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민생정치 모색

노동사회

민주노동당의 민생정치 모색

admin 0 2,940 2013.05.07 07:11

상가임대차 상담이 몰려오던 날

"10월 10일자 KBS 방송을 보고 민주노동당이 다른 당이 못하는 것을 하는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많은 상가 건물을 가지고 있어 상가 임대차 보호법 입법을 꺼려한다는 소문이 있던 참에 민주노동당이 국민의 아픈 데를 치료해 주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지난해 10월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장 상인의 글이다. 지난 4.13 총선 때부터 당의 공식 정책으로 지지를 받았던 상가임대차보호법 활동이 9월 26일 상가임대차보호공동운동본부 발족으로 본격화되었다. 발족 소식이 있자, 중앙당의 전화가 불통이 났다. 첫날 200여통, 다음날 250여통으로 중앙당 업무가 마비되었으며, 실무책임자를 포함하여 모든 간부들이 놀랐다. 당이 창당된 이후 이렇게 상담과 지지전화로 업무가 마비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10월 26일 국회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입법청원 되자, 실무자들은 저녁 9시까지 퇴근도 못하고 상담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당시 중앙당은 폭주하는 상담전화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상가임대차 토요 법률상담실(02-761-1333)'을 개설해서 운영했으며, 일상적으로 서명운동, 피해접수, 후원전화(02-700-0666)사업, 지지자 조직 등을 기초로 해당 지부에 연결시키는 데 열중했었다. 이러한 활동이 법제정과 함께 전국상인대회 개최 그리고 더 나아가 세입자모임 결성으로 성과가 모아지도록 노력했다.

결국은 전국상인대회를 앞두고 60여명의 피해상인들이 당 사무실에 모여 '세입자권리찾기 상인모임(대변인 함용재)'을 발족시켰고 12월 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400여명의 상인들이 모인 가운데 사상 최초로 '상인대회'를 치러냈다. 이 상인대회에 참가했던 당원들은 놀랬다. 당은 창당이후 400명 규모의 집회를 해본 적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당의 각 지부는 상가임대차 활동이 생소하고 어색하다는 반응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지만 더 이상 미뤄져서는 곤란하다는 판단 하에 담당자를 정하고, 지부에서 할 수 있는 상담요령, 활동요령, 상인조직화, 서명운동 등을 실천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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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와 당 간부들이 서민들로부터 상가 임대차 보호법 서명을 받고 있다.   ▷ 진보정치 ]

한국부동산신탁 부도사태가 터지던 날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6일 한국부동산신탁 부도사태를 계기로 `영세상인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서둘러 가급적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입법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 등 여야 소장파 의원 30여명은 오는 16일 즈음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및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임을 갖고 영세상인임대차보호법의 공동발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올해 2월 6일 연합뉴스에 실렸던 글이며, 이와 유사한 보도가 신문지상과 방송국을 강타했다. 민주노동당을 흥분시켰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하라고 그토록 주장했어도 코방귀도 끼지 않았던 정치권과 정부가 왜 태도가 돌변한 것일까? 그 핵심에는 한국부동산신탁의 부도와 피해 상인들의 절규, 그리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사회여론이 비등하였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신탁의 부도로 인한 총 피해액이 1조 7천억이며, 그 중에서 상가와 오피스텔 등 서민의 피해액은 2500억 원이었다. 마땅히 한부신이 공기업이고 부실의 원인이 낙하산 인사를 포함한 방만한 부실경영과 관리감독 소홀 탓에서 온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음에도 정부는 대책 없이 책임 떠넘기기로 팔짱만 끼고 있어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는 이른바 안기부 자금 횡령사건에 대한 국민의 염증으로부터 탈피해 임시국회와 때를 맞춰 정치권이 민생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던 점이다.

MBC 뉴스, KBS뉴스와 경제전망대, CBS 시사자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동서남북', '손석희의 시선집중', '동서남북', '손에 잡히는 경제' 그리고 '서민보호 입법 시급하다' 기획 시리즈 등 각 신문사로부터 취재요청이 줄을 이었고, 그 내용이 보도되자 피해 상인들도 상담이 늘었다. 

민주노동당은 여러 인터뷰에서 "영세상인들의 피해는 한부신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임차상인들은 대략 400만 명이고, 지난해 민주노동당 상담실(761-1333)에 접수된 피해건수만 해도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등 1만여 건이나 된다. 앞으로 우려되는 건설회사의 부도를 볼 때 그 피해는 심각할 수준이다. 400만 임차상인들은 현재 불안한 경제상황과 건물주의 횡포로 작게는 임대료 인상에서부터 크게는 임대보증금을 떼이는 처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상가임대차보호법안은 16대 국회에만 제기된 법안이 아니다. 14대, 15대 때 10년 간 유사한 법안이 제기되었으나, 국회의원들의 무성의한 태도로 법 제정이 되지 못했다. 10년 전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었더라면 한부신 부도로 억울하게 피해보는 상인들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도 이 법을 시급히 만들지 못하면 앞으로 피해상인들은 더 증가할 것이고, 그들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은 올해 2월 임시국회에 때를 맞춰 상인모임의 확대강화와 2차 상인대회를 2월 1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당일 엄청난 폭설 속에서 400여명의 상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또한 여야 소장파 정치인들에게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위한 공동기자회견과 공청회를 제안했다. 이 모든 제안들은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민주노동당식 '정치행태'에서의 교훈

민주노동당은 현재 미약한 재정과 인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비록 1만 5천 명의 당비를 내는 당원을 보유하여 보수정당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권력을 쟁취해야 하는 역사적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수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은 여러 차례 1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으나 여기에 보답할 만한 정치 행태와 행위를 제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회의 때마다 늘어나는 부서들. 밀려오는 사업들. 우리 당이 이것을 다 실현하고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당의 존립과 목표가 우리사회의 진보적 발전과 집권이라면, 이러한 것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정치행위와 수단들을 현실에서 개발하고 실천적으로 검증하는 가운데 적절하게 집중하고 경중을 따지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다. 

이 같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식' 정치는 투입된 비용과 노력에 비해 얼마의 성과를 남겼는가를 측정할 수 없는 비효율적 사업관행을 낳을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보수정치와의 차별성을 긋고 대안정당으로 국민 속에 뿌리내린다는 진보정치의 ABC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당이 보수정치에 맞서서 내세워야 할 사업은 엄청나게 많다. 사회복지, 통일, 교육 등 사회의 분화된 부분이 요구하는 것은 모두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는 최소한의 자금과 최소한의 인력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국민의 정치의식과 행위'를 조직한다는 측면에서 올바른 정치행위인 것이다. 우리 당이 채택해야 할 '정치 행태'란 과거 운동의 관념성과 과격성으로부터 벗어나 국민들이 우리 당을 안심하고 따르게 하는 것이다. 

이 기준에서 운동권이 일상적으로 외쳐왔던 '사회복지' 슬로건을 살펴보면 그 한계를 여실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에 관한 한 거의 0점에 가깝다. IMF 사태를 맞아 엄청난 공적 자금이 국민세금을 집어삼켰기 때문에 당분간은 재정적자를 면할 길이 없다. 그런 재정상태에서 우리 당이 사회복지의 전반적인 실현을 요구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사회복지와 비교되는 것으로 대중의 직접적 경제적 이익, 재산상의 이익을 직접 표현하는 정책과 전술이 우리 당에 이미 존재한다. 상가임대차문제가 그 하나다. 임차인의 권리가 임대인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혀 모든 재산에 해당하는 권리금과 보증금을 빼앗기는가 하면 해마다 일방적으로 올라가는 임대료로 임차상인들은 자신들의 노동의 대가를 모조리 임대인에게 빼앗겨 삶의 보람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우리 당이 개입하는데는 별로 돈도 들지 않고 특히 우리 당의 인력 정도면 충분히 추동할 수 있는 일이며, 이들의 권리에 대한 보호조치만 만들어내면 한 푼의 정부재정도 들어가지 않는 일이다. 결국 부당한 임대인의 권리행사를 막는 것만으로도 수조 수십 조원의 이득을 임차상인들이 얻게 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97년 권영길 후보의 대선 출마 때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 활동이라는 정책상품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민 대중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약 3년이 지난 지난해 4.13 총선 때였다. 실제로 짧은 총선과정에서도 상가임대차보호법 활동은 권영길 대표가 출마한 창원지역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며 시민단체로부터 '우수공약'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활동은 우리 당이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조건과 시민단체가 많은 가운데, 당의 정책능력과 대국민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활동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에 해답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 동안 당의 일반적인 사업관행이 정책개발에서부터 사회여론 형성까지 어떤 것이 부족했는가를 찾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는 점이다.

특히 법제도 개선과 관련한 역량은 약 1년 간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입법청원과 공청회, 캠페인, 운동본부 구성, 정치권 정부접촉, 피해상인 상담과 조직,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회여론화 시키는 일련의 활동은 당의 활동방식으로 흡수 획득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최후의 순간까지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법안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국민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민생정치 2탄, 이자제한법 제정운동

dlp_02.jpg"고리 사채업자들은 특히 급히 돈이 필요한 영세상인이나 서민을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 사채시장에서는 예를 들어 5백만 원을 열흘동안 빌리려면 선이자 명목으로 50만원을 떼고 450만원밖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원금은 5백만 원이고 열흘 기준 이자율 10%를 적용합니다. 따라서 이자는 50만원이 되고 결국 열흘 뒤에는 5백만 원을 갚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연리 25%를 넘지 못하도록 했던 이자제한법이 IMF직후 외자 도입과 자금 순환을 위해 철폐됐지만 엉뚱하게도 고리 사채업자들이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인용문은 올해 2월 KBS 뉴스에 보도된 것이다. 고금리의 폐해가 사채의 영역에서부터 카드연체의 영역까지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다. 몇 십 만원에 대한 이자가 수일만에 몇 백 만원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예사이며, 심지어 사기와 협박·폭행·납치·유괴·강간·인신매매·자살·살인 등등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자제한법안은 고금리(고리대)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정장치인 법정 최고금리제(20%)를 부활시킴으로써 국민의 경제생활의 안정과 경제정의를 도모하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민주노동당이 수집한 피해유형을 보면 △불법 유사금융기관의 고금리 사기사건, △신용불량자 급증, △악덕 사채업자 '무법천지', △신용카드의 고금리로 인한 가계파산 등이다.

불법 유사금융기관의 고금리 사기사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99년 1월 1일부터 2000년 12월 31일까지 연 24∼40% 상식 밖 고금리 제시로 피해본 접수 건이 총 331건이라고 밝힌바 있다.

신용불량자 급증도 은행연합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동전산망에 등록된 신용불량자(법인 포함) 수는 지난 10월말 현재 238만 명으로 지난해 말(225만 명)보다 13만 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신용불량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 10명 당 1명 꼴인 셈이다. 더욱이 신용불량자는 원리금 연체 뒤 3∼6개월 후 전산망에 등록되기 때문에 최근 급격한 경기 위축을 감안할 때 앞으로 수개월간 신용불량자수는 급격히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의 고금리 구조는 올해 한국은행이 밝힌 '카드금리 변동추이(2000년 9월 현재)'가 현금서비스 수수료(19.8%∼29%), 할부수수료(14.5∼19%), 연체이자율(29%)로 2000년 9월 현재 은행가계대출 금리가 연 9.76%와 비교해서 10∼20%까지 차이가 난다. 상황이 이렇다면 카드빚 증가로 가계와 개인의 무더기 파산이 우려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자제한법 제정활동 역시 정책상품으로 개발된 때는 97년 권영길 후보 대선 출마 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변변한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 그동안의 활동은 고작 사안이 터질 때마다 문제의 심각성과 법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수준이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 당은 현재 이자제한법(안)을 작성해 놓은 상태이며, 2월말 워크숍을 갖고 3월부터 본격적으로 입법추진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렇듯 우리 당은 어려운 조건과 환경에서도 국민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 작은 걸음마가 큰 걸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동자를 비롯한 보통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