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고통을 닮은 당을 선택하자

노동사회

민중의 고통을 닮은 당을 선택하자

admin 0 4,040 2013.05.12 04:59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유권자들이 어떤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고심해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여전히 무당파층이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선택유보의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총선의 투표율이 57%였던 것을 감안하면, 또 그 후 한국의 기성정치가 정치 불신을 극복할 별다른 실천을 수행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무당파층은 별 동요 없이 선거를 거부할 것이다. 결국 이번 총선 역시 50%대의 투표율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불법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더욱더 정치 불신이 증폭되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총선은 50%를 간신히 넘을까 말까 하는 투표율을 기록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무당파층의 견고성은 사실상 이번 총선경쟁이 각 당의 고정지지층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결국 조직화된 고정지지층들의 떠들썩한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은 국민적인 정치축제가 될 수 없는 그저 그런 ‘싱거운’ 잔치로 끝날 공산이 있다. 

사회불평등 체제의 고착과 빈부격차의 심화

이는 총선을 50여일을 앞둔 현재 각 정치세력들이 총선 구도를 명확히 가늠할 수 있는 자기실천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 각 정치세력들은 국민의 관심을 끌 중대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국민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에 접근하고 있지도 않다. IMF 경제위기 이후 고착화된 사회불평등 체제 하에서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의 문제, 그 과정에서 ‘민중의 비극적 죽음’을 목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성 정치는 ‘평등’의 문제를 주요 정치의제로 설정하고 있지 않다. 

‘1997년 대비 부채-자산증감 비율’([그림1,2] 참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자본주의는 저소득계층의 가치가 고소득계층으로 옮겨지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단지 경제적 불평등에 머무르지 않고, 체제정당성의 훼손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피지배계급?계층에 대한 물적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 현실이다. 오히려 ‘착취’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그야말로 전면적인 계급?계층적 균열이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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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든 정치세력들은 사회불평등 체제를 고착화시키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인 실업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과제로 제기하고 나섰지만,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고용없는 성장’ 체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그저 성장률 1%에 5~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숫자 놀음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자 할 뿐이다. 이미 낡아버린 성장주의에 의존하는 것 외에 찾을 수 있는 대안이 없는 현실. 한국사회가 처해 있는 고통 문제를 다루는 정치의 현주소다. 

통치권력과 의회권력의 보수적 수렴

기성 정치세력들은 사회적 불평등 체제와 빈부격차의 심화와 같은 한국사회의 진짜 고통을 해결할 이념과 정책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치적 대립구도를 설정하고 쟁점들을 쏟아 붓고 있다. ‘반개혁 대 개혁’, ‘수구지배의 의회권력 대 개혁적 통치권력’, 그리고 ‘반노 대 친노’ 등이 그것이다. 

과연 사회적 불평등 체제의 고착에 따른 빈부격차의 심화, 그리고 이로부터 빚어진 민중들의 죽음을 해결하고 있지 못한 것이 반개혁 세력이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으로 불리는 수구?보수 세력이 의회 다수세력이기 때문인가? 노무현 정권은 과연 이러한 대립구도를 설정할 수 있을 만큼 개혁적 정권이며, 열린우리당은 개혁적 정치세력인가? 

노무현 정권의 출범 이후에도 사회적 불평등이나 빈부격차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극심해지면서 노동자?민중의 죽음을 목도하고 있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87년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등은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인 현실 때문에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는 통치권력과 의회권력 간의 대립을 개혁 장애요인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허구이다. 파병에서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쌀시장 개방 등을 비롯한 민생정책에서 통치권력과 의회권력이 대립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즉 87년 이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개혁적 통치권력과 수구적 의회권력의 대립이 아니라, ‘통치권력과 의회권력의 보수적 수렴’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87년 6월항쟁과 그로부터 성립된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가 가지는 한계인 ‘수동혁명’의 보수적 성격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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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개특위에 "의원정수 299명, 비례대표 100명"이라는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권고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 출처:민주노동당 ]

물갈이론의 몰정치적 시각

이러한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허구적인 정치 대립구도가 설치는 가운데 이번 총선에서 이른바 ‘물갈이론’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낙천·낙선 운동과 지지·당선운동이 쟁점이 되고 있다. 

물갈이론은 포스트 3김 시대에서 어떠한 정치세력도 정치적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힘의 공백을 규정하는 두 가지 측면, 즉 ‘정당간 경쟁에서의 힘의 공백’이라는 측면과 ‘각 정당내 경쟁에서의 힘의 공백’이라는 측면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다. 물갈이론이 이번 총선 초기 국면에서 최대 화두가 된 것은 모든 정치세력들이 힘의 공백을 규정하는 두 가지 측면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갈이론은 17대 총선이 과거처럼 인물중심의 선거가 될 것을 예견케 하는데, 만일 이렇게 될 경우 보수정당 독점의 정당정치체제가 유지될 공산이 커진다. 정당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선거가 이루어지지 않아 인물 중심으로 선택하는 것이지만, 이 인물들이 기성 정당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기성정당에 표를 던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로부터 물갈이론이 지지하는 후보는 당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낙천·낙선운동과 지지·당선 운동이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한국 정치의 개혁이 이념·정책 경쟁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체제 개혁을 쟁점으로 형성시키지 못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는 낙천·낙선운동과 지지·당선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당사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정당체제 개혁을 위한 뚜렷한 지지정당 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못함을 이유로 인물 중심의 운동이 갖는 불가피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는 대안적 정당세력의 형성을 시민운동과 별개의 것으로 파악하는 몰정치적 시각이다. 

정치개혁 본질 외면한 국회

지금 기성 정치세력들은 불법대선자금수사를 계기로 부각된 부패정치의 주요 요인을 고비용 정치구조에서 찾으면서 이에 대한 제도적 해결을 주요 쟁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관계법은 분명 개정되어야 한다. 보수독점 정당체제를 혁파하기 위해서 대표 선출의 방식을 담는 선거법은 비례대표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정당법은 진성당원에 기반하는 대중정당 건설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자금법은 뿌리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향으로, 또 보수정당들만이 독점하는 국고보조금 제도의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정치관계법 개정 과정에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정당 세력들이 만든 쟁점은 국회의원 정수를 늘릴지 말지, 지구당을 폐지할 것인지 아닌지, 후원회를 폐지할 것이냐 아니냐였다. 그러나 이 쟁점들은 결코 정치개혁을 위한 쟁점이 아니다.

국회의원 정수는 단지 국회가 일하지 않는 국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로 접근할 성질이 아니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과연 한국사회의 이해갈등을 어떠한 방식과 어떠한 규모로 대표할 수 있게끔 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세력들은 국회의원 정수 문제를 단지 지역구 의석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둔갑시켜, 정치인들의 집단이기주의 문제로 전락시켜버렸다. 한국사회의 규모, 지방자치제도의 존재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계층 및 부문의 이념·정책 중심의 대표 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례대표제의 획기적인 확대를 이루어 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구당 폐지 역시 그렇다. 지구당 자체가 부패·금권 정치의 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치 정치개혁의 상징인 듯이 조작해낸 것이다. 부패·금권 정치는 이념·정책적 차별성이 없는 정치세력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돈’밖에 없기 때문에 빚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 후원회는 어떠한가? 정격유착 구조에 바탕한 소수 거액 정치후원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소액다수의 정치후원 마저 배제함으로써, 여전히 기성 정치세력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어떠한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선거제도의 도입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왜 심화된 빈부격차 심화 등을 해결해나갈 비례대표제 개선은 외면하는가? 한국의 여성문제가 과연 몰계급적인 여성대표들을 국회에 진입시키면 개선될 성질의 것인가? 한국의 여성노동은 비정규직 노동비율이 높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과연 이것이 여성전용선거구제를 만들어 해소될 수 있는가? 

‘평등’을 정치의제로 내걸 정당은 어디?

이제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거의 상식에 속한다. 답은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이는 정치 선전의 차원에서 제시되는 뻔한 답변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현실 영향력에서 한계가 있지만, 평등을 정치적 의제로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바로 민주노동당이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노동당의 최근 지지현황을 보면, ‘피해대중’으로 일컬을 수 있는 민중들의 지지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노동당은 평등을 핵심 의제로 제시하면서, 그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으로 부유세 도입,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부유세 도입,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핵심 공약은 단지 여론 주도층에게 진보성을 인정받은 것을 넘어 피해대중들의 현재 고통을 치유할 구체적인 정책대안으로서 설득력을 인정받았다.

노동자, 농민, 서민을 비롯한 일반 대중이 선택할 정치세력은 누구인가? 여전히 개혁적 이미지 속에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허구적인 정치적 대립구도를 설정하면서, 현재 한국사회의 고통 요인인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 심화의 문제해결에 무관심한, 심지어 외면까지 하는 세력들인가? 이제 그야말로 상식에 기반한 정치 선택의 시점이 왔다. 자신의 고통을 가까이서 직접 체험하고 있는 정치세력을 선택할 시기이다. 당신의 고통을 닮은 정치세력을 선택하라.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