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

노동사회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

admin 0 5,025 2013.05.12 08:00
 

book_01_8.jpg‘인생’을 논할 정도로 풍부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간접적 경험도 밑천이 없는 주제에 이런 책을 소개하자니 약간 계면쩍다. ‘남자’, ‘인생’, ‘사계절’ 어느 것 하나 낯설지 않은 단어가 없다. 이것이 나의 주관적 측면이라면, 책에서 말하는 인생에 대한 ‘썰’이 자못 도전적이다. 한마디로, 비록 삶은 개인마다 독특성을 갖고 있지만 그 독특성은 인생주기의 일반성 위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공자님 말씀처럼, 열다섯에 ‘지학’하고, 서른엔 ‘이립’하고, 나이 마흔은 ‘불혹’ 등등, 인생의 사이클로부터 달아날 수 없다는 얘기다. 

나이마다 할 일이 있다?

남성 심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40여명의 관찰대상자를 고르고, 그 중에서 기업체 간부, 노동자, 생물학자, 소설가 각 1명씩의 인생을 연구한 것이다. 특히, ‘성인’ 발달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서른 다섯부터 마흔 다섯 살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인생의 각 시대와 시기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성장의 모습을 전 인생 주기의 진화 과정이라는 전반적인 흐름안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28~33세에 해당하는 ‘30대 전환기’에 남성은 “자기인생에서 무엇인가를 놓쳐 버린 듯한, 또는 뭔가가 잘못된 듯한 그리고 가치있는 미래를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 같은” 모호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30대 전환기에는 20대의 일시적이고 탐색적인 자질은 사라지고, 남성들은 더욱 긴박감을 갖게 된다. 인생이 더욱 심각해지고 제약이 많아져 더욱 실제적이 된다고 한다. 대체로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내가 인생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다. 왜냐하면 곧 늦어질 테니까.” 이 대목에서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내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서른 셋에서 마흔 혹은 마흔 한 살까지는 성인의 절정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가능한 한 자신을 완전히 투자하며, 그 안에서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추구한다. 남성들은 진지해지기 위해, 책임을 지기 위해, 무엇이 진실로 중요한가를 결정하고 그리고 거기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형성하기 위해 더욱 강한 긴박감을 갖게 된다. 안정기의 인생은 어떤 인간 관계나 야망 등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는 반면에, 다른 것들은 이차적인 위치에 놓거나 또는 완전히 배제시킨다. 

인생 되돌아보기

마흔살 무렵에는 새로운 시기가 진행된다. 중년의 전환기는 마흔 내지 마흔한 살에 시작해서 약 5년 동안 지속되는데, 이때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 아내, 아이들, 친구들, 직장, 지역 사회,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얻은 것은 무엇이고 또 그들에게 내가 준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 소중한 가치들은 무엇이며 그들은 내 인생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저자의 계획은 어찌보면 정말 야심차다. 사회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처럼 ‘인생 구조’의 얼개를 이해하고, 짜맞춰 “인생은 이런거야”란 식의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인생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저자의 용기에 칭찬을 보내야 할지, 아니면 우려를 나타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있다. 인생에 사계절이 있다고 믿는다면, 지금쯤 나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잠자는 식구들 몰래 조용히 빠져나와 멍하니 별빛 바라보고 담배 한 대 피우며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게 하는 책이라는 것이다.(대니얼 레빈슨 외 짓고, 김애순 옮기고,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냄. 1만6천5백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