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껏 집행하고 평가받겠다."

노동사회

"소신껏 집행하고 평가받겠다."

admin 0 2,826 2013.05.0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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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민주노총 3기 임원선거에서 위원장에 당선된 단병호 동지를 만나 선거 이야기와 향후 구상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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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01_1.jpg노동운동을 둘러싼 안팎의 상황을 볼 때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책임을 맡으셨는데 이번 선거 과정에서 느낀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선거동안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민주노총 사업이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중심이다 보니 현장과 민주노총의 결합력이 많이 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삼 년을 경과하면서, 현장에 미치는 그 폐해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선거와 관련해선 모범선거로 치러졌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간선제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조합원들의 참여와 공감대가 모아지지 않았고, 선거과정에서 후보들 간에 견해, 정책, 비전이 쟁점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선거 과열에서 빚어진 인신공격과 상호비방 문제도 조합원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하게 비쳐졌습니다. 민주노총의 현장성을 높이고 건강한 조직 풍토를 만들기 위한 제도 정비와 관행 정착이 시급함을 느꼈습니다.

반대표가 예상 밖으로 많이 나왔고, 지지율도 대단히 낮았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선거가 평가를 전제로 한 조합원들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민주노총 위원장 역할을 수행한 1년 4개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봅니다. 다른 후보 진영도 얘기했지만, 제가 보기에도 소신을 갖고 책임 있게 집행했다고 평가하기 힘듭니다. 이 점이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사업상으로는 작년 5월 총파업 등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전선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데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라고 봅니다.

선거에서 지적된 총연맹의 위상과 역할 정립, 총연맹의 권위 회복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생각입니까.

내셔널 센터로서의 정책 대응과 교섭 기능도 중요하지만, 전국적 투쟁 중심으로서의 자기위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조건과 상황을 고려할 때 개별사업장의 사안들을 받아 안아 현장의 투쟁을 중앙으로 집중시킬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유럽식의 내셔날 센터 활동은 우리 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총연맹 권위가 손상되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대표적으로 작년 롯데호텔 투쟁 때 제가 닭장차로 끌려가 전경에게 구타당한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총연맹의 권위가 손상된 측면이 있음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새벽 무렵 경찰병력이 투입된다고 연락을 받은 이상 현장에 나가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 조합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산별조직과의 협력 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질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연맹과 산별연맹의 관계는 수평적인 '협력 조정' 관계가 아닙니다. 산별연맹은 민주노총 산하의 가맹조직입니다. 문제는 폭넓고 자유로운 토론을 조직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달라도 말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런 풍토부터 고쳐야 합니다. 토론을 제약하면 힘있는 실천이 안되고 집행력도 담보되지 않아요. 산별연맹과의 논의를 활성화하도록 할 것입니다. 산별대표자회의의 제도화는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산별대표자들이 참여하는 중앙집행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산별대표자회의를 둔다면 위상과 권한, 임무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부터 점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집중력 부족, 현장성 부재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는데 위원장님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임원과 상집의 팀웍을 바탕으로 집단적 지도력을 이뤄나갈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사업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결정했으면 꼭 실천해야 합니다. 사업 결정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현장과의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우선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역을 정해 사업장을 방문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단위노조의 현장간부들이 중앙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여 조직의 생동감과 현장성을 높일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사업을 할 때 현장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여론조사와 설문조사를 하지만 잘 조직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장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방안도 내실화해야 합니다.

공약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임기 3년간 민주노총 활동가 1만 명을 육성한다고 되어 있는데 현실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민주노총 산하에 단위노조가 1천 개가 넘습니다. 위원장을 비롯한 상근간부와 대의원들을 포함해 1만 명 정도 될 겁니다. 이들에 대한 재교육과 새로운 활동가와 간부의 양성, 비록 1만 명에 못 미치더라도 교육훈련을 강화하자는 게 이 공약의 핵심입니다. 이 과제는 민주노총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초/중/고급 과정과 대학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산하연맹과 지역본부의 협조 하에 역할을 분담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장 결합력을 강화하고 조직민주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교육훈련을 통해 활동가의 역량과 자질을 향상시키는 일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단계별 직선제 문제도 제기하셨는데 각급 단위의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조합원 참여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조합원들을 3년마다 있을 총연맹위원장 선거로 내몰 경우 조직의 혼란과 분열만 가중시킬 거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히려 직선제가 조직의 혼란과 분열을 극복하는 방안이라 생각하며 단점보다는 긍정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간선제가 정파간의 대립을 가열시키는 측면이 큽니다. 총연맹 지도력에 대한 평가와 선택을 조합원 대중에게 맡김으로써 조직력과 단결력이 강화되며, 중앙에 대한 조합원 대중의 관심과 신뢰도 더 커질 것입니다.

정무직 인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소신과 책임 있는 지도 집행을 해나갈 수 있도록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분들로 구성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임기가 DJ 정권 이후까지라 현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와의 관계 정립 문제도 관심이 갑니다. 노정관계는 어떻게 풀어갈 생각입니까.

이 문제는 노사정위원회와 바로 부딪힙니다. 정부와 자본이 말로만 '파트너십'을 외치지 말고, 노동을 배제하고 지배하려는 태도부터 바꿔야 합니다. 더군다나 정부 스스로도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모든 현안을 해결하자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98년의 6.5 노정합의를 정부가 지켰습니까? 노사정위원회에서 공공부문 구조조정 방향을 합의한 지 하루도 안 돼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하고 밀고 나간 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는 않으면서 '공익'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노사정위원회 경험을 돌아볼 때 정부가 노동정책을 갖고 있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틀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열린 태도와 유연한 자세를 보여줘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할 의지가 있습니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입니다.

치열했던 선거가 끝났습니다. 이제 모두가 힘을 모아 민주노총호의 순항을 위해 일해야 할 때입니다. 다른 후보 진영에 하고 싶은 당부랄까 말씀이 있다면.

선거는 역시 선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과정에서 드러난 바람직하지 못한 문제들 가운데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조속히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함께 사업을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노협 시절에 회의를 지겹게 했어요. 사흘 나흘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당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적도 있고 회의장에서 갈등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적도 있지만, 함께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뤄내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건강한 기풍이 있었습니다. 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일단 결정된 사안은 힘 모아 해나갈 수 있도록 저부터 앞장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간부 및 조합원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시죠. 

60만 조합원 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제가 선거를 다시 해서 위원장을 연임하는지 모르는 조합원도 있을 거구요.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거라 봅니다. 선거 과정이 조합원들에게 긍정적으로만 비치지는 못했을 겁니다. 선거를 보면서 실망한 조합원이 있다면 실망하지 말고 다시 힘을 모아주기 바랍니다. 민주노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잘하는 일은 격려하고 못하는 일은 질책해 주기 바랍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