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on 통합과정에서의 민주주의

노동사회

Unison 통합과정에서의 민주주의

admin 0 2,917 2013.05.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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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마이클 테리 Michael Terry

Unison(
www.unison.org.uk)은 조합원 130만명의 영국 최대 노조다. 지방정부·대학·학교·전기·가스·상하수도·교통 등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및 민간부문의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노조 산하에 지방정부, 보건, 고등교육, 에너지, 상하수도, 교통 등 6개의 업종그룹(service groups)이 있다. 또한 Unison은 여성, 흑인, 장애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치그룹(self-organised groups)을 두고 있다. Unison은 COHSE(보건서비스연맹), NALGO(공무원노조), NUPE(공공노조)가 통합하여 1993년 출범했다. 이 글은 영국노사관계저널(BJIR) 1996년 호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이다.  - 역자주 

요약

80년대에 노조 운영과 민주주의에 대한 접근방법은 비판적 고찰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조합은 여성의 이해를 대표하는데 실패함으로써 분권화 된 노동조합 운영 시스템의 장점은 의문시되었다. 이러한 논란은 Unison 통합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글은 Unison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통합 대상 노조들의 고유한 민주주의적 운영의 성격과 그러한 특성에 대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통합 논의 과정을 고찰한다. Unison은 여성조합원에 대한 비례대표제 원칙을 도입했다. 또한 Unison은 저임금 계층 조합원들과 노동조합 운영과정에서 배제됐던 여타의 소수 그룹에 대한 비례대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미래를 위한 하나의 지표로 기능할 것으로 보이는 복잡한 조합원대표 시스템이 그 자체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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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노동조합은 민주적 운영시스템을 필요로 하며,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한 노동조합일수록 민주적 운영시스템 또한 복잡하며 다층적인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는 성원은 조합원이 선출하는 것이 일반 원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대의원대회나 중앙집행위원회 구성원을 일반조합원 가운데서 일반조합원이 선출한다는 '아래로부터의 통제(lay control)'가 영국에서 대체로 행해지는 민주주의 운영의 양상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출발점에 불과하며, 많은 문제들을 미해결 과제로 남겨 놓는다. 특히 60~70년대에 노동조합 내부의 정파들은 두 가지 문제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두 가지 문제는 Unison 통합논의의 여러 측면에 영향을 주었으므로 여기서 그 두 가지 문제의 핵심 사항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노동조합 의사결정기구가 행사하는 권한의 적정 수준에 관한 문제이고, 두 번째는 노동조합이 채용한 상근간부의 역할과 책임 문제이다.  

다음 두 가지 요소의 결합은 70년대에 이르러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대한 큰 그림이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 요소는 60년대 우파 지도부에 반대하면서 노동조합 안에 조직적이면서 분권화된 좌파 성향의 반대파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60년대 후반 좌파 후보들의 선거 승리를 통한 지도부 장악은 다시 현장위원과 지역본부 활동가들에게 큰 권한을 부여하였다. 두 번째는 교섭구조의 분권화가 민간부문에서 공공부문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이다(이와 관련해서는 Terry의 1983년 글 참조).

노동조합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분권화, 강력한 현장조직, 참여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견해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가장 크고 유일한 적은 상근간부와 전국집행위원회 등으로 이뤄진 관료층이 된다. 70년대 이루어진 분석에 따르면, 관료층은 일반조합원 및 일상투쟁과 떨어져 있음으로써 노조정책과 활동방향에서 일반조합원의 요구를 1순위에 두지 않게 되며, 결국 보수적인 정책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이와 관련해서는 Hyman 1975년 저작 3장을, 최근의 요약은 Kelly와 Heery의 1994년 저작, 2장을 참조). 특히 노동조합이 채용한 상근간부의 경우, 일반조합원과의 '거리'가 그들의 고용상 지위와 수입 때문에 더 멀어지게 된다. 그들은 일반조합원들로 구성된 규약상의 각종 의사결정기구에서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며, 특히 대규모 노조의 사무총장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상근간부가 갖는 지위의 영속성, 핵심기구에의 일상적인 관여, 통합과정에서의 책임과 권한, 노동운동 내 명망가들과의 친분, 특히 영국노총(TUC)을 포함하여 노동당을 통한 다른 노조와의 연계 등은 상근간부의 영향력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다.

상근간부들의 영향력이 과도할 뿐만 아니라 비민주적이라는 인식은 지부 활동가들의 반감을 유발했다. 이러한 인식은 전국적인 의사결정기구의 결정사항을 통보 받는 민주주의보다는, 현장과 지역본부의 민주주의가 더 발전된 민주주의라는 견해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또한 이것은 조합원의 이해를 바로 대변하는, 현장 조합원들과 대표자 사이의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국과 지부 차원의 정책 방향에 차이가 날 경우 후자의 견해를 지지해왔다. 나아가 이 견해는 지부와 현장위원회가 그들 자신의 독자적인 이해를 추구할 민주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분권화된 의사결정, 지부와 현장위원회의 상당한 정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영국 노동조합에서 과점적인 이해대표 시스템의 폐해를 시정하는 방안으로 60~70년대에는 조직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주목받았다. 지역조직들은 때때로 독자 교섭과 상부 단위의 간섭 없이 독자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정도의 동원자원을 보유했다. 그리고 지역조직의 독립성을 보호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지부나 현장위원회가 상급단위의 노조간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해당 조직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데까지 나아가기에 이르렀다.   

더 나쁜 상황은, 이러한 상급단체 간부의 관여가 지역 조합원들의 이해와는 상반되는 전국적인 전략이나 정책을 강요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노동조합 안에서 지부의 현장활동가들과 중앙의 상근간부들 사이에 반목과 불신이 커졌다. 

2. Unison의 통합 노조들

Unison의 통합 노조들은 70년대에 단체교섭에서만큼은 중앙집중적인 지도력과 취약한 지부 조직이라는 공공부문 노조의 일반적인 특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NUPE 및 COHSE와 NALGO 사이에 큰 차이점이 두 개 있었다. 첫 번째는 Undy와 McCarthy, Halmos가 규정한 것처럼 NUPE는 상근간부들의 지도력이 강력했다(Undy외 1981: 80). NALGO 또한 그 운영에서는 중앙집중적이었지만, 아래로부터의 참여라는 전통이 NUPE에 비해 상당히 강했다. 앞의 저자들은 NALGO에 대해 “상근간부가 정책을 좌우할 권한이 전혀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1965년 이전까지 사무총장은 대의원대회나 중앙집행위원회의 논의석상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점은 특이할 만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COHSE에서 현장위원제도의 발전은 고작해야 상근간부로부터의 권한 이양이 시작된 이후에야 시작되었다. 앞서 논의한 내용에 비추어볼 때 권한의 중앙집중도라는 측면에서는 유사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장간부 또는 상근간부의 영향력의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두 번째는 지부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세 노조 모두 중앙집중적인 교섭구조와 권한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NUPE나 COHSE에 비해 NALGO의 지부는 단체교섭 이외의 여타의 활동, 즉 조합원 교육 등과 같은 활동에서 중앙으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70년대 3개 노조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Fryer가 언급한 것처럼 현장위원제도가 권력과 의사소통의 대안으로 등장할 가능성, 그리고 지부단위에 기반한 이익대변과 권한을 효과적으로 보조할 가능성이 70년대에 3개 노조 모두에 상존하고 있었다(Fryer 1989 : 31-2). 현장위원제도의 발전은 NUPE에서 가장 두드러졌는데, 부분적으로는 NUPE 지부 조직구조의 개혁에 관한 보고서에 영향 받아 가히 폭발적인 조직과 조합원수의 확장이 있었다. 그 보고서는 당시 등장하고 있던 지부조직의 통합을 주장했는데, 이는 민간부문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경쟁 노조의 출현과 발전에 따른 조직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Undy를 비롯한 앞의 저자들은 그 글을 쓸 당시 - 70년대 후반 - 조합원들의 FTO에 대한 의존을 약화시키려는 NUPE의 시도가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NUPE의 시도는 상근간부의 영향력을 상근간부와 지부 활동가 대표와의 파트너십관계로 대체함으로써 노조 내부에 민주주의와 책임을 증진시키려는 시도였다고 규정하고 있다.  

NUPE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COHSE와 NALGO 또한 현장위원제도를 발전 또는 도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NALGO에서는 사무총장과 중집위간의 관계에서 놀랄만한 사건이 전개되고 있었다. 지부간에 암묵적으로 공유되고 있던 보수적이고 우유부단하며 비전투적인 성격은 사무총장 및 중집위로부터 지부 간부에 이르기까지 노동조합의 목표와 전략, 전술에서 반영되고 구조화되었다. 그러나 60년대 말 70년대 초부터 이러한 상황은 NALGO 조합원들 사이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대졸 출신의 젊은 간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런던을 중심으로 한 NALGO내 강경파 그룹이 활동을 강화함에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NALGO 활동가 그룹의 성격 변화는 중앙집행위원회 안의 강경기류를 증대시켰고, 중집위와 사무총장간의 반목을 키웠다. 결국 사무총장은 1972년 "중집위가 자신을 내몰았다"고 비난하면서 사임해 버렸다. 사무총장의 사임은 매우 드문 일이라 이 사건은 NALGO의 기층 활동가들의 힘과 활동가 그룹의 성격이 변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급진화 경향은 지역차원의 노사분쟁이 증가한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NALGO는 70년대에 현장위원제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COHSE의 경우, 변화는 중간 지위의 백인 중년 남성 간호사들 위주의 중도노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도되었으며, 점진적으로 노조 내부의 이익대변 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NALGO, NUPE, COHSE의 경우, 70년대 전개되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분권화와 현장 조합원의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한 시도로 촉발되었지만, 그 출발과 방법은 달랐다고 할 수 있다. NALGO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대로 분권화와 일반조합원에 기반한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정치적인 호소가 당시 NALGO 안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던 젊은 활동가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이 당시 존재하고 있던 일반조합원의 영향력과 자율성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통합대상 3개 노조 가운데 결정적인 차이점을 낳았는데, 다른 노조들과 달리 바로 NALGO의 더 복잡한 정파주의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NUPE나 COHSE와 달리 NALGO에서는 선출직 후보들이 자신의 정파를 후보 약력에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 많았다.

3. 80년대: 노동조합 운영의 우선 순위 변화 ? 

80년대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은 노동조합 운영의 중앙집중화라는 원리를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분권화 강조와 현장위원제도에 기반한 노동조합 운영방식이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정권과 사용자의 전략 앞에서 그 효과가 의문시되기 시작했다. 이는 '강제적인 경쟁입찰제(compulsory competitive tendering)‘에 맞서 싸워야 했던 공공부문 노조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것은 노동조합 전략에 대한 당의 정치적 함의를 재평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좀 더 근본적인 것으로 노동조합 운영에서의 보수적 기조와 관련이 있는 바, 남성조합원 위주의 운영은 노동조합 안팎에서 여성조합원들의 끊임없는 비판 대상이 되었다. 

분권화 주장은 신경영기법의 도입, 강경 일변도의 보수당 정권과 경영진의 등장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와 전국의료제도(NHS)의 경우, 이러한 한계는 다양한 형태의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전개했던 지역 차원의 투쟁 실패로 나타났다. 동시에 경영진의 의사결정 분권화 경향은 지역 노동조합 조직에 새로운 긴장을 낳고 있었다.  

또한 전국 차원에서는 공공서비스 부문 노조에 대한 파상적인 공격이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목적과 본질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보수당 정권이 지향하고 있는 '시장'지향적인 접근 법과는 다른 공공부문 노동조합 운동의 전망을 명확하게 제시할 과제는 분권화되고 자율적인 노동조합 조직구조 속에서는 쉽사리 형성될 수가 없었던 바, 중앙집중적인 조직체계(articulation)와 조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공공부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홉스봄(Hobsbawm)은 1981년에 쓴 글에서 영국 노동조합 안에서 권한의 분권화와 파편화가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단기적이고, 부분적이며, 경제주의적인 목표를 추구토록 함으로써, 결국 폭넓은 전망과 목표를 추구할 노동조합의 역량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이러한 전략을 노동조합이 추구함에 따라 영국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영향권 밖에 있는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표하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비조합원으로 존재하고 있던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표하는데 실패했으며, 비민주적인 조직으로 변화해 갔다. 홉스봄의 분석은 70년대 공공부문 노조가 임금교섭력 보존에만 집착함으로써 노동조합에 대한 대중의 지지도를 약화시키고 정치적 공격에 대한 취약성을 악화시킨 과정을 설명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다.  

홉스봄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대한 전통을 회고하면서 50년대부터 등장하고 있던 현장위원제도가 노동조합의 폭넓고 전략적인 목표를 희생시킴으로써 ‘공장별 배타주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주장에 의하면, 지역차원의 일반조합원 중심의 조직은 비록 그 조직이 조합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전국 차원의 중앙지도부나 상근간부에 비해 조합원의 이해를 더 잘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노동조합은 특정한 노조 활동으로 인해 노동당 정부의 집권가능성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기 시작하였고, 그 가운데 일부의 공공부문 노조는 비공식적인 파업으로 대중들에게 파멸적인 영향을 미쳤다. 보수당 정부는 일부 노조의 파업을 노동당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변질시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1983년의 총선과 84~85년의 광산노동자들의 파업실패 이후 많은 노동조합, 특히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파업을 통제하고 조절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보수당 정부는 노조의 파업찬반 투표에 조합원 개개인의 비밀투표 실시를 의무화함으로써 이를 도와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모든 변화는 노동조합 의사결정기구의 적절한 결의수준과 더불어 간접적으로는 노동조합 안에서 현장 간부와 상근간부의 관계를 다시 논의하게 만들었다.   

Unison으로 통합된 3개 노조를 포함해 노동운동에서 이루어진 논의를 관통했던 또 하나의 핵심 주제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운영 시스템에 관한 비판이었다. 많은 연구들은 여성간부의 비율이 여성조합원수와 비례하는 구조를 가진 노동조합이 없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예를 들어 Beale 1982 ; Coote and Kellner 1980). 나아가, 이러한 연구들 가운데 상당수의 연구는 노조의 활동과 운영이 여성 참여를 배제하거나, 사실상 참여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Cockburn(1991)과 Rees(1992)의 최근 연구 또한 노동조합 안에서의 여성 진출과 영향력 확대에 관한 구조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장벽들을 잘 보여준다. 여성 대표성이 결여되었다는 실증적 사실들에 덧붙여서 지적될 수 있는 사항은 남성 위주의 노조 운영이 필연적으로 남성위주의 정책과 의제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들이 교섭 석상에서 대면하는 교섭상대방-이 역시 다수가 남성이다-과 쉽사리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Colling and Dickens 1989 저작 참조). Heery와 Kelly의 연구(1988)는 노동조합이 여성을 대변하는 경우에 남성간부들 보다는 여성간부들이 더 효율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노동조합은 조합원 구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 Unison으로 통합한 3개 노조의 경우 1/2을 넘는다 - 여성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실패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중앙집중화냐 분권화냐, 혹은 조합원 이익대변을 대의제로 할거냐 직접참여 민주주의로 할거냐, 혹은 현장과 채용간부 가운데 누가 중요하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지난 시기 벌어졌던 '노동조합의 민주주의'에 관련한 문제제기는 여기서 제기하는 문제제기와는 무관하다. 노동조합의 운영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든 간에 조합원수 비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부분의 이해를 노동조합이 대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이었다'는 근본적인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현재 통용되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초기 노동조합운동의 민주주의와 목적에 근거한 홉스봄의 비판이 있었고, 또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의 비판이 있었다. 

Unison으로 통합된 3개 노조의 경우, NUPE가 정치적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다. NUPE는 ‘불만의 겨울'로 알려진 1978~79년의 총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노동조합이었다. 총파업 실패는 이후의 임금인상 획득의 실패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79년 총선에서 노동당 정부의 패배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80년대에 NUPE는 COHSE나 NALGO 보다 민영화와 외주·용역·아웃소싱 등 보수당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정책의 압력을 훨씬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고, 보수당 정부의 정책에 맞서 지역 차원에서 투쟁을 전개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보수당 정부의 공공부문에 대한 압력을 저지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노동당 집권 말고는 없음을 확신한 NUPE는 노동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또한 공공부문 파업이 선거에서 노동당 집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NUPE와 COHSE는 높은 규율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한 정교한 조정 등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부문 노조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공공부문 노조운동에 대한 NUPE의 접근 방식은 앰뷸란스 노동자 파업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앰뷸란스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NUPE를 비롯한 파업 참여 노조들이 보여준 통제와 규율은 매우 놀라웠으며, 이 파업에서 파업 노조들은 전술적 오류를 거의 범하지 않았다.  또한 공공부문의 '거대 단일노조(one big union)' 주창, 통합 협상과정에서 통합 노조의 명확한 비전과 목표의 필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 등은 NUPE의 변화된 공공부문 노조운동 노선을 잘 보여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NALGO의 경우, 상대적으로 80년대의 변화된 정치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았다. NALGO 조합원들은 민영화나 외주, 하청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겪지 않았기에 고용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였다. 사용자의 경우에도 NUPE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에 유화적이었다. 또한 NALGO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았기에 상대적으로 선거전략에 제약되지 않았고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 또한 NUPE의 변화를 야기한 정치 변동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NUPE는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그 어떤 분권화나 지부 차원의 자율성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로부터 탈피하였던 반면에, NALGO는 그러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이러한 명백한 정치적 차이는 공식적인 통합협상 과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핵심 구조를 결정할 때 서로 다른 의제를 내놓는데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노동조합이 여성의 이해를 대변하는데 실패했다는 두 번째 비판과 관련해서 Unison의 통합 3개 노조를 포함한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한계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갔다. 가장 두드러진 조직은 1975년, 중앙과 지부 차원의 핵심 위원회에 여성을 위한 할당제 도입을 결정한 NUPE였다. 통합논의가 시작될 당시, Unison의 통합 3개 노조는 여성 대표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 관점을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쓴 내용은 통합 협상과정에서 나타난 노동조합의 운영과 민주주의 문제에서 Unison의 통합 3개 노조가 서로 다르게 대응하도록 영향을 준 요소들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 노동조합 운영과 민주주의에서의 상이함이 어떻게 드러나고 해소되어 Unison으로 통합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겠다. 

4. Unison의 민주적 구조에 대한 협상.

현장과 채용직간부와의 관계


민주적 원칙에 대한 일반론적인 주장과 달리, 민주적 운영의 구체적인 문제에 관한 공개적 토론은 NALGO 중집위가 'NALGO 조합원과 지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명명된 의제를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NUPE와 COHSE에게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이는 후일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은 두 가지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던 바, 첫 번째는 '지부의 자율성과 재정' 문제였고, 두 번째는 '모든 수준에서의 조합원 통제'라는 원칙이었다. NUPE는 이 원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특히 두 번째 문제와 관련하여 NUPE는 조직 내 모든 수위에서 '현장-상근간부의 책임 공유'를 강조하면서, 앞의 원칙들이 상근간부의 역할에 대해 부여하는 함의가 무엇인지를 NALGO에게 문제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NALGO의 답변은 '지부가 독자 재정을 보유하고, 지부 자체의 의사에 따라 재정을 집행할 자율성'이라는 것이었다(NALGO 내부 문서). 결국 NALGO는 현장간부(lay official)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었고, 이 점에서 NUPE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다음 단계의 통합 논의과정에서 채용직 상근간부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발전방향에 대한 상세하고도 명확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으로 이어졌다.  

1990년 대의원 대회에 제출된 합동보고서 중 ‘지역조직에 대한 조합원 중심의 접근방법'이라는 제목의 절에 통합 노조에서 지부의 역할과 본질에 대한 몇 가지 상세한 내용이 있다. 보고서의 첫 부분에 이 절이 실려 있다는 점은 현장활동가들에게 조합원과 현장활동가들에 기반한 현장조직과 지역조직 발전의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한 의도였다. 새로운 통합노조의 지부구조를 하향식(top-down)으로 강제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 이 보고서는 ’지역 및 지부 조직 구조와 관련하여 한 가지 모델만을 규정·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의 보고서 내용에서 ‘하나의 서비스 부문마다 지부를 구성하는 방식'이 선호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들어 있는 바, 이는 당시 NALGO의 지부구성의 원칙이었으며 따라서 NALGO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다른 2개 노조 또한 나름대로의 지부구성의 원칙을 고려·평가하고 있었다. 지부 자율성의 문제에 대해 보고서는 지역 차원의 자율성과 중앙차원의 통제가 섬세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제기하고, 사용자의 분권화 압력에 의해 필연적으로 지역조직의 자율성이 증대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원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끝맺고 있다.  

NALGO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시했는가는 90년 대의원 대회에서 중집위가 '새 통합노조는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지부, 그리고 노동조합 조직의 모든 단위에서 현장통제와 현장 대표성에 의거하는 지부여야 한다'는 의안을 제기,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잘 나타난다. ‘현장통제’와 ‘지부자율성’이라는 용어는 이후 통합 협상 과정에서 NALGO가 자주 강조함에 따라 그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용어가 되었다. 이는 NALGO 안의 활동가 그룹이 상정하고 있던 노동조합 민주주의와 조직구성의 원리에 대한 개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서 NALGO와 COHSE 및 NUPE와의 조직구조상의 차이 이상의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NALGO가 제기한 셈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NALGO와 NUPE가 각각 ‘현장조합원 중심’과 ‘간부 중심’이라는 조직 원리를 어떻게 개념화했으며, 이를 상대 조직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부 자율성과 현장 통제

NALGO에게 ‘지부자율성’이란 개념은 여러 측면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부재정의 자율성’이다.  NALGO 조합비는 조합원의 임금으로부터 원천공제되어 지부로 납부되는데, 그중 약 23%를 지부에서 자체 보유하고 나머지는 중앙으로 보내게 된다. 이는 조합비가 중앙으로 일괄 납부된 후 다시 지부로 배분하는 COHSE나 NUPE와는 판이한 조합비 납부 방식이다. NALGO의 이러한 조합비 납부 방식은 현장활동가들로 하여금 상급조직의 간섭 없이 지부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여겨졌고, 지부단위의 의결 과정을 거쳐 지부조합원들이 결정하는 사업에 대한 독자적인 재정집행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예를 들어, 지부의 독자적인 재정은 많은 경우에 지부단위에서 행정적 업무 처리를 위한 실무 간부진 고용을 가능하게 했고, 또한 지부단위의 사업과 활동을 상당한 정도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한 물질적 근거가 되었다. 지부 자율성의 두 번째 요소는 지부와 채용간부와의 관계이다. 채용직 상근간부는 지부의 허락 없이는 지부내 사업장을 방문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바, 이러한 지부-채용간부와의 관계는 NALGO의 현장활동가들로 하여금 지부 자율성과 지부수준의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지부 자율성의 세 번째 측면은 중앙본조 차원의 정책과는 독립적 - 때로는 반대로 - 지부수준의 정책과 활동을 전개하는 역량과 관련된 것이었다. 원칙적으로는 지부단위의 독자적인 정책 추진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광범위하게 벌어진 현상이었다. 바로 이러한 측면으로 인해 통합협상 과정에서 NALGO는 ‘지부의 자율성’을 강조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직 상황이 다른 COHSE나 NUPE에게 있어 이러한 NALGO의 제안은 그리 설득력이 없었다.  

‘현장에 의한 통제’라는 개념 또한 NALGO와 NUPE, COHSE간의 결정적 차이점을 드러내 보여 준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영국의 대부분 노조의 의결기구는 원론적 의미에서 현장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특히 대의원과 중집위 뿐만 아니라 조합내 하부단위의 각종 위원회 구성원들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현장 조합원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 구성된다. 특히 1984년부터는 노동조합 안의 중요 직위는 조합원의 직접투표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본다면 3개 노조 모두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NALGO의 ‘현장 통제’ 개념은 그 원칙과 철학에서 더 앞서 있는 것이었다. COHSE나 NUPE와 달리 NALGO의 각 지구 위원회의 핵심직위는 모두 선출직 현장활동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NALGO는 통합 3개 노조 가운데 유일하게 규약상으로 휘틀리 위원회 협상기구의 구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구성원의 압도적 다수는 현장활동가이다. NALGO의 현장 활동가들은 NALGO를 단체교섭에서 현장 조합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반면에 다른 노조는 채용된 간부가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동시에 돌출한 것은 아니지만, 통합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였고, 이는 1991년의 대의원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소한 NALGO에게 지부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현장통제(lay control)'라는 개념은 NALGO가 통합협상에 참여하고 협상을 진행시키는 하나의 동력이 되었다. 통합협상 과정에서 대부분의 핵심 문제는 NALGO가 제기하고 다른 2개 노조가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지부 조직의 편재, 지부 재정, 고용간부진의 역할, 업종그룹의 집행위원의 선출 방법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a) 지부 구조

통합노조에서의 현장조직은 작업현장 및 상급단체, 나아가 지부단위의 사용자 관계에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할 현장위원을 선출하는 지역차원의 현장그룹 - 예를 들어 특정 지역 또는 직종별로 구성된 - 과 함께 광범위한 현장위원제도에 기반하여 조직화하기로 하였다. 1990년 대의원대회 보고서는 이를 ‘현장에서의 참여 민주주의와 사업장 수준에서의 대의제적 민주주의’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 모델은 예를 들어 민간부문 사용자를 위해 근무하는 조합원 수와 같은 여러 여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지부 또는 현장위원회 및 더 많은 권력 수단과 연계를 맺고 있어야만 했다. 작업조직에 따라 구성된 이익그룹(interest group) - 주로 여성, 흑인조합원, 동성애자 그리고 장애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 또한 지부 위원회에 대표를 파견할 권한이 부여되었다. 이와 같은 지부 차원의 현장조직 구성은 NALGO가 선호하는 ‘조합원 지도'이라는 개념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조합원 중심(membership-centeredness)’이라는 개념을 반영한 것이었다.  

지부구역이 정해진 이후, 대의원 대회에서는 지부 단위에서 모든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는 연차총회는 1년에 한 번 정도만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제출되었다. 정기적이고 일상적인 조합원 모임은 작업 현장 또는 직종별로 개최될 수 있다. 지부수준에서는 규약에 의거, 일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지부위원회가 일정 규모 이상을 초과할 경우, 지부위원회 내에 선거를 통한 집행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현장위원에 기초한 모델이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부구조는 그 간결함에도 불구하고 지부 하위 단위의 크기와 규모에 따른 편차를 수용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지부 하위단위의 일부는 많은 수의 현장위원을 보유할 수도 있었다(예를 들어 대형병원과 같은 경우). 따라서 이러한 편차를 수용할 새로운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고 거대 기업의 경우, 또는 단체교섭이 독자적으로 수행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현장위원회가 각 사업장, 공장별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합의하였다. 이는 지역조직에 더 높은 수준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부여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지부 안의 ‘권위의 중심’에 대한 다양성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부의 대형화’라는 원칙이 수용되었다. 이러한 결정은 지부 안의 독자적인 역량동원이 가능하도록 지부를 대형화한다는 것으로서 특히 NALGO 안의 많은 지부들이 일상적인 관리와 회계상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전문 간부진을 고용하는 것처럼 통합 노조의 지부들에 의해 채용직 지원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b) 지부와 전임 간부

NALGO 안의 많은 활동가들이 지부 자율성의 지표로 중요하게 사고하는 것이 바로 노조 상근간부의 지부방문 제한이다. NALGO의 상근간부들은 지부에서 명백하게 승인하거나 요청하지 않는 한 마음대로 지부를 방문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NALGO는 지부가 보유하고 있는 이러한 ‘중앙단위의 관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가 통합 노조의 지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NUPE는 COHSE와 더불어 이 주장이 수용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에도 배치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NUPE 규약에도 명문화되어 있는 것처럼 NUPE에서는 상근간부들이 지부 모임에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NUPE는 노조의 전임간부들이 자유롭게 지부활동에 참석할 수 있기를 원했고, 이것이 노조 전임간부들의 책임감을 제고할 것으로 보았다. 나아가 조합원들을 위해 일하는 상근간부들의 급여를 부담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원할 경우 언제라도 상근 간부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 보았다. 결국 NALGO의 주장은 현장간부 - 본조 상근간부 사이의 관계를 양자의 능동적인 협력관계를 통한 조합원의 복리 증진이라고 보고 있던 NUPE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은 장기간의 논의 끝에 다음과 같이 합의를 보았다. 지부나 상근간부 어느 한쪽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상근 간부가 지부를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상근간부의 요청으로 방문할 때는 사전에 지부의 공식 승인을 얻은 후에 방문하도록 하며, 지부가 요청하여 상근간부가 방문할 때에는 사전에 지부의 승인을 얻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c) 지부 재정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NALGO와 COHSE 및 NUPE의 지부재정 시스템의 결정적 차이는 NALGO가 지부 재정을 지부 자율성과 현장통제라는 원칙과 결부시켜 사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COHSE와 NUPE의 경우, 지부재정의 지출은 사전에 승인된 예산안의 범위에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는 반면에 NALGO에서는 그러한 제약이 없었다. 물론, 회계연도 말에는 상세한 지출내역을 제출하지만, 실제로는 노조 지부가 적자지출에 대한 상당한 재량권을 갖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COHSE와 NUPE는 이러한 NALGO의 지부재정 시스템을 무원칙한 재정시스템으로 인식하여 반대했던 것이다. 

타협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였다. 지부가 조합비를 징수하여, 자체 재정을 보유하느냐의 여부가 핵심적인 문제였다. NUPE와 COHSE는 통합 노조에서 NALGO식의 지부 재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반대했다. NALGO 또한 기존의 관행대로 지부재정에 대한 통제권한을 상부단위에 부여하는 어떠한 재정 시스템도 반대했다. 지부의 자율성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었다. 중앙집중적 재정시스템의 범위 안에서 NALGO의 우려를 덜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었지만, NALGO 대의원 대회에서 모두 거부되었고, 장기간 격렬한 논란이 계속 되었다  

결국 합의된 내용은 NALGO와 COHSE, NUPE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일종의 절충이었다. NALGO 식의 지부재정 시스템에 대한 COHSE와 NUPE의 반대가 워낙 강경했기 때문에 문제는 중앙집중적인 재정 시스템의 기반 위에서 NALGO 활동가들의 우려를 덜기 위한 지부의 정책적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노동조합 조직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가에 맞추어졌다. 우선 지부 자율성에 대한 NALGO의 노력을 인정하고, 현장활동가가 주도하는 독립적인 청원위원회를 노조 안에 구성하자는 안이 제기되었다. 이 위원회는 중집위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으로 구성되며, 재정과 관련한 지부의 모든 청원을 독자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부여된다. 또한 재정과 관련한 지부의 청원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중앙 본조는 예정되어 있던 재정뿐만 아니라 재정 배분 지연에 따른 지부의 금전적 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한다는 안이었다.  

이러한 안에 대한 3개 노조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NUPE와 COHSE가 주장했던 지부 재정 시스템으로 귀결하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지부재정 시스템의 변경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NALGO 지부의 재정적 어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해 일시예비금이 지급되었고 무엇보다 NALGO 지부는 1996년 1월 1일까지 기존의 지부재정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외가 허용되었다.

(d) 업종그룹 위원 선출

NALGO는 지부단위에 기초한 간접선거 방식을 선호했고, 반면에 COHSE는 전조합원에 의한 직선제를 선호했다. NUPE 또한 당시에는 NALGO와 유사한 간접선거 방식이었지만, COHSE와 같이 조합원 직선을 선호했다. 이러한 차이는 조합내 민주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COHSE와 NUPE가 선호하는 방식은 조합원들이 자신의 대표를 직접 선출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고, 반면 NALGO는 선거를 통한 전문가의 선출뿐만 아니라 노동조합내 다양한 층위에서 그들의 정책수행 능력을 발전시킬 역량도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다. NUPE 또한 COHSE와 유사하게 직선제를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로 보았기에 직선제를 주장한 것이었다. 두 노조는 통합노조가 조합원들과 유리된 ‘활동가들만의 노조’로 변질될 것을 우려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두 노조는 업종그룹의 위원들은 노조 내 활동가들만이 아닌 조합원 전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단지 NALGO와 COHSE 및 NUPE와의 조직상의 차이점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을 보여 주고 있다. NUPE의 경우처럼 채용직 상근간부진의 부당한 영향력에 비한다면 NALGO의 방식이 더 우월한 것은 사실이었다. NUPE의 활동가들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오히려 NALGO의 활동가들이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채용직 간부진의 효율적인 역할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NUPE와 COHSE는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을 주도함으로써 이들 그룹들이 조합원들로부터 유리된 채 노조를 조합원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활동가 그룹들이 주도하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NUPE와 COHSE가 채용직 전임간부진의 역할에 대해 갖고 있던 그림은 이들 채용직 간부진과 활동가들의 능동적 협력관계이지, 이들 가운데 어느 한쪽이 일방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이한 관점은 이미 통합 논의과정의 여러 쟁점 속에 내재해 있었다. NALGO는 ‘조합원에 대한 책임’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근거해서 전문성·조직적 능력·영향력이 결여된 대표를 직선으로 선출함으로써 노조의 채용직 간부들이 노동조합을 좌우할 것을 우려했었다. 반면에 NUPE와 COHSE는 정반대의 상황을 우려했다. ‘지부-지역-본조’등 노조 내 각 단위에 고착해 있는 활동가 그룹이 활동가를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노조가 조합원들과는 완전히 유리된 채 활동가 그룹의 자기만족적인 네트워크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 문제는 NALGO가 직선-간선제를 혼합한 진전된 안을 제안함으로써 돌파구가 열렸다. NUPE와 COHSE는 NALGO의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그 실행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대다수 업종그룹 집행위원들은 ‘1인 1표’의 원칙 하에 선출하고, 일부 소수의 집행위원들은 업종그룹 안의 부문위원회(주로 직종과 전문성에 기초하여 조직되어 있음)에서 선출하자는 안이었다.

지금까지 설명한 4가지 이슈는 이 글의 전체에서 개략적으로 설명한 것처럼 통합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민주주의에 대한 서로 다른 강조점에서 오는 긴장과 알력을 설명한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통합협상 과정은 NALGO가 지부 자율성의 전통과 중앙 본조에 대한  의구심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2개 노조는 이에 대해 반응하는 식이었다. 부분적으로 이 문제는 NALGO 협상위원들이 이 문제를 말의 문제가 아닌 치열한 현실상의 문제로 보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NALGO 협상위원들은 - 다른 2개 노조도 마찬가지로 - 대의원대회와 중집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협상에 임했던 것이며, NALGO 대의원과 중집위는 새로운 노조를 건설할 희망이 있다면, 이들 협상위원들이 제안하는 통합협상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에 의한 통제’라는 개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닌, 새로 건설될 통합노조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보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으로부터 ‘지부 자율성’과 ‘현장 통제’라는 개념이 종국적으로 지부 재정의 문제로 해소되어 버렸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부재정의 배분과 사용방식에 대한 상부 단위의 어떠한 관여도 없다면 독자적인 재정의 확보는 분명히 지부가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질적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타협점이 없었던 문제이기도 했다. 다른 여타의 문제들, 예를 들어 지부역할의 본질, 채용직 전임간부진과의 관계, 업종그룹의 집행위원 선출방법의 문제 등은 분명 타협점이 있었고, 실제로 각 노조는 자신들이 목표로 했던 바의 일부분이나마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재정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통합노조 건설을 위한 NALGO의 목표를 투쟁으로 관철시키지는 않돼, 그 목표가 무시되지는 않도록 한다’는 NALGO 협상대표단의 협상지침이 무력화되었다. 결국, 통합노조의 지부 재정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1992년 여름 단계적 이행방안에 기초한 통합노조의 지부 재정시스템안을 수용하였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패키지로 일괄협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나타난 결과는 그러했다. 지부 조직을 위한 모델은 NALGO의 지부조직 형태와 매우 유사했다. 지부 조직은 상대적으로 크고, 비교적 여유 있는 지부역량을 보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정도로 지역 활동을 담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부조직의 재정문제는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NALGO가 원했던 방식과는 정반대로 귀결되었다. 다른 두 가지 문제 - 지역 지부에 대한 본조 상근간부의 접근, 본과위원회의 집행위원 선출 문제 - 는 타협으로 귀결했다. 이 모든 결과로서 탄생한 통합 노조는 노조운영에서 새로운 방식을 실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통합노조는 기존 3개 노조의 조합운영 방식과는 약간 다를 뿐인 운영기제를 갖춘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NALGO와 다른 2개 노조가 노조 민주주의라는 추상적 개념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통합노조의 성격과 목표에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것처럼 80년대 들어 NUPE와 COHSE는 노조에 적대적인 경영에 맞서 싸우고, 나아가 노동당의 집권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부단위가 규율하고 통제하는 노동조합 운영을 계속 주장했다. 이는 노조에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상당한 정도의 계획과 조정, 그리고 정책적 일관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비민주적인 중앙집중화가 아닌 장기적 전망 속에서 조합원의 이해를 모아가자는 것이지, 대의원 대회에 참여하는 활동가 그룹의 이해를 대변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NUPE와 COHSE의 주장이었다. 반면에 NALGO는 비교적 노조 환경의 변화가 적었고, 노동당과의 공식적인 관계가 없었기에 장기간 유지해오던 현장에 의한 통제와 지부자율성을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보았다. 정책변화와 토론, 나아가 필요하다면 강령, 규약 변경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측면은 필연적으로 노동조합 안의 민주주의 구조의 건강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측면은 협상과정에서 그리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기성정치권, 특히 노동당의 집권에 대해 무관심한 NALGO 안의 정파가 신규 통합노조에서 핵심 지위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COHSE와 NUPE의 우려는 상근간부의 역할 강조, 조합원 직선의 강조로 나타났고, 다음절에서 언급할 중집위의 위원할당제로 나타나게 된다.  

5. 노조 대표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교섭 : 기회 균등과 대표의 공정성

지금까지 앞 절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과거의 관점에서 논의한 결과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관점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80년대 들어와서 제기되었던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관한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대표성 문제 - 특히 여성조합원의 대표성 문제 - 는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관료주의적 지도부와 조합원 대중, 또는 특정 선거방식의 장단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핵심 문제는 여성을 비롯한 일부 특정 계층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내 직위에서, 그리고 그들의 관심사항이 노동조합의 의제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어 왔었다는 점이고, 따라서 노동조합 민주주의에 관한 어떤 주장도 이들 소외된 그룹의 이해를 효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중요성, 특히 여성조합원의 이해를 대표할 효율적 시스템 건설의 필요성은 3개 노조 모두 통합논의 초기부터 인정하고 있었다. 이는 곧 3개 노조의 조합원 다수는 바로 여성이라는 것, 3개 노조 모두 여성 조합원의 대표성 문제를 다루어 왔던 기존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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