다. 따라서 정부는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세계 시민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인권과 노동권과 노동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해외 한국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침해는 곧 국내 기업의 문제와도 관련된다고 본다. 국내 노동법과 제도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거기에 익숙한 국내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였을 때 국내에서 저지른 인권탄압을 해외에서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외 한국기업의 노동자들의 문제는 이런 측면에서 국내 노동자들의 문제이며, 국제연대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따라서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노동 권리에 대한 기준이 지켜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국경을 넘어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다국적기업 규제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규제 논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 생활과 관련이 밀접한 국제통상 협상의 과정에서 국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다수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둘째, 다국적기업 지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국적기업을 규제할 수 있는 국제규범 가운데 현재 가장 유용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이다. 특히 개정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침의 실효성은 국가별 연락사무소(NCP)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산업자원부에 구성되어 있는 연락사무소(NCP)의 위상과 역할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연락사무소는 2001년 5월4일 설치되었는데, 13개 부처의 관리들로 구성되어 있고 의장은 산업자원부 차관이 담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에 의하면 연락사무소(NCP)는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유치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는 산업자원부에서 지침의 이행을 담당한다는 것은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결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침에서 노동권이나 인권에 대한 규제를 보다 충실히 이행하기보다는 투자의 관점에서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6월 현재 각국의 NCP 설치 현황은 정부내 단독 부처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21개, 정부내 복수의 부처로 구성된 경우는 6개, 노사정 3자주의로 구성된 경우는 9개, 나머지 2개의 사례는 4자가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연락사무소(NCP)를 산업자원부에서 이관하여 이해 당사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자유구역법은 다국적기업에 대해 노동과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에 위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동 조항들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많으며, 오히려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한 조항들이다. 따라서 경제자유구역법 상의 노동관련 조항들은 폐지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신청을 신청하고 유치하려는 노력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저 수준을 정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예외 규정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법적 안정성이나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6. 노동조합의 역할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에 맞서 노동조합운동 역시 세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국제무역 협상에 적극 개입해야 하고, 노동의 이익을 국제적으로 대변하는 국제산별노련(GUF)과 국제자유노련(ICFTU)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다국적기업 대한 일국적 규제가 아닌 국제적 규제가 가능해진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지침에 의한 활동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국내 다국적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산업별, 업종별 외자기업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계기업들은 경영측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하여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서울재팬클럽(Seoul-Japan Club) 등의 기구를 두고 각종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노동조합은 국내본사를 상대로 한 캠페인, 국제협정 체결 노력, 국제산별노련이 추진하는 세계협약 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위하여 노동조합은 노동세력과의 연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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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