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을 꿈꾸던 소년

노동사회

행복한 세상을 꿈꾸던 소년

admin 0 2,666 2013.05.12 03:45

독자 선정을 위해 고민하던 중, 십여 년 동안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연구소 회원 가입을 위해 전화 통화만 한번 한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생각이 났다. '10년 넘게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내가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기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일단 그가 일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초북부 사무실로 당당히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내 눈에 보이는 건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전화를 해서야 우린 만날 수 있었다.
 
여직원 휴게실에 웬 남정네?

syim_01.jpg김철중 독자가 안내한 곳은 여직원 휴게실이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직원 휴게실로 가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휴게실 안은 온통 남자들만이 있었다. 이유를 묻자 직장노조 사무실로 사용한다고 한다. "왜 여직원 휴게실이죠? 남직원 휴게실이 아니라…." 김철중 회원은 곧바로 남직원 휴게실은 사회보험노조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니 괜히 흥분하지 말라며 필자를 달랬다.

여직원 휴게실 사용 문제로 시작한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건강보험공단 내에 존재하는 두 개의 노조(국민건강보험공단직장노조와 사회보험노조) 이야기, 의료보험제도가 맡아야할 역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국민 서비스 문제 등을 이야기하다가, 서로에 대한 안부와 '독자와 함께' 인터뷰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단 사진 몇 장 찍고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그러자 그는 『노동사회』의 '독자와 함께'에 선정된 독자들의 수준이 높은데 본인 같은 평범한 사람을 해도 되냐고 어색해 하면서도 필자가 원하는 위치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먼저 근황에 대해서 물어봤다.

"민주노총에서 하는 노동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노동대학은 일주일에 한번 일과후에 하니까 부담 갖지 않고 다닐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 전체 노동운동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구요"

현장 조합원들의 이야기가 많았으면

"노동사회는 잘 보고 계십니까?"

"노동사회의 '길찾기'는 꼭 챙겨서 봅니다. 현장에 있다보면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쉬운데 '길찾기'는 노동운동의 전망과 길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공공부분에 대한 기사나 통계 자료도 찾아보는 편입니다"

"바라는 점이나 개선해야 될 것은 없습니까?"

"저 같은 현장 조합원들의 이야기가 많았으면 합니다. 아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왜 표지가 김홍도 그림이죠?"

"음, 편집실장님의 취향이겠죠."

김철중 독자의 외모에서 고등학생 시절의 모습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 받는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을 힘주어 얘기하는 모습에서 십여 년 전, 세상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한 기대에 차 있던 소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3호