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을 버마 민중의 날로

노동사회

노동절을 버마 민중의 날로

admin 0 3,562 2013.05.0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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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 민족민주동맹(NLD) 회원들이 서울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 나우누리 ]

1. 버마 상황

'시간이 멈춘 땅'이라는 버마는 인도차이나반도 서북부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태국, 라오스, 중국, 인도 및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총인구는 4,640만명, 영토 크기는 한반도의 3.5배에 이른다. 

버마는 1948년 영연방에서 독립하였으나 1962년 군사쿠데타가 발생하였고, 네윈에 의한 일당지배 하에 '버마식 사회주의'를 추진하였는데, 아직까지 군부 독재가 계속되고 있다. 그 후 1988년 3월부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혼란에 빠지자 9월 사태 수습을 위하여 소 마운 등이 이끄는 군대가 전권을 장악하고,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를 설치한 뒤 총선을 치른 후,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1989년 군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버마식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경제 이행을 선언하면서 포고문을 내고, 국가의 공식 명칭을 BURMA의 영어식 음역인 미얀마로 바꾸었으나 민주세력들은 국민과의 합의가 없는 국호 변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90년 5월 복수정당제에 의한 총선거를 실시하였으나, 군부의 예상과는 달리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민족민주동맹)가 80%이상의 의석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군사정부(SLORC)는 정권이양 대신 ① 헌법의 기본원칙 결정을 위한 국민회의 개최, ② 헌법 제정, ③ 헌법에 따라 수립된 신정부에 정권 이양이라는 절차를 제시하였으며, 반발하는 NLD 지도자들을 투옥시켰다. 또한 국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1997년 11월 군부의 명칭을 국가평화발전협의회(SPDC)로 개칭하였다. 

한편 버마 경제는 버마식 사회주의 실패와 서방의 경제 제재가 지속됨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997년 7월 아세안(ASEAN)에 가입하여 중국 및 인접국가 들과의 관계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1992년 이후, 경제가 다소 호전되어 지난 5년간의 경제개발로 연평균 7%의 GDP가 성장하였지만, 2000년도의 경우 27%의 소비자물가가 상승했다. 2000년 11월 ILO는 회원국들에게 미얀마 강제노동을 금지시킬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함에 따라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6년도 자료에 의하면, 1인당 GDP는 약 250달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중 농림수산업 부문이 57.8%를 차지하며, 상업과 무역은 24.4%, 제조업부문은 6.8%에 불과하다.

버마에는 대규모 석유개발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는데 1989년 슬록 군사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사례비를 군사정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민주화 세력들은 군사정부와 결탁한 외국 자본의 투자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2. 민주화 운동과 아웅산 수지

버마식 사회주의를 고수해온 네윈 정권은 잇단 경제정책의 실패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데다가 1987년 고액화폐 폐지를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저항을 받기 시작했다. 상식을 초월한 일방적인 고액화폐 폐지 결정이 내려지자 대학생들이 시위에 나섰고, 정권은 대학을 폐쇄하였다. 다음해 3월 사소한 시비로 촉발된 학생시위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형무소로 이감하던 호송버스에서 41명이 최루가스에 의해 질식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무자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더욱 격화되어 1988년 8월 8일 랑군의 대학생들이 시민들에게 파업을 호소하면서 대규모 유혈 충돌이 발생하였다. 8월 8일부터 13일까지 군의 발포로 시민, 학생 등 무려 1천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88년 모친의 간병을 위해 30년 만에 귀국한 아웅산 수지 여사가 반정부 행동에 나서면서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그러나 '랑군의 봄'은 9월 소몽 국방장관겸 참모총장의 쿠데타로 다시 군부의 손에 넘어갔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뜨겁자 군부 정권은 1962년 군부 쿠데타 이전의 국명인 '버마 연방'으로 환원하면서 '사회주의'를 삭제하는 한편, 민주화 세력에 대한 유화정책을 폈다. 아웅산 수지를 사무총장으로 민주화세력들은 9월 24일 민족민주동맹(NLD)를 설립하였다. 이 정당은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구속되거나 가택연금 상태에도 불구하고 군부의 예상을 뒤엎고 1990년 5월 총선에서 총 의석의 485석 중 393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반면 총선 당시 여당인 민족통일당은 수도 랑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였다. 그러나 군부는 국회가 헌법을 제정하고, 그 헌법에 의해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현 군부가 집권해야 한다는 논리로 선거 결과를 부정하면서 NLD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다. 수많은 지도자들을 투옥시키고 아웅산 수지를 가택연금하거나 심지어 대학을 폐쇄하여 시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3. 한국과의 관계

버마와 우리나라가 수교를 한 것은 1975년 5월 16일로 현재 상주대사관을 설치하고 있으며, 1988년 버마 아웅산 장군(공식명칭은 순교자묘역) 묘소 폭발 사건으로 인하여 널리 알려졌다.

1981년 현대건설이 킨다댐 공사를 수주하면서 한국기업이 상륙한 이래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싼 인건비(월20∼40달러)로 인하여 봉제, 신발 등 노동집약 분야에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데 최근 3년간의 수출입 현황은 아래 표와 같은데 99년의 경우 수출은 전년에 비하여 26.6%가 증가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는 강관 등 철강산업, 전자부품, 금속공작기계, 섬유, 경우, 타이어 등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 버마투자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자켓을 생산하는 봉제의류부분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1999년 10월 현재 31개 업체(고용인원 21,013명)가 단독 또는 미얀마 중공업(MHI)과 합작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정부는 투자보장 협정 체결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9년 10월 기준 버마내 프로젝트 수주 현황에 따르면 삼성물산·대우·현대 건설 등이 전력산업·전화통신망 확충·발전소 건설 사업 등에 관여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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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제사회의 동향

ILO 보고서에 따르면 8만 여명의 강제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짐꾼이나 건축인부로 군부에 강제로 동원되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3년부터 미얀마의 노동상황을 조사해온 ILO는 1998년 조사위원회가 광범위하고도 조직적인 강제노동이 있음을 밝혀냈으며, 지난해 11월 미얀마에서 조직적인 강제노동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어 ILO는 전세계 국가에 군부의 권력남용과 유지에 도움이 되는 미얀마 군사정부와의 관계를 재고해 달라는 서신을 발송하였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EU, 미정부 등 39개국은 자국의 제재 조치를 ILO에 보고하였다. 미국은 스위스는 무기와 국내 억압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장비의 수출을 금지하고 버마 정부 인사와 그 가족들을 스위스 은행계좌 동결대상에 포함시키는 한편 입국이나 경유도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 뉴욕시 그리고 18개의 다른 시, 주 정부들이 이미 Burma와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금하는 '선택적 구매법안'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국제자유노련(ICFTU)와 국제산별노련(ITSs)은 지난 3월1일 동경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버마군부의 강제노동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특히 국제자유노련은 5월 1일을 '버마를 위한 국제연대의 날'로 정하여 국제적인 관심을 호소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회복 없이는 강제노동도 종식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제화학노련 아태지역기구(ICEM-AP)는 아시아 지역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며, 홍보 팜플렛과 포스터를 제작하여 아시아 각국 가맹노조에 배포하였으며,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올 6월 개최되는 ILO 총회에서는 버마와 관련하여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버마 군사정권에 대한 유럽국가들이 강력한 비난과 경제적 제재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은 '건설적 개입'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1997년 미얀마를 아세안에 가입시키고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인권 상황에 눈을 감음으로써 독재정권을 묵인하고 있다. '인권외교'를 강조하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의 개인적인 친분까지 강조하면서 수차에 걸쳐 아웅산 수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바 있다. 1991년 노벨상 선정 이유를 살펴보면 동아시아 인권과 아웅산 수지에 대한 지지에 대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버마의 제재결의를 결정하는 ILO 회의에서는 기권으로 침묵하고 일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8월 아웅산 수지 일행이 군사 정권의 통행제한에 맞서 9일씩이나 자동차안에서 농성을 하는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유럽 각국은 즉각적인 항의 성명을 발표하였고, 영국은 단교 수준에 버금가는 대사 소환령을 내린 것과는 달리 한국정부는 사태가 발생한지 보름만에 겨우 유감을 표시하는 논평을 냈다. 무엇보다 지난해 NLD 한국 지부원 20명이 낸 난민신청에 대해서는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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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LD 모임에 참가한 버마민들. 아웅산 수지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 나우누리 ]

5. 한국노동운동에 거는 기대

버마와 우리나라는 유사한 점들이 많다. 오랜 시간동안 군부의 통치, 1988년에는 광주민중항쟁과 유사한 랑군의 민주화운동과 시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정권의 억압 속에서 야당의 지도자가 노벨상 평화상을 받은 점까지 비슷하며, 민주화를 위한 처절한 투쟁의 경험을 갖고 있다. 실제로 NLD 한국 지부원들은 이러한 유사한 경험을 가진 한국의 시민이나 정부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동아시아는 현재 미국,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틈바구니 속에 놓여 있다.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강요에 의한 위장된 민주주의가 아니라 동아시아에서의 평화, 인권을 중심으로 한 상호 협력체제 구축에 우리정부는 적극 노력해야 한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올해 6월 5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총회에 참석 요청을 받고 검토중이라고 한다. 국내 노동권 문제가 제대로 매듭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회 참석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버마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인 행동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ILO의 강제노동 제재 결정과 국제자유노련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5월 1일을 전후하여 미얀마 NLD 태국본부 사무총장과 버마노총(FTUB)에서도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NLD 한국지부는 미얀마 문제에 대한 한국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요청하며, 특히 5월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강제노동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시민들과 노동단체들의 관심을 호소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전투적인 한국의 노동 단체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당면한 임ㆍ단투와 구조조정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도 버거운 현실에서 국제연대는 버거운 가욋일이고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 노동운동은 선진노동운동으로부터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았다. 선진국의 경험과 사례를 배우려 노력한 만큼 과연 우리는 우리의 이웃인 아시아의 여러 국가의 민중들에 대하여 과연 얼마만큼의 관심을 갖고 있는가. 이웃 아시아 민중과의 굳건한 연대 또한 탐욕스러운 자본이 판치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공동의 전선이 아닐까.

[ 참고자료 ]
NLD한국지부 홈페이지: 
www.freeburma.or.kr
시민단체 '나와우리'홈페이지: www.nawauri.or.kr
버마노총(FTUB) 홈페이지: www.tradeunions-burma.org
학생운동지도자 석방촉구 캠페인: www.isfit.ntnu.no/peaceprize
나와우리, 『뉴스레터』 
김성원, 『미얀마학 입문』, PUFS
한국외국어 대학교 출판부, 『미얀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연구원 엮음, 『버마현대사』, 소나무
인물과 사상사 편,『시사인물사전 2』
경남대학교 극동문제 연구소,『미얀마의 정치와 경제 버마식 사회주의』
이은구,『미얀마불교의 이해』
신봉길, 『시간이 멈춘땅 미얀마』
최재현, 『미얀마어 여행회화』
엠네스티한국지부, 『내릴 수 없는 깃발 미얀마』
참여연대,『참여사회』2000.12
바나트 크리셔, 아웅산 수지 특별인터뷰, 『월간조선』, 2000.3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