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부터 감독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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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감독이 되고 싶었다.

admin 0 2,553 2013.05.12 03:48

2003년의 한국영화계를 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이다. 
이중 40대의 박 감독이 이미 크게 흥행한 작품도 지니고 있고 5편의 장편을 경험한 중견이라면 봉 감독은 30대 중반의 나이와 두 번째 장편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한 디지털 중편영화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에 봉 감독을 만나 그의 영화와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bsson_01_1.jpg이번에 내년 전주영화제를 위해  디지털로 작업을 하는 소감은? 

개인적으로 영화를 배울 때 스팀백 앞에서 16mm필름을 가지고 작업한 마지막 세대라는 경험이 있고 8mm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물론 표현하는 도구에 따라 다른 특성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릿(정신)이지 도구나 매체는 아니라고 본다.  

작품의 성향이 단편작업 시절부터 늘 약자나 패배자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정도의 애정과 의식은 있다고 본다. 큰 의식이나 의무감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변두리나 주변부의 삶과 생활이 재미있는 점이 더 많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당원인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예술가가 진보정당 당원인 것은 아직 특이한 모습인데? 

원래 당원이었는데 당이 모르다가 뒤져보니 내가 당원임을 안 것 같다.(웃음) 통장에서 매달 당비를 걷어가고 있기 때문에 당비를 내는 (진성) 당원이고 한 사람의 유권자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전 97년 대통령 선거부터 개인적으로 권영길 대표를 좋아한 점도 있다. 

<살인의 추억>에 대해 질문이 있는데, 봉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다르다는 관객도 있고 이전과 같은 흐름으로 보는 관객도 있는 등 반응이 엇갈린다. 

첫 장편인 <프란다스의 개>는 솔직히 첫 장편이라는 생각보다는 이전에 찍은 단편 세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발산하고 뽑아낸 작업이었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은 엄청난 사건이 실재로 존재를 했고 좋은 원작(김광림 연출의 연극‘날보러 와요‘)이 있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예의를 지키도록 노력했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특징이 여기저기 드러난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전주영화제를 위한 디지털영화 작업을 좀 더 설명해 준다면? 

일종의 페이크(가짜)다큐멘터리, 혹은 ‘모큐멘터리’ 장르로 실제사건을 다룬 기록 같지만 연출된 내용의 영화가 될 것 같다. 한 남자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불경기 속에서 무너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줄 예정이다. 은행의 감시카메라, 공익 근무자의 캠코더 등에 우연히 담긴 한 남자의 소멸해 가는 모습을 담을 것이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모습을 이루는 모자이크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외에 세 번째 장편도 구상중인 것으로 안다. 

재난영화를 구상중인데 <타워링> 같은 할리우드적인 관습을 따르는 작품이 아닌 갑자기 사고로 사람이 죽는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다룰 예정이다.

 봉 감독은 영화인들 사이에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꼽힌다. 그 비결을 말해 준다면? 

비결이라고 하기는 아직 쑥스럽다. (웃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솔직히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살인의 추억>이 너무 길다고 좀 자르자는 압력도 있었는데 내가 고집으로 버텨서 극장에서 상영한 편집본이 곧 감독판(디렉터스 컷)인 영화가 됐다.

어린 시절에 영화감독이 된 토대를 마련해 준 계기나 동기가 있다면? 

중학교 때부터 계속 감독이 되고 싶었다. 누구 영화인지도 모르고 TV에서 본 <자전거도둑>이나 셈 페킨파의 영화들이 비디오도 흔치 않던 그 시절에 좋은 교재가 된 것 같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